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영화미술의 가치와 미학의 세계
100여장의 그림과 사진 통해 영화-미술의 관계, 영화미술의 정체성과 미학적 잠재성 일깨워
<오징어게임>과 에셔의 석판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과 호퍼의 회화 … 미술과 영화의 비밀스런 만남 드러내
유명 화가의 작품이 영화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드는지, 미술과 영화는 어떻게 교류하며 영감을 주고받는지, 영화를 관람하면서는 알 수 없었던 미술과 영화의 비밀스런 만남이 100여장의 컬러풀한 그림과 영화장면을 통해 드러난다. 『영화미술, 움직이는 회화』는 평면성이라는 매체 환경과 이미지 표현이라는 내적 구조의 유사성을 가진 영화와 미술을 영화미술로 융합해 미학적 세계를 들여다본다.
넷플릭스를 통해 최근 전 세계 OTT 시장을 휩쓴 <오징어게임>의 세트장은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의 석판화 ‘상대성’을 모티프로 했다. 이탈리아 호러영화 3대 거장으로 불리는 다리오 아르젠토(Dario Argento)의 1977년작 <서스페리아(Suspiria)>에서도 영화 속 괴상한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발레 학교 기숙사의 벽지와 바닥은 온통 에셔의 판화를 차용하고 있다.
앨프레드 히치콕의 <이창(Rear Window)>은 휠체어를 탄 사진작가가 맞은편 아파트를 주의 깊게 훔쳐보는 내용이다. 영화의 여러 장면은 리얼리즘 화가인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밤의 창가>를 떠올리게 한다. 2013년 개봉된 구스타브 도이치의 <셜리에 관한 모든 것>에는 호퍼의 <뉴욕의 방> 등 회화 13점을 영화 속 공간으로 치환하여 연대기로 재연하면서 실험적 이미지를 구현한다. 1982년 개봉된 영화 <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의 감독 리들리 스코트도 도시의 밤거리 장면에서 호퍼의 <밤샘하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차용했다. 호퍼의 작품은 아름다운 슬픔과 욕망 그리고 연극성 등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현대의 많은 영화 미술가들에 의해 영화 속으로 들어갔다.
미술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영화 속에서 미술작품이 소품이나 장식 역할을 하며, 내러티브의 극적 고조를 위해 사용되거나 주제나 캐릭터를 상징하는 모티브로 등장한다. 둘째는 영화 미장센의 극적인 내러티브 구현을 위해 회화 작품을 3차원 공간으로 재구축하여 사용하거나 실제 유명 건축의 조형 이미지를 차용하여 영화 공간을 구축한다. 마지막으로 영화 전반의 개성적인 화면 구성을 위해 회화 작품의 이미지 표현 방식을 영화 속에 그대로 녹여내기도 한다.
영화는 미술을 차용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미술의 영역을 확장한다. 미술은 영화 속에서 단순 복제되기도 하지만 3차원의 공간으로 변화되기도 하며 4차원의 예술로 승화되기도 한다. 영화와 미술은 평면성이라는 매체 환경과 이미지 표현이라는 내적 구조의 유사성이 있다. 이로 인해 서로 다양한 영감을 주고받는다. 영화미술에 대한 미학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200자평
유명 화가의 작품이 영화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드는지, 미술과 영화는 어떻게 교류하며 영감을 주고받는지, 영화를 관람하면서는 알 수 없었던 미술과 영화의 비밀스런 만남이 100여장의 컬러풀한 그림과 영화장면을 통해 드러난다. 평면성이라는 매체 환경과 이미지 표현이라는 내적 구조의 유사성을 가진 영화와 미술을 영화미술로 융합해 미학적 세계를 들여다본다. 영화와 미술의 관계와 영화미술의 정체성을 밝히고 현재와 미래를 위한 영화 ‘조형’ 미술로서 ‘영화미술’의 미학적 잠재성을 일깨운다.
지은이
심형근
서울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10년 동안 KBS한국방송의 프로덕션디자이너로 활동했다. 2007년부터 상명대학교에서 프로덕션디자인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방송무대디자인』(2013), 『프로덕션디자이너』(2014), 『채널 브랜드 아이덴티티 디자인』(2014)이 있다. 논문으로는 “프랑스 영화 <비인간 L’Inhumaine> 영화미술의 조형적 분석과 영화미술사적 의미 연구”(2012), “1920-1930년대 할리우드 영화미술의 아르데코스타일이 미국의 공간디자인에 미친 영향 연구”(2015) 등이 있다.
차례
머리말
1부 영화 ‘조형’ 미술로서 프로덕션디자인
01 미술·美術·Fine Arts
신과의 대화
신의 눈에서 인간의 눈으로
미술이라는 자아
02 미술과 영화
움직이는 회화
바로크 미술과 영화의 빛과 그림자
네덜란드 바로크와 키친 싱크
03 영화 ‘조형’ 미술
영화미술에서 조형의 문제
색채 ‘조형’ 언어
프로덕션디자이너 데이비드 와스코
형상화와 구성을 위한 선과 형태
2부 조형 예술로서 영화미술의 시적 가치
04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영화미술
데우스 엑스 마키나
멜리에스의 스펙터클
헤르만 바름의 표현주의
05 영화미술의 시적 가치
문화적 진보로서 아방가르드
아방가르드 영화의 등장
시네 플라스틱: 영화미술의 시적 가치
영화미술에서 시각적 가치를 위한 ‘표현’
영화미술에서 공간의 예술적 수용
06 영화미술의 공간과 장식
공간의 모더니즘과 장식의 아르데코
영화적 공간
재현을 위한 영화 공간
미학적 관점으로 영화 공간
영화적 장식
3부 디자인 유니버스: 로고스와 파토스
07 디자이너의 세계관
런던 킹스크로스역 9와 3/4승강장
스토리텔링의 시각화를 위한 디자인 유니버스
이데아와 스팀펑크 사이
스팀펑크의 대부 프로덕션디자이너 마크 카로
08 영화미술 콘셉트와 콘텍스트
콘셉트와 콘텍스트
디자인 콘텍스트
영화에서 신화와 기호
영화미술에서 기호의 문제
조형기호로 가득 찬 미장센: 프로덕션디자이너 안손 고메즈
09 내러티브 디자인의 미래
생각의 틀: 무엇을 보여 줄 것인가?
상상력에 확신을 가져라
포스트 시네 플라스틱 아트
포스트 시네마틱을 향하는 미래지향적 스토리텔러
알렉스 맥도웰의 디자인 유니버스: 월드 빌딩
참고자료
참고문헌
책속으로
조르조네의 비너스와 마네의 올랭피아는 누드를 공통적으로 그리고 있다. … 조르조네는 여신의 시선을 아래로 떨구어 관람객과의 시선을 마주치지 않도록 했다. 반면, 마네는 여신도 아닌 사람의 육체를 그렸으며 당당하게 인간으로서 그녀의 이름을 제목으로 붙였다. 심지어 그녀는 관람객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지 않은가. 이제 그림 자신이 관람객인 우리를 보고 있다. 예술 행위에서 작품과 관객으로 구분되었던 과거에서 조형 미술이 시대의 현장으로 뛰어들어 동시대의 인간들과 과감한 교류를 하게 되었다.
“01_미술·美術·Fine Arts” 중에서
영화 속 괴상한 사건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발레 학교 기숙사의 벽지와 바닥은 온통 에셔의 판화를 차용하고 있다. 에셔의 작품들은 영화 내러티브의 극적 고조를 위해 변형되고 강조되면서 영화 미장센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고 있다. <서스페리아>뿐 아니라 에셔의 판화는 많은 영화미술가들에 의해 차용된다. 국제적 신드롬을 기록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2021)도 에셔의 <상대성(Relativity)>(1953)이 중요한 감정적 공간을 위한 모티프로 등장한다.
“02_미술과 영화” 중에서
와스코는 웨스 앤더슨과 함께 색감이 돋보이는 명작 <로얄 테넌바움>(2001)의 미술을 책임졌다. 그는 데이미언 세이어 셔젤 감독의 영화 <라라랜드>(2016)의 프로덕션디자인으로 2017년 아카데미 미술상을 거머쥔다. 와스코는 로스앤젤레스의 신화적 이미지를 탐구한 에드 루샤와 데이비드 호크니 그리고 황홀한 색감으로 유명한 프랑스 야수파 화가 라울 뒤피와 같은 화가의 작품을 인용하기도 한다. 그는 <라라랜드>에서 영화세트장 뒤에서 벌어지는 판타지를 마치 라울 뒤피의 그림에서 튀어 나온 듯 화려한 색채로 그려냈다.
“03_ 영화 ‘조형’ 미술” 중에서
영화 속에는 6가지 모든 예술이 녹아 있어 마치 모든 예술을 담아내는 비빔밥과 같고, 시각적으로 영화를 인지하면 헤르만 바름의 말처럼 움직이는 회화처럼 보인다. 영화가 조형 예술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처럼 다른 조형 예술도 영화적 특성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영화 탄생 이전까지의 건축, 조각, 회화는 모두 정지된 상태를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영화의 움직임 표현은 이들 예술에게 새로운 아방가르드의 가능성을 열어 보여주었다.
“05_영화미술의 시적 가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