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바츨라프 세로솁스키는 1880년부터 1892년까지 12년간 야쿠티아 지방에서 유형 생활을 했다. 제정 러시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폴란드에서 사회주의 노동자 비밀결사에 가입해 활동한 것이 죄목이었다. 그는 유형지에서 야쿠트 여인과 결혼해서 야쿠트어를 배우고 야쿠트인들을 통해 주변 지리를 익혔다. 최초의 목적은 탈출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점차 야쿠트인들의 구전 설화와 시가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게 되어 채록을 시작했고, 스스로도 문학 작품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의 저서 ≪야쿠트인≫은 핍박받는 민족 출신으로서 당시 수탈의 대상이었던 야쿠트인에 대한 공감, 그리고 야쿠트 구전 문학에 대한 감동과 더불어 그의 문학적 재능이 만들어 낸 야쿠트인에 대한 가장 상세하고 사실적인 저술이다.
이 책은 야쿠트인의 ‘구비전승’과 ‘신앙’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비전승’ 부분에는 야쿠트어의 일반적인 특징과 구비전승의 종류와 양상이 기술되어 있고 두 가지 민담이 제시되어 있다. 야쿠트인이 노래를 즐겨 언제 어디서든 노래를 한다는 점은 고구려의 풍습, 나아가 우리 민족의 풍습을 연상시키며, 민담에 등장하는 동물 중 말은 투르크족과 몽골족, 쥐와 까마귀는 고아시아족, 독수리는 투르크족과 몽골족의 민담을 연상시킨다. ‘신앙’ 부분에는 야쿠트인의 죽음에 대한 관념, 풍장, 조장, 고려장, 나아가 ‘자발적 죽음’ 등 여러 민족들의 장례 풍습이 혼합되어 있는 양상이 제시되어 있으며, 샤먼 의례와 무구 등 샤머니즘과 관련된 여러 가지 사실들과 애니미즘, 페티시즘적 요소들도 제시되어 있다. 황소를 제물로 바치는 것에 관해 기술한 부분은 고대 흉노족의 황소에 대한 관념을 연상시키기도 하며, 곰에 대한 관념 및 곰과 관련해 소개된 민담은 퉁구스 계통의 종족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것과 유사하다. 그리고 까마귀와 독수리가 지고신의 자식이라고 여기는 관념은 투르크족, 몽골족, 고아시아족에 고루 퍼져 있는 요소이며, 우리 민족 고대의 ‘삼족오’의 의미를 추적할 단초를 제공하는 요소라고 볼 수도 있다.
200자평
시베리아 동북부, 야쿠트인들의 땅.
그곳에서 탈출하기 위해 야쿠트인과 결혼하고, 야쿠트어를 배우고, 야쿠트의 지리를 익힌 바츨라프 세로솁스키.
그는 야쿠트 문학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고, 거기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방대한 저서로 기록했다.
≪야쿠트인≫은 그들에 대한 가장 상세하고 사실적인 저술이다.
이 책은 원전에서 <구비전승>과 <신앙>의 두 장을 발췌해 소개한다.
지은이
제정 러시아의 지배를 받고 있던 폴란드의 불카 코즐로프카의 지주 집안에서 1858년에 출생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1863년 폴란드 독립을 위한 무장 봉기에 참여한 뒤 해외로 도피해 객지에서 사망하고 어머니도 1868년 사망함에 따라 바르샤바의 친척 집에서 지내면서 바르샤바 제3김나지움에서 수학했다. 여기서 반러 학생 비밀결사에 참여해 러시아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맹세했고 그로 인해 퇴학을 당했다.
이후 목공소에서 일하다가 철도학교에 입학했고 사회주의 노동자 비밀결사에 가입해 활동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878년 체포되어 바르샤바 성채에 수감되었으며, 1879년에는 바르샤바 성채 폭동에 참여한 죄로 8년형을 선고받았으나 후에 이 선고가 동시베리아 유형으로 변경되었다. 그 후 1880년에 유형지인 야쿠티아 베르호얀스크에 도착했으며, 1892년 유형에서 풀려나기까지 다양한 문학 작품을 썼으며 단행본 ≪야쿠트인≫을 저술하기 시작했다.
유형에서 풀려나 이르쿠츠크로 이주해 독지가의 후원과 러시아 지리학회 및 포타닌, 클레멘츠 등 저명한 지리, 민속학자들의 도움으로 ≪야쿠트인≫ 저술을 지속했다. 러시아어로 저술된 이 책은 1896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야쿠트인. 민족지학적 연구 경험≫이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다. 이 책은 페테르부르크대학의 저명한 고고학, 동방학 교수 N. 베셀롭스키의 추천으로 러시아 지리학회의 ‘작은 금메달’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 후 세로솁스키는 1897년에 폴란드 귀국 허가를 받았으며, 1902년에 극동 탐사를 나섰다. 시베리아 횡단철도로 이르쿠츠크까지 갔다가 거기서 만주를 거쳐 일본에 도착해 사할린 섬에서 아이누족을 연구하기도 했으며, 러일 간 긴장이 발생하자 1903년 가을에 일본, 조선, 중국, 실론 섬, 이집트, 이탈리아를 거쳐 귀국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한 여행기에 ‘조선’에 관한 부분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조국 폴란드에서 반정부 민족 투쟁을 지속했고, 폴란드 독립 이후 1920∼1921년에 선전상, 1927∼1930년 폴란드 작가협회장, 1933∼1934년 폴란드 문학아카데미 총장 등을 역임하며 민족주의 노선의 정치 활동을 지속하다가 1945년에 사망했다.
옮긴이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노어학을 공부했으며, 러시아 치타 국립대학교에서 철학과 인간학을 수학했다. 현재 한국외대 러시아연구소 HK교수로 근무하고 있으며, ‘러시아연방 인문공간’ 연구의 일환으로 극동 시베리아 지역 원주민족들의 설화와 전통 신앙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고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야쿠트인의 구비전승
야쿠트인의 신앙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야쿠트인들은 모두 노래를 좋아한다. … 마부도, 행인도, 나무꾼도, 땔감을 모으는 아가씨도 모두 노래를 한다.
-22쪽
달도 정령을 가지며 사람과 같은 품성을 가진다. 달은 겨울에 맨발로 물을 길러 다니는 등 계모의 학대를 받던 아가씨를 데려갔다. 그 아가씨는 지금도 두레박을 손에 들고 어깨에 물동이를 맨 채 달 속에 서 있으며, 아가씨 옆에는 함께 달로 간 버드나무가 자라고 있다. … 그 아가씨를 ‘달의 정령 고아 아가씨’라고 부른다.
-1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