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에스키모(이누이트)인은 북극, 캐나다, 그린란드, 시베리아의 북극 지방에서 어로·수렵을 하며 사는 사람들이다. ‘에스키모’란 말은 캐나다의 크리족 인디언이 ‘날고기를 먹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붙인 명칭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 같은 어원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논란이 있다. 에스키모들은 자신들을 지칭할 때 ‘사람’이라는 뜻의 이누이트(Innuit)를 사용한다. 에스키모인은 몽골계 종족으로 중키에 단단한 체구, 비교적 큰 머리와 넓고 평평한 얼굴이라는 신체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에스키모인은 한 씨족공동체가 수확을 많이 했을 때 사자를 보내어 이웃들을 초대하여 음식을 대접한다. 이때 음식을 함께 즐기면서 북의 선율에 맞추어 에스키모 댄스를 추는 것이 관례다. 또 에스키모인은 순록을 사냥해서 그 자리에서 머리를 잘라 버린다. 머리에 깃든 영혼이 이누아 곁으로 돌아가 재생하게 하기 위함이다. 바다표범의 방광을 보존했다가 1년에 한 번씩 바다에 던지는 제의가 있는데, 이것도 방광에 깃들어 있는 영혼을 이누아 곁에 돌려보내기 위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에스키모인의 세계관의 특징은 투쟁을 좋아하지 않고 모험을 하지 않으며, 한탄하지 않고 슬퍼하지 않으며, 자연에 순응하는 인생철학을 들 수 있다. 그래서 에스키모인에게는 인디언처럼 화려한 전쟁의 역사 같은 것이 없다.
이 책에는 까마귀가 친구 부엉이를 알록달록하게 칠해 주었지만 부엉이는 까마귀에게 까만 칠을 해 주어서 서로 앙숙이 되었다는 이야기 <까마귀와 부엉이>, 하나 남은 막둥이가 집을 나가서 다른 마을에 도착해서 식인 괴물을 죽이고 그 마을 처녀와 결혼해서 잘 살게 된다는 이야기 <막둥이>, 여자로 변한 여우가 아내의 뇌를 빼 가고 남편은 여우의 꾐에 빠져 아내에게 사슴의 뇌를 넣는 바람에 아내가 사슴으로 변하는 이야기 <사슴으로 변한 여자> 등 동물담 서른일곱 편, 일상담 아홉 편, 영웅담 일곱 편, 마법담 열네 편, 전설 한 편 등 예순여덟 편의 에스키모인 설화가 실려 있다.
200자평
우리 민족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여러 민족의 역사를 보유하고 있는 의미 있는 곳, 시베리아. 지역의 언어, 문화, 주변 민족과의 관계, 사회법칙, 생활, 정신세계, 전통 등이 녹아 있는 설화. 시베리아 소수민족의 설화를 번역해 사라져 가는 그들의 문화를 역사 속에 남긴다.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시베리아 설화가 그리스 로마 신화나 북유럽의 설화에 조금은 식상해 있는 독자들에게 멀고 먼 시베리아 오지로 떠나는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도와주길 기대한다.
옮긴이
한국외국어대학교 노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대학교에서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에 대한 연구로 러시아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청주대학교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며, 러시아 문화와 문학에 대한 글들을 발표하고 있다. 저서로는 ≪그림으로 읽는 러시아≫(2014), ≪러시아 명화 속 문학을 말하다≫(2010), 공저로 ≪나는 현대 러시아 작가다≫(2012), ≪내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음식≫(2010)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야쿠트인 이야기≫(2017), ≪유카기르인 이야기≫(2017), ≪북아시아 설화집 1(부랴트족)≫(2015), ≪현대 러시아문학과 포스트모더니즘≫ 제1권, 제2권(2014), ≪겨울 떡갈나무≫(2013), ≪금발의 장모≫(2013), ≪나기빈 단편집≫(2009) 등이 있다.
차례
동물담
대구와 고래의 논쟁
명예를 갈망하는 까마귀
작은 주민들
까마귀와 늑대
멧새 세 마리
까마귀와 부엉이
까마귀와 청설모
까마귀와 갈매기
물고기, 여우, 까마귀
까마귀 코시클리
까마귀와 여우
송아지와 새끼 여우
교활한 여우
거짓말쟁이 여우
송아지와 늑대
가마우지
큰사슴 아카나
쥐
해를 얻다
작은 딱정벌레 나그네
까마귀와 처녀
사람, 게, 까마귀
두 형제와 까마귀
까마귀가 결혼한 이야기
사냥꾼과 백곰
사슴 사육자와 늑대 가족
새끼 늑대
늑대와 물새
노인과 야생 사슴
다섯 아들
암곰이 훔친 소년
현명한 사슴 두 마리
까마귀 인피나
물범 나라에 놀러 갔던 사람
다섯 형제와 여자
고아
작은 나비와 티나기르긴
일상담
예멤쿠트
꾀돌이 쿠킬린
노파가 동물들을 속인 이야기
누나그미트의 고래
우카마난
심술궂은 노인과 쥐
버림받은 청년
우키바크의 질투쟁이와 그 아내
두 번째 아내
영웅담
사람과 독수리
사냥꾼과 독수리
독수리 둥지의 소년
막둥이
이수클리크
아하하나브라크
두 아내를 둔 사람
마법담
사람들은 전에 어떻게 살았는가
사슴으로 변한 여자
키크미라시크
신기한 소고
오 형제 중 막둥이
바다의 주인
아메크
아이마나나운
바다에서 길을 잃은 사람
날아다니는 샤먼들
불의 주인과 소년
카약시크비크
사라진 형제들
투명 인간
전설
카나크와 독수리들
해설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날 퉁구스 사람들이 툰드라의 주민들로부터 해를 훔쳐 갔다. 모든 동물들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살면서 더듬더듬 먹을 것을 찾아냈다. 살기가 힘들게 되었다. 그래서 육지 동물들과 새들은 대회의를 소집하기로 결심했다. 각각의 길짐승과 날짐승 종족 대표가 회의에 도착했다. 제일 현명하다고 여겨졌던 늙은 까마귀가 말했다.
“날개 있고 털 있는 형제들이여, 언제까지 어둠 속에서 지내야 한단 말입니까? 어르신들한테 듣기로는 우리 땅에서 멀지 않은 곳, 깊은 땅속에 우리한테서 빛을 훔쳐 간 퉁구스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 퉁구스 사람들은 흰 돌로 된 그릇에 커다란 빛나는 공을 보존하고 있답니다. 그리고 그 공을 그들은 해라고 부른답니다. 만약 그 해를 퉁구스 사람들한테서 빼앗는다면 땅은 빛으로 밝게 빛날 것입니다. 늙은 까마귀인 저는 해를 가지러 우리 중에 가장 크고 힘이 센 갈색 곰을 보낼 것을 조언하는 바입니다.”
-<해를 얻다>
어느 날 유목민이 사슴을 보러 나갔을 때 그의 아내한테 낯선 여자 한 명이 찾아왔다. 여주인은 손님을 반갑게 맞이했고 잘 대접했다. 음식을 먹고 나서 손님은 말했다.
“너무 일을 많이 하시나 봐요. 머리카락을 빗을 시간도 없는 것을 보니.”
주인이 대답했다.
“네, 빗질한 지가 너무 오래되었네요.”
손님이 말했다.
“머리를 이리 내미세요. 빗질을 해 줄게요.”
주인은 동의를 했고 손님은 주인의 머리를 빗질하기 시작했다.
손님이 주인의 머리를 빗는 동안 주인은 깊이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러자 손님은 담뱃대를 가져다가 귀를 통해서 머리 왼쪽에서 뇌를 꺼냈다. 그런 다음 머리를 돌려 놓고 귀를 통해서 머리 오른쪽에서도 뇌를 꺼냈다. 이후에 손님은 밖으로 나갔다. 여자는 잠이 깨서 일어서려고 했지만 일어설 수가 없었다. 머리가 너무 무거워져서 머리를 들 수가 없었다. 겨우 벽 쪽으로 다가가서 이럭저럭 불편하게 앉아서 자리를 잡았다. 남편이 돌아왔을 때 말을 할 수조차 없었다.
-<사슴으로 변한 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