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만지한국문학의 <지역 고전학 총서>는 서울 지역의 주요 문인에 가려 소외되었던 빛나는 지역 학자의 고전을 발굴 번역합니다. ‘중심’과 ‘주변’이라는 권력에서 벗어나 모든 지역의 문화 자산이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합니다. 지역 학문 발전에 이바지한 지역 지식인들의 치열한 삶과 그 성과를 통해 새로운 지식 지도를 만들어 나갑니다.
요절한 천재 시인, 자취를 드러내다
현재 최전의 문집 ≪양포유고≫는 규장각 소장의 목판본과 국립중앙도서관 소장의 석판본 2종만이 남아 있는데, 본서의 저본은 국립중앙도서관장본이다. 권수에 이정귀가 지은 서문과 신흠이 지은 서(敍)가 있다. 최전의 시문으로는 먼저 매형 오운에 대한 제문(祭文) 1편과 습유(拾遺)에 실린 42제를 포함한 시(詩) 총 104제, ≪주역≫을 읽고 서술한 <독역잡설(讀易雜說)>이 있고, 아들 최유해가 지은 지(志)와 이항복이 지은 묘갈명 1편, 이정귀·신흠 등이 고인이 된 최전을 애도한 만사 6편과 양포의 옛 집을 지나며 한준겸이 쓴 <양포의 옛집을 지나다(過楊浦舊居)>, 양포가 일찍 죽어 시문이 많이 남아 있지 않음을 안타까워하며 권필이 지은 <석주의 편지(石洲書)>가 있으며, 그 뒤로 임숙영이 지은 행장이 실려 있다. 권말에는 김장생이 지은 발문이 있다. 작품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그의 문집에 대한 완역 작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요절한 시인에 대한 연구의 특성상 여러 한계가 분명 있을 것이고, 그러한 탓에 아마 이제껏 누구도 선뜻 이 작업에 나서고자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최전이 세상에 남긴 100여 편의 시들을 한번 찬찬히 읽어 보면 그의 문학적 가치를 재평가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최전은 시문뿐만이 아니라 글씨와 그림, 그리고 음악까지 다방면에서 특출한 재능을 보였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시는 당대 문인들이 두루 외우며 높이 평가했다. 그의 사후에 아들 유해가 부친의 유고를 중국 관리에게 보여 줌으로써 문집이 중국에서 간행되었고, 청대 문인 주이준(朱彝尊)이 그의 시를 선별해 ≪명시종(明詩綜)≫에 수록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임숙영이 쓴 <양포 최 공 행장>이나, 월사 이정귀가 쓴 <양포유고 서> 등을 살펴보면, 양포는 성당(盛唐)의 시를 전범으로 시를 썼으며 청월하고 준일한 그의 시풍은 이백에 비견할 만큼 높은 수준에 올라 있었음을 알 수 있다.
200자평
양포(楊浦) 최전(崔澱)은 율곡 이이의 제자로서 신동으로 유명했고 신흠, 이항복, 이정귀는 그의 시를 흠모해 이백에 견주었다. 명나라에서도 그의 시집은 절찬을 받았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그를 모른다. 22세에 요절해 자취가 끊긴 조선의 천재 시인을 다시 찾았다.
지은이
최전(崔澱, 1567∼1588)은 자가 언침(彦沈), 호는 양포(楊浦)이며 본관은 해주(海州)다. 그는 어려서부터 시문에 뛰어난 재주를 보여 신동으로 불렸으며 당나라 최고의 시인 이백에 견주어지기도 했다. 6세 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9세에 형 최서(崔湑)와 최준(崔濬)을 따라 율곡 이이를 찾아가 수학했는데, 그의 뛰어난 시적 재능을 본 율곡이 천부적인 재주와 덕업을 지녔다고 칭찬했으며 나이 많은 문생들도 사귐을 청할 정도였다고 한다. 14세에는 사마 회시를 보았는데 이때 스승 이이가 시험 감독관인 것을 알고는 사제지간이라 혐의를 받을까 봐 답안지를 쓰고도 내지 않았을 만큼 평범치 않은 면모를 보였다. 그 후 1585년 18세의 나이로 진사시에 합격했으나, 문경의 양산사(陽山寺)에 가서 칩거하며 ≪주역≫을 읽다 병이 들어 1588년, 22세의 나이로 안타깝게도 요절하고 말았다.
옮긴이
서미나는 부산대학교 한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석・박사 통합 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의 연수 과정을 졸업하고 현재는 조선 중기 한시 문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 중이다.
차례
서(序)
양포유고 서(楊浦遺稿 序)
양포최씨시 서(楊浦崔子詩 叙)
제문(祭文)
오 수사에 대한 제문(祭吳水使文)
시(詩)
남간에 부친 시(題南澗詩)
강동으로 돌아가는 공소보를 보내다(送孔巢父歸江東)
삼언 오언 칠언(三五七言)
황해도 관찰사 윤두수와 헤어지다(別海皋倅梧陰)
늙은 말(老馬)
호연정에서(浩然亭)
장선동에서 노닐다(遊藏仙洞)
정토사에서(淨土寺)
정정이가 청평산으로 놀러 가는 것을 보내다(送鄭靜而遊淸平山)
김양촌과 헤어지다(別金楊村)
신광사에서 노닐다(遊神光寺)
영해감사가 운을 부르다(瀛海監呼韻)
지천이 부르는 운 따라 읊다(芝川呼韻)
도성암에서 우연히 읊다(道成菴偶吟)
어떤 이에게 주다(其二贈人)
간성의 청간정에 제해 양봉래의 시에 차운하다(題杆城淸澗亭 次楊蓬萊韻)
영월루에 부치다(題詠月樓)
건봉사에 올라 남쪽 누각에서 우연히 쓰다(登乾鳳寺南樓偶書)
졸고 난 뒤에 원사(源師)의 시축(詩軸)에 부치다(睡後題源師軸)
경포에 부치다 2수(題鏡浦 二首)
바다를 보다(觀海)
벗을 만나다(逢友人)
박연 폭포에서(朴淵瀑布)
달을 읊다(詠月)
산두가 나에게 시 한 편을 부쳤는데 전하는 자가 지체해 이제야 비로소 보았다. 이는 원진과 백거이가 편지를 주고받던 것과 차이가 없으니, 감흥이 일어 절구 두 수를 이루고는 <구별리>를 지었는데 그 운을 따라 짓고 부친다(山斗寄我詩一章, 傳者遷延, 今始得見. 是與元白郵筒無異, 感成兩絶, 作久別離. 隨步其韻以寄)
두보의 시 <변방에서 이백을 생각하며>에 차운하고 아울러 부치다(次杜詩天末懷李白幷寄)
강루에서 우연히 읊다(江樓偶吟)
소나무와 대나무(松竹)
풍악산에서 노닐다(遊楓岳山)
봉래로 가는 월오를 전송하다(送月梧之蓬萊)
기러기 그림에 부치다(題畫鴈)
율곡 선생이 부르는 운 따라 읊다(栗谷先生呼韻)
기재를 우연히 읊다(企齋偶吟)
정인사에서 우연히 읊다(正因寺偶吟)
기 공의 저택 영월루에 제하다(題奇公第詠月樓)
정토사에서 친구와 헤어지다(淨土寺別友人)
장성으로 가는 오 형을 전송하다(送吳兄之長城)
임화정이 매화를 찾는 그림에 제하다(題林和靖訪梅圖)
용잠에 오르다(登龍岑)
김취면이 그린 그림에 제하다(題金醉眠畫圖)
홍태고를 찾아갔으나 만나지 못하다(訪洪太古不遇)
송악산에서 쟁 소리를 듣다(松岳聞箏)
산방에서 묵다(宿山房)
천마산에서 노닐다(遊天磨山)
집구(集句)
하곡의 시에 차운하다(次荷谷韻)
버들개지(楊花)
산인에게 주다(贈山人)
포도 그림(葡萄圖)
벗에게 주다(贈友人)
봄날(春日)
눈보라 속에서 문득 읊조리다(風雪偶吟)
벗을 전송하다(送友人)
어떤 이를 전송하다(送人)
미인에게 주다(贈美人)
그대 보내며(挽人)
꿈속에 짓다(夢中偶成)
주 상인이 봉래로 돌아가는데 주다(贈釋珠上人歸蓬萊)
벗에게 주다(贈友人)
천마산에서 노닐다(遊天磨山)
신광사에서 노닐다(遊神光寺)
그대 떠나보내다(送人)
습유(拾遺)
용문 산인이 봉래로 돌아가는 것을 떠나보내다(送龍門山人歸蓬萊)
벗을 떠나보내다(送友人)
서호에서(西湖)
문산의 시를 읽고(讀文山詩)
봄놀이하다(春遊)
봄을 아쉬워하다(惜春)
생황 불다(吹笙)
산인에게 주다(贈山人)
강남의 절을 노닐다(遊江南寺)
사막사에서(沙漠寺)
관악산에 들어가다(入冠嶽)
이른 봄(早春)
다연(茶烟)
삼언 오언 칠언(三五七言)
누원에 제하다(題樓院)
양산에서 주역을 읽다(讀易陽山)
어떤 이를 생각하다(懷人)
그대 떠나보내다(送人)
백로(白鷺)
수종사(水鍾寺)
고니 네 마리(四鵠)
용진 나루를 멀리서 바라보다(遠望龍津渡口)
정양의 천일대(正陽天一臺)
강가에 임하다(臨川)
봄을 찾다(尋春)
금을 타다(彈琴)
도연명의 시에 화운하다(和陶詩)
<영형경>에 화운하다(和詠荊卿)
우연히 읊다(偶吟)
물가 초가집에서(水邊茅屋)
벗을 찾아가다(訪友)
배꽃에 앉은 제비(梨花燕)
갈대밭의 기러기(蘆鴈)
매화나무 아래의 난초(梅下蘭)
낚시터에 앉다(坐石磯)
부러진 대나무(折竹)
강을 건너다(渡江)
바위 위에서 금을 울리다(石上鳴琴)
저녁 까마귀(暮鴉)
배에 누워 잠자다(卧舟眠)
저물 무렵 다리를 건너다(暮渡橋)
지족사에서 빗소리를 듣다(知足寺聽雨)
잡저(雜著)
독역잡설(讀易雜說)
부록(附錄)
지(志)
양포 묘갈명(楊浦墓碣銘)
만사(挽詞)
만사(挽詞)
만사(挽詞)
만사(挽詞)
만사(挽詞)
만사(挽詞)
양포의 옛집을 지나다(過楊浦舊居)
석주의 편지(石洲書)
양포 최 공 행장(楊浦崔公行狀)
양포유고 발문(楊浦遺藁跋)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늙은 말
늙은 말 솔뿌리 베었더니
꿈결에 천 리를 다니누나.
가을바람에 낙엽 지는 소리 나더니
놀라 일어나자 저녁 해 뉘엿해라.
老馬
老馬枕松根 夢行千里路
秋風落葉聲 驚起斜陽暮
남간에 부친 시
강남 어느 저녁 가을바람 일고
벽오동 찬비 내리니 처량하게 우는구나.
은거하는 이 절로 생각 많아
지는 해에 지팡이를 짚고 가네.
지팡이를 짚고 남쪽 계곡으로 들어서니
푸른 풀 차가운 이내 속에서 계곡을 헤매노라.
남은 노을 열린 곳에 돌샘이 울고
댓잎에 맺힌 이슬 떨어질 때 숨은 새 지저귀네.
문장은 지난날의 금란전에 있으니
덧없는 인생 동(東)으로 갈지 서(西)로 갈지 어찌 알겠는가.
청운(靑雲)의 뜻은 이제 말머리에 뿔이 나는 것과 같이 되었으니
고개 너머 나그네의 넋은 속절없이 더욱 서글퍼라.
장안의 꿈에서 깨니 초나라 하늘이 푸르고
동정호 구름 걷히자 외로운 기러기 우놋다.
신 신고 지나온 푸른 이끼에 절로 자욱 찍히고
도건(陶巾) 쓴 센머리 시름겨워 떨궈지려 하네.
구름이며 물은 제 모양이라 모두 곱고 밝으니
품은 마음 휘파람 불며 노래하고 부족하나마 손수 글 짓노라.
장사 천 리에 외로운 신하 있는데
성군께서는 어느 때에 조서(詔書)를 내려 주실까?
題南澗詩
江南一夕生秋風 碧梧寒雨鳴淒淒
幽人自多思 落日扶靑藜
扶靑藜入南澗 綠草寒烟溪上迷
殘霞開處石泉鳴 竹露零時幽鳥啼
文章前日金鑾殿 豈知浮生東又西
靑雲今作馬生角 嶺外旅魂空轉悽
長安夢罷楚天碧 洞庭雲消孤鴈嘶
蒼苔謝屐自成痕 白首陶巾愁欲低
雲容水態共鮮明 嘯志歌懷聊自題
長沙千里孤臣在 聖主何時降紫泥
경포에 부치다 2수
봉래산에 한 번 드니 삼천 년이라
은빛 바다 아득할사 물은 맑고도 얕네.
난새 타고 오늘 홀로 날아오니
벽도화(碧桃花) 아래엔 아무도 보이지 않네.
현원황제 뵈러 어디로 가야 할까나
옥동(玉洞)은 아스라이 복사나무 천 그루라.
아름다운 제단에 달빛 밝고 서늘해 잠 못 들 제
만 리를 불어온 천풍에 그 향기 경포에 가득해라.
題鏡浦 二首
蓬壺一入三千年 銀海茫茫水淸淺
驂鸞今日獨飛來 碧桃花下無人見
朝元何處去不知 玉洞渺渺桃千樹
瑤壇明月寒無眠 萬里天風香滿浦
천마산에서 노닐다
천 산을 비추는 달빛 아래 지팡이 끌고
옷을 펄럭이며 만 골짜기의 바람 맞노라.
봉황 피리로 한 곡조 소리 내니
푸른 구름 속에서 맑게 울리누나.
遊天磨山
曳杖千山月 飄衣萬壑風
鳳笙聲一曲 寥亮碧雲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