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서스펜스의 대가 히치콕의 영화와 테크닉
<사이코> <현기증> 등 영화 속에서 살펴본 맥거핀, 레드 해링, 몽타주, 롱 테이크, 미장센, 장르 융합
앨프레드 히치콕은 서스펜스의 대가로 불린다. 고유한 서스펜스 테크닉으로 스타일을 직접 창조해 냈기 때문이다. 서스펜스는 일반적으로 불안정한 심리 혹은 그러한 심리 상태가 계속되는 것을 말한다. 히치콕의 영화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 서스펜스 기법은 관객이 어떤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거나 혹은 무엇인가가 일어나더라도 완벽하게 긴장감을 해결하지 않고 이어 가는 기법을 말한다. 히치콕은 1925년 장편 영화 <플레저 가든(Pleasure Garden)>을 시작으로 <가족 음모(Familly Plot)>(1976)까지 무려 60여 편의 장편 영화들을 연출했다. 192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히치콕의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들은 지속적으로 대중의 인기를 얻었다. 그의 필모그래피(Filmography)에서 드러나는 흥미로운 사실은 일관되게 스릴러라고 하는 한 가지 장르에 집중했다는 사실이다. 관객이 직접 영화에 참여하게 만드는 서스펜스 효과는 그의 영화의 관건이 되고 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관음증의 예술이다. 영화 관객의 시선은 다른 사람의 모습을 엿보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영화관에서 관음증적이 된다는 점을 히치콕은 잘 이해하고 있었다. 한편, 히치콕의 영화는 관객의 시선을 정신적인 이미지로 승화시켰다. 그는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시선의 원리를 남성 관객의 관음증적인 시선이 아닌 여성 관객까지 포함한 것으로 구성했다. 그의 영화는 관객 모두가 지적인 호기심과 스릴감을 느끼며 영화 속 범죄 사건에 참여하게 만든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히치콕이 관객의 관음증적인 시선을 영화에 반영해서 인물의 정신 심리적 문제를 드러낸 점이다.
히치콕은 인간 심리의 기제로 서스펜스를 영화적으로 시각화한 영화작가다. 서스펜스를 일으키고 그런 반응을 유지하면서 영화적 기술이 인간의 사유를 자극하는 면에 대해 적극적으로 모색했다. 히치콕의 영화에는 기술에 대한 단순한 흥미 그 이상으로 표층에 대해서 완벽하게 공헌하는 면이 크다. 히치콕 영화는 인간의 기억과 감각의 기제에 관심을 기울였다는 점에서 디지털 영화의 정신적, 신경적 차원의 특성과 관련해서도 흥미롭다.
이 책은 히치콕의 영화를 서스펜스라는 기제를 효과적으로 창출하는 테크닉에 초점을 두면서 재검토했다. 히치콕과 그의 서스펜스 테크닉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은 결과적으로 그의 영화를 테크닉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기 위한 것이다. 맥거핀, 레드 해링, 몽타주, 롱 테이크, 미장센, 장르 융합 등의 소재로 그가 만든 테크닉에 대해 영화 속 사례들을 들어 알기 쉽게 설명했다. 히치콕이 영화에서 서스펜스를 통해 궁극적으로 지향한 인간 심리와 정신적 차원의 탐색에 대해서 알아본다.
200자평
앨프레드 히치콕은 서스펜스의 대가로 불린다. 고유한 서스펜스 테크닉으로 스타일을 직접 창조해 냈기 때문이다. 히치콕은 1925년 장편 영화 <플레저 가든(Pleasure Garden)>을 시작으로 <가족 음모(Familly Plot)>(1976)까지 무려 60여 편의 장편 영화들을 연출했다. 이 책은 고전 영화와 현대 영화를 잇는 지점에 위치한 히치콕 스릴러 영화의 서스펜스에 대해 작가적 테크닉과 관련해서 검토했다. 맥거핀, 레드 해링, 몽타주, 롱 테이크, 미장센, 장르 융합 등의 소재로 그가 만든 테크닉에 대해 영화 속 사례들을 들어 알기 쉽게 설명했다. 히치콕이 영화에서 서스펜스를 통해 궁극적으로 지향한 인간 심리와 정신적 차원의 탐색에 대해서 알아본다.
지은이
장미화
패션, 유통 분야 광고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프랑스 파리 1대학에서 영화 시청각 과정을 거쳤다. ‘샹탈 아케르망의 <잔느 딜망>(1975)을 중심으로 영화의 최면과 시간성’에 대한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앙대 첨단 영상대학원 영상학과 박사논문으로 디지털 할리우드 스펙터클 영화의 시간성을 질 들뢰즈의 시간-이미지의 진화 관점에서 다루었다.
들뢰즈의 영화서를 중심으로 한 영화 미학 강의를 시작으로 대학에서 영화 작가론, 문화 콘텐츠, 패션 광고 마케팅 강의를 해왔다. 영화와 디지털 인문학, 디지털 융합 매체 연구에 관심이 많다. 『히치콕에게 묻고 싶은 것들』(2013),『디지털 영화와 들뢰즈의 시간-이미지』(2019)를 출간했다.
차례
히치콕 서스펜스의 비결
01 장르의 융합: 공포와 스릴러
02 히치콕과 트뤼포: 작가주의
03 관음증적 시선: 관객 주체
04 서스펜스 블록 쌓기: 몽타주
05 셀프 리메이크의 완벽주의
06 롱 테이크와 내러티브 연속성
07 맥거핀과 레드 해링
08 오인 받은 남자의 스릴러
09 옷과 죽은 자의 현존감
10 폐소공포증
책속으로
거장의 영화를 무조건 찬미하기만 했던 과거의 극단적인 작가주의를 배척하면서 작가의 존재를 강조하는 것이다. 작가에 대한 과도한 찬미는 지양해야 한다. 그러나 작가주의는 여러 비판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영화와 관객을 잇는 디딤돌이 되어준다. … 마틴 스콜세즈(Martin Scorcese), 데이비드 핀처(David Fincher), 봉준호, 웨스 앤더슨(Wes Anderson)과 같은 수많은 영화감독들은 히치콕으로부터 영화를 만드는 방식, 태도, 열정에 대해 지대하게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_ “02 히치콕과 트뤼포: 작가주의” 중에서
히치콕의 영화에서 ‘관객’의 존재는 영화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다. 관객의 관음증적인 시선은 현실을 정확히 보고자 하는 욕망을 표명한다. 히치콕의 자기 반영적인 영화인 <이창>에서 관음증적인 시선은 감독이 영화 관객의 시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_ “03 관음증적 시선: 관객 주체” 중에서
샤워실 장면의 충격은 우리가 현실에서 간혹 마주치는 언캐니(uncanny)한 인상을 미리 연습하게 한다. 칼을 든 괴한의 손이 내려가는 동작에 대한 반응 숏과, 메리언이 칼에 찔리는 숏의 역반응 숏은 가상적이기는 하지만 매우 강한 충격을 영화에서 경험하게 한다.
_ “04 서스펜스 블록 쌓기: 몽타주” 중에서
<39계단>의 두 번째 리메이크 <북북서로 진로를 돌려라>는 히치콕의 영화 전성기에 해당하는 시기에 만든 블록버스터 급의 영화다.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로 제작된 이 영화는 전작 <39계단>을 리메이크한 흔적을 거의 드러내지 않으면서 한 번 더 대중의 서스펜스를 쥐고 흔든다. 007시리즈물에 영향을 준 것으로 잘 알려진 블록버스터의 원형과도 같은 이 영화는 1950년대의 미국 사회를 냉소적으로 풍자하는 방식이 일품이다.
_ “06 롱 테이크와 내러티브 연속성” 중에서
맥거핀은 히치콕의 영화에서 주로 다음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먼저 영화의 이야기가 전개되도록 하는 기능이다. 이야기가 어떻게든 잘 흘러갈 수 있도록 하면서 무엇인가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그것은 곧 이야기하기의 기술 그 자체에 해당하고 그렇기 때문에 내용은 텅 비어 있다.
_ “07 맥거핀과 레드 해링”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