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3의 길 이후, 기든스를 다시 읽다
이론적 통합으로 현실 정치에 응답하는 ‘공공 지식인’ 기든스의 여정
우리나라에 “제3의 길” 정치로 잘 알려진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자신의 연구 분야에 사회학 이론 대신 ‘사회 이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는 사회학이라는 학문적 틀에서 벗어나 철학, 심리학, 인류학을 넘나들며 학제적 연구를 추구했다. 따라서 기든스의 사회 이론은 넒은 의미의 이론화 논쟁을 주도했다. 이론을 창출하며 현실 정치에 목소리를 내는 기든스의 실천성은 기든스에게 ‘공공 지식인’이라는 호칭이 어울리도록 만들었다.
기든스에게 사회 이론은 항구적으로 고정된 원칙이 아니라 사회와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도구였다. 기든스의 이론적 작업은 지속적으로 대립되는 두 가지 이론적 경향을 통합하여 새로운 이론적 대안을 제시하는 방향을 추구한 것으로, 그의 연구는 생활세계와 체계의 관계를 해석한 위르겐 하버마스, 또는 아비투스를 분석한 피에르 부르디외의 이론적 작업에 비교할 만하다.
하지만 기든스의 이론에서 구조와 행위자간의 이론적 긴장은 그의 정치사회학과 현대성에 대한 해석에서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기든스의 사유 안에서 그가 비판하고 극복하고자 했던 두 가지 대립적 경향이 지속적으로 긴장을 만들고 때로는 갈등하고 있다. 기든스는 과연 구조와 행위자의 이중성을 극복했는가? 유토피아와 리얼리즘은 통합될 수 있는가? 성찰적 현대화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뛰어넘는 대안적 모델을 제공할 수 있는가? 이 책은 기든스의 사회 이론을 크게 구조화 이론, 유토피언 현실주의, 성찰적 현대화의 세 가지 요소로 나누어 설명하고, 기든스의 사유가 영국, 나아가 세계 정치에 실제로 미친 영향과 그 파급력을 평가한다. 기든스가 맞이한 많은 질문에도 불구하고, 그의 이론적 시도들은 무엇 하나 명쾌한 답을 찾기 어려운 현대 사회에서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200자평
영국의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는 우리나라에서 “제3의 길” 정치의 창시자로 잘 알려져 있다. 여러 분야의 이론을 통합하며 자신만의 사회 이론을 만들어 간 기든스는 아카데미 풍토가 강한 영국에서 보기 드문 ‘공공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다.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을 넘어 ‘성찰적 현대성’ 개념을 제시한 기든스의 사유는 이론적 차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정치에 획기적인 질문과 답변을 제시한다. 이 책은 현실 정치에 접목 가능한 기든스의 사회 이론을 10개 키워드로 정리해 해설하고, 그 실제적 가치를 논한다.
지은이
김윤태
고려대학교 공공정책대학 사회학 교수이자 대학원 사회복지학과 교수다. 고려대학교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국회정책연구위원, 국회도서관장,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초빙교수를 역임하고, 미국 뉴욕 컬럼비아대학교, 중국 홍콩중문대학교,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캠퍼스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지냈다. 주요 저서로 ≪제3의 길≫, ≪사회학 입문≫, ≪모두를 위한 사회과학≫, ≪시민의 세계사≫, ≪한국의 발전국가와 재벌≫, ≪자유시장을 넘어서≫, ≪복지국가의 변화와 빈곤정책≫. ≪사회적 인간의 몰락≫, ≪불평등이 문제다≫, ≪정치사회학≫ 등을 출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정치사회학, 경제사회학, 복지국가, 사회학 이론이다.
차례
사회학자, 사회 이론가, 공공 지식인
01 구조화 이론
02 통합적 사회학의 전략
03 사회 구조의 변화
04 권력과 정치
05 현대성과 정체성
06 성찰성
07 좌파와 우파를 넘어서
08 제3의 길
09 중도 정치의 등장과 쇠퇴
10 성찰적 현대화의 가능성
책속으로
기든스의 구조화 이론은 사회 활동이 단지 개인들의 무작위적 행위들로 이루어진다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그는 인간의 사회적 행동이 사회적 힘이나 구조적 관계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견해도 부정한다. 인간의 행위는 단지 미시적 행위의 총합이라고 볼 수 없지만, 거시적 설명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행위자로서 인간과 사회적 구조는 서로 일정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행위자와 구조의 관계는 구조를 재생산하는 개인적 행위자의 행동의 반복으로 이루어진다.
_ “01 구조화 이론” 중에서
노동자 계급이 봉건 제도와 대립해 투쟁할 때는 혁명적 역할을 수행했지만, 현대 산업사회에서 반드시 혁명적 세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19세기에 마르크스는 노동과 자본의 대립이 노동자 계급의 혁명으로 해소될 것으로 보는 변증법적 사고를 제시했다. 그러나 기든스는 노동자 계급을 역사의 진보를 실현하는 가장 중요한 행위자로 보지 않았고, 시대에 따라 정치적 역할이 변화한다고 보았다.
_ “03 사회 구조의 변화” 중에서
기든스는 타인과 세계가 사라지거나 무너지지 않고 계속 존재할 것이라는 개인의 믿음을 ‘기초적 신뢰’라고 불렀다. 기초적 신뢰가 무너지면 인간은 정신병적 상황에 들어가게 된다. 따라서 인간은 일상생활에서 기초적 신뢰에 대한 잠재적 위험을 끊임없이 걸러내는 작업에 몰입하게 된다. 이와 같은 기초적 신뢰는 자아 정체성의 토대기도 하다. 기초적 신뢰에 기초한 존재론적 안전감이 형성되지 않으면 인간은 제대로 인성을 가질 수 없으며, 자아 정체성을 성공적으로 구축할 수 없다.
_ “05 현대성과 정체성” 중에서
제3의 길 정치는 일관성 있는 정치 이데올로기를 포기하고 실용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바람에 스스로 보수적 우파와 어떻게 다른지 분명하게 설명할 수 없었다. 제3의 길 정치가 복지국가의 개혁을 주장하면서 사실상 영국, 독일, 네덜란드의 복지국가들은 더욱 시장 중심적 모델을 향해 이동했다. 결과적으로 제3의길 정치를 실험한 많은 나라에서 사회적 불평등은 더욱 심각해졌고, 평등과 사회 정의의 가치는 심각한 위협을 받았다.
_ “08 제3의 길” 중에서
기든스는 현대성 자체가 그에 저항하는 모든 것을 파괴할 수 있는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지만, 현대화 과정이 반드시 불행하거나 대가 없는 것이라고 보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는 인간이 더 이상 현대성의 노정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러한 점은 마르크스가 ≪포이어바흐에 관한 테제≫에서 “철학자는 세계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변혁하는 것”이라고 했던 주장과는 매우 다르다.
_ “10 성찰적 현대화의 가능성”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