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실제로 서울 신촌에 있었던 사회과학 서점인 ‘오늘의 책’을 배경으로 극이 펼쳐진다. 교수와 불화 때문에 박사과정을 포기한 뒤 냉소적인 소설가로 변모한 현식, 독립영화 감독 재하, 일간지 문화부 기자 광석, 그리고 이들 모두가 사랑했던 유정은 91학번 동기 사이다. 대학 선배 지원과 결혼했던 유정은 지원이 죽은 뒤 사회과학 서점을 열기로 하고 개업 전에 동기들을 부른다. 현식과 재하, 광석이 차례로 서점에 모여 들고, 대학 시절 읽었던 책을 뒤적이며 과거를 회상한다. “80년대 선배들 눈에 우리는 학생운동 흉내 내는 어설픈 후배”였다는 자괴감과 “이제 고작 서른 넘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런 옛날 책들에 파묻혀서, 옛날 생각이나 하고 살겠다는 거냐”는 냉소가 겹치면서 ‘386 이후 세대’의 윤곽이 드러난다. 이들은 선배들에게는 어설프게 학생운동 흉내 내는 것처럼, 후배들에겐 낡은 정신에 매달려 폭력이나 일삼는 것처럼 비쳐진 중간 세대였다. 연극은 이들 세대가 겪어야 했던 갈등과 그로 인한 상처를 섬세하게 조명했다. 2006년 김재엽이 연출을 맡아 극단 드림플레이가 혜화동일번지에서 초연했다. 당시 4700여 권의 인문사회과학 서적으로 빼곡한 헌책방 ‘오늘의 책’을 무대에 재현해 화제가 됐다.
200자평
1990년대 학번들의 대학 시절을 둘러싼 자전적 이야기다. 사회과학 서점 ‘오늘의 책’에서 만난 주인공들이 ‘민족해방(National Liberation)’과 ‘민중민주(People Democracy)’, ‘국제사회주의(International Socialism)’ 진영으로 나눠 싸웠던 시절을 회고하며 1990년대 학생운동권 후일담을 들려 준다.
지은이
김재엽은 1973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양대학교 대학원 연극학과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연극실험실 혜화동일번지 4기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극단 드림플레이 대표를 맡고 있다.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대학 시절 연극 동아리 ‘문우극회’, ‘연극과 인생’에서 활동한 것을 계기로 연극을 시작했다. 1998년 <아홉 개의 모래시계>로 한국연극협회 창작극 공모에 당선, 2002년에는 희곡 <페르소나>가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하며 극작가로 등단했다. 극단 파크 창단 멤버로 2002년 <체크메이트>를 쓰고 연출해 연출가로도 데뷔했다. 2003년 인디 퍼포머 그룹 ‘드림플레이 프로젝트’를 창단해 <샹그릴라의 시계공>(2003), <아홉 개의 모래시계>(2003), <웃지 않는 공주를 위하여>(2003) 등을 써서 무대에 올렸다. <아홉 개의 모래시계>는 서울 프린지페스티벌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되어 넥스트웨이브페스티벌 ‘아시아 신세기 연극 열전’에 초청되었다. 드림플레이 프로젝트가 2005년 극단 드림플레이로 발전하면서 창단 공연으로 선보인 <유령을 기다리며>는 <햄릿>과 <고도를 기다리며>를 패러디한 상황 희극으로 거창국제연극제 대상과 연출상을 수상했다. 2008년 <누가 대한민국 20대를 구원할 것인가?>로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서 연출상을, 2011년 <여기, 사람이 있다>로 서울연극제 희곡상을 수상했다. 2013년 직접 쓰고 연출한 <알리바이 연대기>로 동아연극상 작품상, 희곡상, 남자연기상을 수상했다. 이 공연은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발표하는 ‘올해의 연극 베스트3’, 월간 ≪한국연극≫이 선정하는 ‘올해의 연극 베스트7’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 밖에도 <조선형사 홍윤식>(성기웅 작, 2007), <꿈의 연극>(스트린드베리 작, 2009), <장석조네 사람들>(김소진 장편 연작 소설, 2011) 등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시간’, ‘죽음’, ‘기다림’에 관한 철학적 우화에 바탕을 둔 재기발랄한 초기 작품에서 동시대 사회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와 변화를 모색하는 작품으로 관심을 확장해 왔으며 일상과 환상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동시대 현실 인식을 목표로 현재도 새로운 창작극을 활발히 선보이고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시간과 공간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오늘의 책은 어디로 사라졌을까>는
김재엽은
책속으로
재하: (≪살아남은 자의 슬픔≫ 표지를 넘겨 보고는) “유정 후배에게. 많이 알지는 못하지만 치열하게 고민하며 열심히 살려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사랑이 가득한 평등의 새 땅을 만들 때까지 언제나 함께합시다. 아직 동지라 부르기가 약간은 쑥스럽습니다. 빨리 속 시원히 동지라고 부를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시도 열심히 쓰세요. 마지막으로 생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민중 진군 12년 3월 31일 강지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