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정부와 기업, 정치인들은 종종 여론 왜곡을 시도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여론 조작을 위해 흔히 사용되는 방법 중 하나가 언어 왜곡이다. 언어는 생각을 규정하는 틀이므로 왜곡의 해악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언론에 나타난 언어의 왜곡상을 꿰뚫어 보면 사회의 진면목을 알 수 있다. 깨어 있는 시민의식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지은이
박창식
한겨레신문사 전략기획실장이며 신문사 부설 한겨레말글연구소장이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광운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논문은 “정치적 소통의 새로운 전망: 20~30대 여성들의 온라인 정치커뮤니티를 중심으로”다. 1990년 한겨레신문사 기자로 입사해 사회부·국제부·정치부 기자, 문화부장과 정치부장, 논설위원을 지냈다. 한국소통학회 부회장을 지냈으며, 명지전문대학과 경기대학교 행정사회복지대학원에서 ‘말하기와 글쓰기’ ‘미디어와 여론’ ‘공공커뮤니케이션 메시지 관리’ 등의 과목을 강의했다. ≪한겨레≫에 ‘말과 소통,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연속 칼럼을 썼다. 저서로는 『쿨하게 출세하기』(2004), 『아시아와 어떻게 사귈까』(1995)가 있다.
차례
언어 왜곡에 어떻게 맞설 건가
01 완곡어
02 프레임
03 선전과 은유
04 가차 저널리즘
05 정치적 올바름
06 규범 이탈과 정치적 사과
07 이념 언어
08 대화와 담화문
09 피동형 문체
10 책임 소재 회피 전략
책속으로
권력에 의한 정보 조작, 여론 왜곡 사례는 한국에도 많다. 전두환정부는 지난 1986년 북한의 금강산댐 수공 위협을 갑자기 발표했다. 정부 당국은 금강산댐의 저수량이 최대 200억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이를 수공에 활용하면 12시간 만에 수도권이 완전히 수몰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의심스럽기 짝이 없는 주장이었다. 수도권을 완전히 수몰시킨다는 것은 북한이 전면 전쟁을 결심하지 않는 한 생각할 수 없는 일이고, 설령 수도권을 타격하려 한다 해도 비밀리에 뭔가를 도모해야지 몇 해 동안 공사하느라 노출될 게 뻔한 댐 방류 방식을 택한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언론은 의문을 제기하기는커녕 ‘서울 물바다론’을 대대적으로 폈고 국민 모금 운동에 앞장섰다. 정부는 1986년 10월 강원도 화천군에 수공 대비 시설이라고 평화의댐을 착공해 4년 동안 1단계 공사를 했다. 이후 1993년 김영삼정부의 감사원이 감사를 벌여 금강산댐의 수공 위험이 3∼8배 과장되었으며, 실제 북한의 위협보다는 정국 불안 조성용이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언어 왜곡에 어떻게 맞설 건가 ” 중에서
2016년에는 서울 지하철 역사 안전문(스크린 도어)을 보수하는 업체의 작업자 김아무개(19) 군이 안전 규정과 달리 혼자서 작업하다 진입하는 전동차에 받혀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서울메트로 쪽이 외주 하청업체한테 혹독한 작업 조건을 강제한 갑질 문제가 사고의 배경이었다. 그런데 외주 하청업체는 ‘협력업체’로 호명되었다. 사전을 보면 협력은 ‘힘을 합해 서로 돕는다’는 뜻이다. 하청업체가 원청업체의 누구와 무엇을 갖고 어떻게 서로 돕는다는 말인가? 협력업체는 하청업체의 목줄을 움켜쥔 원청업체의 갑질을 숨겨 주는 완곡어다.
“완곡어” 중에서
공자는 만일 정사를 맡을 경우 무슨 일을 가장 먼저 할 것인가 하는 제자 자로의 질문에 정명(正名), 즉 이름을 바르게 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할 것이라고 했다. 정확한 언어의 사용이 국가와 사회의 틀을 세우는 데 기초임을 밝힌 것이다. 정치적 올바름은 차별과 편견을 없애고 정확한 언어를 사용하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될 수 있다. 특히 미국 등에서 인종과 성별, 문화적 차이 등이 중요한 관심사였다면, 우리 사회에서는 여기서 머물지 않고 지역과 이념 대립을 토대로 한 정치적 편견과 차별을 없애는 데까지 관심사를 확장하는 게 반드시 필요하겠다.
“정치적 올바름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