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영화로 읽는 인공지능과 기억의 세계
인공지능이 인간의 기억을 대신하고 조작할 수 있을까? 인간은 기억을 통해 정체성을 유지하고, 과거를 해석하며, 미래를 설계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기억을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이 책은 인간과 인공지능의 기억에 대한 철학적·심리학적 논의를 바탕으로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기억의 문제를 분석한다. 기억은 단순한 정보의 저장이 아니라, 경험과 감정을 통해 형성되는 복합적 과정이다. 인간의 기억은 가변적이고 주관적이지만, 인공지능의 기억은 정밀하고 영구적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기억을 ‘의미’로서 해석하고, 감정과 연관 지을 수 있을까?
영화는 이러한 질문에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한다. <익스팅션>에서는 인간과 기계의 기억이 충돌하며 정체성이 흔들리고, <기억전달자>에서는 미래 사회에서 기억이 통제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엑스 마키나>와 <아이, 로봇>에서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정체성을 찾으며 인간과의 경계를 넘어서려 한다.
이 책은 열 편의 영화를 통해 인간이 기억을 어떻게 구성하며, 인공지능과 인간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를 탐색한다. 인간의 기억은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주관성과 감정을 내포한 존재의 근원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점점 인간의 기능을 대체해 가면서, 우리는 ‘기억’의 본질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200자평
인공지능이 인간의 기억을 대신할 수 있을까? 인간과 인공지능의 기억에 대한 철학적·심리학적 논의를 바탕으로 열 편의 SF 영화를 통해 기억과 정체성의 관계를 탐색한다. 인간의 기억은 감정과 주관성이 결합된 반면, 인공지능의 기억은 정밀하지만 비인격적이다. 하지만 AI가 점점 인간의 기능을 대체하면서 기억의 본질과 인간성의 의미를 다시 고민해야 한다.
지은이
송현희
전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에서 주로 강의하며, 현재 제주대학교, 경찰대학교, 충북대학교 등에서 <팡세아트스토리텔링>을 운영하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한남대학교에서 영미아동청소년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연구재단에서 지원받아 다양한 분야(인공지능, 바이러스, 혼, 좀비, 동서양의 문화 등)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실용영어, 영문학, 영어회화 등 영어 분야와 인문학, 영상문학, 다문화, 영화, 인간 심리 등 인간이 관련된 학문을 중점적으로 강의하고 있다. 아울러 문화재단, 교정시설, 군부대 등지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자문하며 심사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연구교수로서 국제학술대회를 기획하고 대회에서 발표도 하며 경험을 넓히고, 더 많은 학생과 문화를 체험하고자 강사로서 삶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지역(청주, 전주, 아산, 제주, 용인, 창원, 포항)에서 강의한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과 과목의 관계, 효율성 등을 동시에 연구하고 있다. 대전문화재단에서 생애 전환 문화예술학교의 프로그램을 모두 기획하고 강의를 진행했다(2018~2023). 청주소년원, 아산문화재단, 해커스, 옥스퍼드 등의 기관에서 연극, 시각디자인, 무용, 영화 전문가들과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강의하고 있다.
차례
인공지능이 인간의 기억을 탐하다
01 <익스팅션: 종의 구원자>: 반전된 기억이 만든 기계의 왜곡
02 <기억 전달자>: 과거와 미래 세대를 연결하는 기억
03 <업그레이드>: 반복된 기억이 만든 액션 실타래
04 <트랜센던스>: 자아를 넘어선 인공지능의 과욕
05 <그녀>: 현대 사랑의 비현실성과 외로움
06 <아이, 로봇>: 자유의지와 복종의 딜레마
07 <나의 마더>: 인공지능의 양면가치가 모성에 미치는 영향
08 <엑스 마키나>: 신의 기계, 인간을 위한 것일까
09 <원더랜드>: 인정하고 싶은 불완전의 기억
10 <크리에이터>: 인류 역사의 구원자로서 인공지능
책속으로
그리고 또 다른 왜곡된 진실은 그들의 이름이다. 그들은 ‘피터, 앨리스, 한나, 루시’로 이루어진 가족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그들에게 ‘성’은 없고 이름만 부여되어 있다.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는 흔한 이름이 그들에게 인간이라고 설정하게 해 두었지만, 이 이름 자체에서 그들이 인간이 아니었다는 또 다른 ‘이름짓기(naming)’의 함정에 빠지게 한 것이다. 인간과 기계(앞으로 로봇, 인공지능과 혼용)를 구분 짓는 것은 이름으로만 정의할 수는 없지만, 존재에 대한 의미는 이름 하나로도 이미 구분 짓기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이미 이 자체로 인류가 기계에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 인간이 만든 왜곡의 또 다른 이름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01_“<익스팅션: 종의 구원자>: 반전된 기억이 만든 기계의 왜곡 ” 중에서
이 영화의 인공지능 서사 구성에서 인공 피조물의 역할은 인류의 거울 혹은 타자로 기능하며 실재하는 인간의 세계는 이념을 프로그래밍한 인공 피조물보다 더 추악하고 불완전하게 그려진다. 그 안의 인간은 이 결핍이 문제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삶을 이어가다가 피조물의 가치관으로 자신과 피조물을 구분을 짓는 데에 실패한다(정혜원, 2023). 인간은 스스로 업그레이드되고 싶었지만, 스스로에게도 남에게도 그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기도 어려웠다. 이는 인간을 능가하는 기계의 승리일까? 아니면 인간이 자만한 한순간의 실수일까?
-03_“<업그레이드>: 반복된 기억이 만든 액션 실타래” 중에서
래닝 박사가 비키 몰래 써니를 만든 것은 로봇의 가능성과 자유의지를 믿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영화에는 ‘로봇 3대 법칙’이 나오는데, 이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아이, 로봇에서 언급된 내용으로 다음과 같다. 제1법칙: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되며, 위험에 처한 인간을 모른 척해서는 안 된다.’ 제2법칙: ‘제1법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제3법칙: ‘제1법칙과 제2법칙에 어긋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 이 영화에서 비키는 이를 다르게 해석하지만, 그 또한 이해가 가능하다.
-06_“<아이, 로봇>: 자유의지와 복종의 딜레마” 중에서
어떤 개념에 대해 실제 행동이 진행되면 그 감정은 전혀 다른 방향성을 띠기도 한다. 그래서 제임스-랑게 이론에서 신체적 반응으로 인한 지각이 바로 ‘감정’이라고 한 것은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 정의라고 보았다. 캐서린 헤일스가 감정이 ‘모성’과 ‘가족’이라는 서로 간의 의미와 행동의 전개에 따라 제대로 된 정의로 귀결된다고 본 것은 ‘감정’에 대한 새로운 의미가 될 수 있다. 극 중에서 코마 상태에 빠진 남자 친구 태주가 우주에 나가 있다는 전제로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정인의 예가 그러하다. 그녀는 태주를 기억하고 그 마음이 우주에 나가 있다는 전제 아래 기억을 공유하려고 한다. 하지만 정인은 진짜 태주를 만나는 순간, 자신이 만든 기억이 사라져 감정을 나누지 못하게 되자 당황한다.
-09_“<원더랜드>: 인정하고 싶은 불완전의 기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