책소개
잃어버린 ‘좋은 삶’을 다시 세우다
빈곤해진 철학에 활기를 불어넣는 덕윤리
오늘날 우리는 더 이상 ‘좋은 삶’을 논하지 않는다. 자유주의 문화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좋은 삶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문제는 개인의 자유에 맡겨질 따름이다. 도덕적 기틀은 붕괴했고 도덕성을 합리적으로 정당화하려던 계몽주의의 기획도 실패로 돌아갔다. 이 도덕적 파국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빈곤해진 철학을 어떻게 쇄신할 것인가?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는 덕 전통을 재건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따라 좋은 삶을 다시 인간의 목적으로 세우고, 그것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자질인 덕을 실천과 서사 그리고 전통이라는 무대 위에서 조명한다.
이 책은 덕 전통을 소환해 규범 윤리학에 활력을 불어넣은 매킨타이어의 사유를 해설한다. 지금 우리가 도덕적으로 어떤 처지에 놓여 있는지, 도덕성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려 시도한 흄과 칸트의 도덕철학이 어째서 실패했는지, 오늘날 정서주의나 니체의 사상이 인기를 끄는 이유가 무엇인지, 인간이 좋은 삶이라는 목적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자질인 덕이란 대체 무엇인지 자세히 살필 수 있다. 길을 잃은 우리 시대를 밝혀 줄 진정한 실천철학이 여기 있다.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Alasdair MacIntyre, 1929∼2025)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정치철학자이자 윤리학자다. 노터데임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를 지냈다. 1980년대 영미권에서 지배적이던 자유주의를 비판함으로써 자유주의와 공동체주의 사이에 커다란 논쟁을 불러왔다. 덕윤리가 규범 윤리학으로 부흥하는 데 결정적으로 공헌했다. 대표작 ≪덕의 상실≫(1981)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실천철학 저작 가운데 하나로 손꼽힌다. 자유주의와 마르크스주의를 모두 비판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계승하려 했다. ≪덕의 상실≫ 외에 ≪누구의 정의? 어느 합리성?≫(1988), ≪도덕적 탐구의 세 경쟁 형태≫(1990), ≪의존적인 합리적 동물≫(1999) 등이 주요 저작으로 거론된다.
200자평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는 덕 전통을 재건해 ‘좋은 삶’에 대한 논의를 다시 활성화한 정치철학자·윤리학자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따라 좋은 삶을 다시 인간의 목적으로 세우고, 그것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자질인 덕을 실천과 서사 그리고 전통이라는 무대 위에서 조명한다. 빈곤해진 철학에 활기를 불어넣는 매킨타이어의 실천철학에서 지금 우리가 마주한 도덕적 파국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보자.
지은이
설민
서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독일 부퍼탈대학교 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산대학교 윤리교육과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학교 철학과에서 현상학과 해석학을 비롯한 현대 유럽 철학을 주로 가르치고 있다. 한국하이데거학회에서 학술이사와 편집위원을, 한국현상학회, 철학연구회에서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주요 저작으로 ≪푸코와 철학자들≫(2023, 공저), ≪철학, 이해하다≫(2021), “사르트르와 타자 존재의 문제”(2023), “Heidegger’s Fundamental Ontology and Feminist Philosophy”(2024) 등이 있다.
차례
우리 시대의 철학자 매킨타이어
01 도덕적 파국
02 계몽주의 기획의 실패
03 아리스토텔레스주의
04 목적론
05 덕의 본성
06 실천
07 서사
08 전통
09 책임과 도덕
10 덕론
책속으로
매킨타이어는 정서주의를 도덕적 판단의 ‘의미’가 아니라 ‘기능’에 대한 이론으로 해석한다면 그것이 작금의 시대에 아주 그럴듯한 이론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매킨타이어의 시대 진단에 따르면 오늘날 우리는 도덕의 역사적 원천을 잃었고 단지 그 파편들만을 붙들고 있다. 즉 도덕에 대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주장을 펼 수 있는 능력을 상실했다. 그럼에도 그 도덕의 잔재를 여전히 진지하게 쥐고 있기 때문에 도덕적 어휘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사용한다고 자부하고 그리할 것을 서로에게 종용한다. 그러나 실상을 보면 우리는 자신의 주관적 선호를 표현하면서 거기에 객관적 외피를 덧입힐 따름이다. 도덕적 발언은 도덕을 정당화하지 못하는 자신의 처지를 위장하기 위한 교묘한 도구다.
_“01 도덕적 파국” 중에서
계몽주의의 도덕철학은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더는 다루지 않는다. 근대 도덕철학에서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어떤 행위 규칙을 따라야 하는가, 또 왜 그것을 따라야 하는가’다. 인간의 목적이라는 개념을 상실하면서 윤리적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가 행위와 행위 규칙으로 좁혀진다. 인생 전반에 대한 반성과 같은 거시적 관점이 철학적 문제의 범위에서 벗어나게 된다. 매킨타이어가 보기에 이는 철학 자체를 빈곤하게 만든다.
_“03 아리스토텔레스주의” 중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 만들지 않은 무대에 올라서서 인생극을 상연하는 배우이자 저자다. 이와 동시에 우리는 서로의 인생 서사에 조연으로 출연한다. 이로써 각각의 인생극은 서로 맞물린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로의 인생극이 상연되는 방식을 제한한다. 그러므로 우리 각자는 우리 자신의 인생극에 대해서도 어디까지나 공동 저자일 뿐이다. 타인들, 특히 내 인생극에 주요하게 등장하는 타인들(예컨대 가족)은 나만큼이나 내 인생극을 써 나가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_“07 서사” 중에서
실천에서 탁월함을 성취하거나 그러한 노력에서 얻게 되는 선은 단지 그 개인만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그 실천에 참여하는 구성원들이 함께 얻는다. 치열한 우승 경쟁을 벌이는 테니스 결승 시합에서 우승 메달이나 상금은 한 개인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지만, 그 시합에 고유하게 내재하는 선은 상대방과 내가 함께 누린다. 결승 시합의 두 참여자가 각자 자신의 탁월함을 발휘하려 애쓸수록 그들이 함께 누리는 내재적 선은 커진다. 아울러 그 시합의 관전자들까지도 그 선을 제한적이나마 공유할 수 있다. 한 공동체의 성원들이 내재적 선을 추구하면 할수록 그들이 누릴 수 있는 공동선의 크기와 범위가 확대된다.
_“09 책임과 도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