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정체성과 사랑에 대한 끝없는 고민
– 무엇이 남자를 남자로 만들고, 여자를 여자로 만드는가?
1601년 사순절의 첫날인 재의 수요일 전날 밤, <헛소동> 공연을 마친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체임벌린 극단의 초라한 숙소에 뜻밖의 방문객 엘리자베스 1세가 나타난다. 자신의 연인이었던 에식스 백작의 사형 전날 밤, 잠을 이룰 수 없어 밤을 지내려고 그곳에 찾아온 것이다. 여왕의 방문은 예리한 재치와 날카로운 통찰력을 가진, 뛰어난 재능의 여자 역 배우 네드 로언스크로프트를 자극하고 젊은 극작가 셰익스피어의 상상력을 고무시킨다. 긴 밤을 보내며 펼치는 격렬한 논쟁 속에서 여왕, 배우 그리고 극작가는 자신이 연기했던 역할, 삶과 대결하면서, 정체성, 성 그리고 사랑에 관한 질문들과 씨름한다.
엘리자베스 1세는 왕으로서 위엄을 가졌고, 강력하지만, 슬픔을 보일 때는 고통을 드러내며 가련해 보인다. 여왕은 고압적이고, 우스꽝스럽고, 변덕스럽고, 모순과 질문으로 가득 차 있다. 네드는 아일랜드 전쟁에서 죽은 대장과의 동성애의 결과로 현대의 에이즈와 같은 매독으로 죽음이 임박했다. 이들의 감정적인 대화는 아이러니하게 서로의 닮은 점을 드러낸다. 무엇이 남자를 남자로 만들고, 여자를 여자로 만드는가?
에식스 백작의 사형선고 결정으로 고통스러운 여왕은 오락거리와 기분 전환을 위해서, 그리고 배우들은 여왕을 흥미롭게 하는 질문들을 밝혀내기 위해서 셰익스피어의 여러 희곡에서 짤막한 대사들을 인용해 낭독하거나 연기한다. 이 방식으로 배우들은 여왕에게 도발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에식스에 대한 동정심을 드러낸다. 여왕은 때로는 군주답게 명령하고, 위협하고, 또 때로는 그녀의 방어를 풀고 그녀 안의 여성적 느낌을 고백한다. 여왕은 여자로서의 열정을 느끼면서도, 왕국의 이익을 위해서 그 열정을 버린다. 여왕은 네드에게 말한다. “네가 날 여자가 되도록 가르친다면… 난 네가 남자가 되도록 가르치겠다.”
인상적인 등장인물들
≪영국 왕 엘리자베스≫는 2000년에 캐나다에서, 2009년에는 한국에서도 공연된 바 있다. 주연인 엘리자베스와 네드, 셰익스피어뿐만 아니라, 저마다 뚜렷한 개성을 가진 조연들이 무대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상호작용한다. 눈이 나쁘지만 유쾌한 재봉사, 과거를 추억하는 늙은 광대, 여자 연기를 하는 소년들, 여왕을 시중드는 백작 부인, 그리고 곰까지도 각자의 매력을 발산하며 극에 등장한다. 이 인물들 모두가 조화를 이루어 하나의 완성도 높은 극이 만들어졌고, 이제 이 인물들이 이 책 속에서 생명을 얻었다. 현대의 독자들과 연극 관객들 모두를 만족시켜 줄 작품이다.
200자평
연극 부문에서 캐나다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총독문학상을 수상한 티머시 핀들리의 희곡. 여자의 몸으로 남자인 척하며 사랑마저 마음대로 할 수 없었던 영국 왕 엘리자베스 1세. 남자의 몸으로 여자 역할을 연기하는, 동성애자 배우 네드 로언스크로프트. 그리고 이들을 지켜보는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
이들의 정열적이고 카리스마 있는 언어를 통해 사랑과 성의 본질, 정체성에 대한 인간적인 고뇌를 느껴 본다. 셰익스피어를 읽는 것이 아닌, 셰익스피어와 함께하는 창의적인 역작이다. 2000년에 캐나다에서, 2009년에는 한국에서도 공연된 바 있다.
지은이
티머시 핀들리는 ‘티프(Tiff)’라는 애칭으로 널리 알려졌고, 캐나다에서 가장 주목받고 사랑받던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많은 호평을 받은 소설들을 썼으며, 그중에는 최고 베스트셀러 ≪Headhunter≫, 길러 상(Giller Prize) 최종 후보작 ≪Pilgrim≫과 ≪The Piano Man’s Daughter≫가 있다. 특히 ≪The Wars≫는 1977년 소설 부문, 마지막 희곡 <영국 왕 엘리자베스(Elizabeth Rex)>는 2000년 연극 부문에서 캐나다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총독문학상(Governor General’s Award)을 수상했다. 그리고 희곡 <The Stillborn Lover>는 차머스 상(Chalmers Award)을 수상했다. 그는 1930년 캐나다 토론토 출생으로 소설가, 배우, 극작가로 활동했고, 2002년 6월 프랑스 프로방스에서 세상을 떠났다. ‘캐나다 훈장(Officer of the Order of Canada)’과 ‘프랑스 예술문학 훈장(Chevalier de l’Ordre des Arts et des Lettres)’을 받았다.
옮긴이
오경숙은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미국 뉴올리언스 대학교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 대학교 연극학과에서 예술 석사 학위(MFA)를 취득했다. 1999년부터 우석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0년 연극집단 뮈토스(Theatre Group Mythos)를 창단하고 극단 대표 및 연극 연출가로 활동 중이다. 연출 작품으로 <유형지(Le Bagne)>(2010), <영국 왕 엘리자베스(Elizabeth Rex)>(2009), <케렐(Querelle)>(2008),<엘렉트라(Electra)>(2008), <정화된 자들(Cleansed)>(2007), <리퀘스트 콘서트(Request Concert)>(2005), <뮈토스 3부작-트로이 원정/아가멤논의 귀향/신들의 선택>(2005), <레옹세와 레나(Leonce und Lena)>(2004), <트래비스티스-취리히 1917(Travesties)>(2004), <그리스 비극 3부작-전쟁과 살인 그리고 신>(2002), <말하는 여자(Dictee)>(2001), <말리나(Malina)>(2000), <딕테(Dictee)>(1998), <뮈토스의 사람들-이피게네이아>(1997), <리어 그 이후>(1996), <벽화 그리는 남자>(1995), <록 뮤지컬-로미오와 줄리엣>(1994), <클라우드 나인(Cloud Nine)>(1993), <리어(Timeless Lear)>(1992), <그리스 비극 2부작−사람들(The Greeks)>(1990)이 있다.
차례
지은이 서문
나오는 사람들
무대
프롤로그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8장
9장
10장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엘리자베스: 영국 왕 엘리자베스. (윌에게) 이게 네 제목이다. 영국 왕 엘리자베스, 여왕. 내 대사를 이렇게 말하라. “일생 동안, 내 왕국을 위해서, 난 왕자를 연기했다.” 그리고 내 대사를 이렇게 말하라. “내 왕국을 위해서, 난 사형집행관의 칼을 들어 올렸고 내가 키스하고 싶은 그곳에 내리쳤다.” 내 대사를 이렇게 말하라… 내 대사를 이렇게 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