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알프스 산정의 한 외딴 집에서 40년간 홀로 살아온 한 맹인이 맹인협회에 편지를 쓴다. 자신을 도울 여성을 보내 달라는 요청이다. 그로부터 얼마 뒤 정말 이 집에 한 여인이 방문한다. 둘은 과거를 회상하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여인은 자신이 자스민이며 창녀라고 말한다. 맹인 협회가 그녀를 산속 맹인에게 고전문학을 읽어 주고 필요하다면 좀 더 서비스를 하도록 보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와 고전작품을 점자로 끊임없이 읽은 덕에 장엄한 연극적 표현을 할 수 있게 된 노인이 말한다. “자스민, 나는 당신을 원합니다.” 그는 비길 데 없이 품위 있고 우아하게 말한다. 노인의 진지함에 동요해 창녀는 갑자기 창녀 역할을 중지한다. 자스민은 호피 무늬 코트를 벗고 화장을 지우고 가발을 벗는다. 그녀는 맹인 협회의 여비서라며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고 엄격한 서류 심사로 평생 반려자를 찾아 높은 산의 로미오에게로 왔다고 말한다. 자신은 사랑이 없는 외롭고 슬픈 삶을 살아왔으며 어느 한 남자도 자기를 열망하며 바라본 적이 없었다고 고백한다. 그러자 노인은 이제 생생하게 살아난 남성적 갈망으로 열렬히 그녀를 바라본다.
그러나 이것으로 모든 게 다 드러난 것은 아니다. 맹인과 여인은 고백을 거듭하며 자신들의 정체를 바꾼다. 그래서 이들이 진정 누구인지는 수수께끼로 남는다. 무엇이 진실일까?
200자평
페터 투리니는 현대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작가다. 알프스 산 가운데 위치한 외딴 집을 배경으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노년의 시작장애인과 그를 돕기 위해 맹인협회에서 파견된 한 여성의 사연이 공개된다. 민중극과 철학적 코미디, 스릴러극과 익살극, 맹인 비극과 사기꾼 희극 등 드라마의 거의 모든 장르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지은이
페터 투리니(Peter Turrini)는 1944년 9월 26일 오스트리아 바란탈 지역의 상 마가레텐에서 이탈리아의 예술 가구 제작자 아들로 태어나 케른텐주의 마리아 자알에서 성장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 예술가들의 중요한 만남의 장소였던 마리아 자알에서 그는 일찍이 ‘빈 아방가르드’의 대표적 인물들과 접촉했고 1963년부터 1971년까지 광고 카피라이터, 창고 관리인, 호텔 비서, 보조 노동자 등 다양한 직업에 종사했다. 1971년부터 프리랜서 작가로 빈과 레츠에서 활동 중이며 2005년 독일 언어 문학 아카데미 통신 회원으로 선정되었다.
옮긴이
윤시향은 함경북도 무산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독어독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논문 <브레히트의 반파시즘 연극 연구>(1991)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브레히트의 연극 세계≫(공저), ≪하이너 뮐러의 연극 세계≫(공저), ≪독일 문학의 장면들−문학, 영화, 음악 속의 여성≫(공저), ≪15인의 거장들−독일어권 극작가 연구≫(공저), ≪서사극의 재발견≫(공저), ≪유럽 영화 예술≫(공저), ≪소리≫(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는 ≪클라이스트≫, ≪당나귀 그림자에 대한 재판≫, ≪어두운 밤 나는 적막한 집을 나섰다≫, ≪시체들의 뗏목≫, ≪그때 이미 여우는 사냥꾼이었다≫ 등이 있다. 한국브레히트학회 회장, 한국여성연극인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연극학회 편집위원, 한국뷔히너학회 편집위원, 한국I.T.I. 감사, 한국공연예술원 원장, 2018 PADAF 심사위원, 한국 국제 2인극 페스티벌 심사위원장 등을 지냈으며 연극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알프스의 황혼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맹인: 자스민, 당신은 저 아래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 거요? 사람들이 당신 양다리 사이에 침을 뱉을 때까지 호객 행위를 할 거요? 최후의 오디션이라도 할 참이오? 맹인 협회로 돌아가서 평생 동안 그저 방관이나 하고 있을 거요? 뭐라고 말 좀 해 봐요? 우리는 올림포스 산에 있어. 자스민, 당신 말이 옳아. 우린 올림포스 산에 있어. 우린 신들이야. 연극의 신. 우린 연기를 해야만 해. 상처를 아직 느껴 보지 못한 사람이 흉터를 비웃는 법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