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900년도 초판본의 정확하고도 아름다운 부활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는 1900년 첫 출간 이후 1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 세계 독자로부터 엄청난 사랑을 받은 L. 프랭크 바움의 판타지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본래 평생 어린이를 사랑하고 아껴 온 바움이 어린이를 위해 쓴 이야기임은 틀림없으나, 어린이를 위해 썼다는 점만 지나치게 강조돼 120년 동안 변치 않는 생명력을 이어 온 고전으로서의 의미는 퇴색되고 말았다. 어린이는 물론 고전의 가치를 아는 성인 독자들도 향유할 수 있도록 원전의 품격을 살려 새롭게 선보인다.
축약, 발췌, 과장 없는 충실한 번역
지금까지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의 국내 번역서는 대부분 어린이를 위한 도서로서, 어린이가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축약해서 번역했거나 흥미로운 부분 중심으로 발췌해 번역한 것이 많다. 원전을 충실하게 번역한 책도 있으나, 이마저도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지나치게 의역을 많이 했거나, 어린이들에게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간결하게 번역했다.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의《오즈의 위대한 마법사》는 원저자의 의도를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 1900년도 초판본 원전의 표현들을 가감 없이 충실하게 살려 번역했다.
초판본 원전 삽화 148점 완전 수록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 1900년도 초판본 원전에는 윌리엄 W. 덴슬로의 삽화가 148점 실려 있다. 지식을만드는지식 고전선집의 이번 책은 덴슬로의 원전 삽화 전체를 12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여전히 그 가치를 만끽할 수 있도록 원전에 최대한 가까우면서도 아름답도록 세심하게 편집디자인해 올컬러로 수록했다.
영화 <오즈의 마법사> 스틸컷 수록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는 책 출간 이후 지금까지 영화와 뮤지컬, 드라마 등으로 수없이 재탄생했다. 그중 단연 최고로 평가받는 것이 1939년 MGM 제작, 빅터 플레밍 감독, 주디 갈런드 주연의 뮤지컬 영화다. 이번 책에는 이 영화의 포스터와 주요 장면 이미지 여덟 점을 책 속 대사와 함께 수록해 소설의 감동을 한 번 더 음미할 수 있도록 했다.
원고지 37매에 달하는 상세한 해설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는 미국 판타지 문학의 문을 연 소설이다. 바움은 당시 전통적인 동화의 주인공이었던 왕자나 공주, 요정과 같은 전형적인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삼지 않고, 그 대신 도로시라는 평범한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에 영향을 준 것은 같은 장르에서 큰 인기를 끈 영국 작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다. 그러나 바움은 이 책의 영향을 넘어서서 자신의 소설에 미국의 당시 현실을 반영하려 애썼다. 이 점은 20세기 중반 이후 학자들에 의해 더욱 크게 재조명되었고, 이러한 사회 정치적 해석은 독자들에게 작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당시 미국의 현실을 반영한 이 책은 또 한 발 나아가, 오늘에 이르러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매체의 형태로 독자와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작품으로 우뚝 섰다. 이처럼 이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미국적 가치를 넘어, 우리 모두에게 즐거움과 교훈을 전하는 보편적인 가치를 담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 밖에도 원고지 37매에 달하는 옮긴이 강석주 박사의 친절하면서도 충실한 해설을 통해 그동안 미처 몰랐던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도로시의 환상적인 여정
도로시는 헨리 아저씨, 엠 아주머니와 함께 사방을 둘러보아도 온통 회색빛인 미국 캔자스주의 한 시골집에서 살고 있다. 검정색 강아지 토토는 도로시마저 회색으로 변하는 걸 막아 주는 소중한 친구다. 그러던 어느 날, 도로시의 마을에 거대한 회오리바람이 몰아닥치고, 도로시와 토토는 집과 함께 통째로 바람에 들어 올려져 놀랍도록 아름다운 낯선 곳으로 옮겨진다.
“고향이 아무리 황량하고 우울해도,
살과 피를 가진 사람들은
그곳이 아무리 아름다운 곳이더라도 다른 나라보다는
고향에서 살고 싶어 해.
세상에 고향 같은 곳은 없어.”
헨리 아저씨와 엠 아주머니가 있는 캔자스 집으로부터 멀리 멀리 떨어져 버린 도로시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위대한 마법사 오즈가 있는 에메랄드성으로 향한다. 도로시와 토토는 길에서 뇌를 갖고 싶은 허수아비, 심장이 갖고 싶은 양철 나무꾼, 용기가 갖고 싶은 사자를 만나고, 그들과 친구가 되어 온갖 모험을 함께한다.
200자평
캔자스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도로시의 환상적인 여정,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가 1900년도 초판본 모습 그대로 정확하고도 아름답게 부활했다. 축약, 발췌, 과장 없는 충실한 번역, 초판본 원전 삽화 148점 완전 수록, 원고지 37매에 달하는 상세한 해설, 영화 장면 수록. L. 프랭크 바움이 인정할 단 하나의 한국어본이다.
지은이
L. 프랭크 바움(Lyman Frank Baum, 1856∼1919)
어린 시절, 약한 심장과 내성적인 성격 탓에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기보다 혼자서 공상을 즐겼다. 훗날 자신의 책이 120년이 넘도록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을까? 어른이 된 바움은 연극배우로 일하는가 하면 가게를 운영하기도 하고 신문기자, 잡지 편집장, 외판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41세가 되어서야 첫 책, 동화집 《엄마 거위 이야기》(1897)를 펴낸다. 이 책이 제법 성공을 거두자 그는 드디어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삽화가 윌리엄 W. 덴슬로와 협업하여 동시집 《아빠 거위, 그의 책》(1899년)을 펴내는데, 이 책이 인기를 모으자 이듬해 다시 덴슬로와 함께 새 책을 출간한다.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의 탄생이다. 1900년, 이 책은 처음 나오자마자 상상을 초월한 인기를 얻었다. 바움은 이후 열세 편의 오즈 시리즈를 더 썼다. 그 외에도 41편의 소설과 83편의 단편소설, 그리고 200편의 시를 썼다.
그린이
윌리엄 W. 덴슬로(William W. Denslow, 1856~1915)
뉴욕 국립 디자인 아카데미와 쿠퍼 유니온에서 잠시 수학하기도 했으나 대부분 독학으로 그림을 깨쳤다. 덴슬로가 바움을 처음 만난 것은 시카고 프레스 클럽에서였다. 덴슬로는 바움의 책 여럿에 그림을 그렸지만 뭐니 뭐니 해도 그의 이름을 지금까지 남게 한 것은 이 책,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1902년, 이 책의 무대화 작업을 하던 중 둘 간에 저작권료 분쟁이 일어나고 말았다. 결국 바움은 덴슬로를 작업에서 배제했고, 둘의 협업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옮긴이
강석주
서강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국립목포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크리스토퍼 말로−정치, 종교, 그리고 탈신비화》, 《셰익스피어의 문학세계》, 《전통 비극 담론의 보수성과 영국 르네상스 드라마》, 《무대 위의 삶 사랑 그리고 죽음》, 《영문학으로 문화읽기》(공저), 《21세기 영미희곡 어디로 가는가》(공저)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탬벌레인 대왕 / 몰타의 유대인 / 파우스투스 박사》, 《말로 선집−에드워드 2세 / 파리의 대학살 / 디도, 카르타고의 여왕》과 《오셀로》, 《베니스의 상인》, 《여우 볼포네》, 《말피 공작부인》 등이 있다.
이 책을 번역하려고 마음먹은 것은 대학에서 “영미 동화 읽기와 스토리텔링”이라는 과목에서 학생들과 책을 함께 읽고 강의하면서부터다. 책의 진가를 다시 깨닫자 원문을 제대로 번역하고 싶어졌다. 이후 오즈 시리즈를 계속 번역할 계획이다.
차례
들어가기 전에
제1장 회오리바람
제2장 먼치킨과의 만남
제3장 허수아비를 구한 도로시
제4장 숲속으로 난 길
제5장 양철 나무꾼을 구하다
제6장 겁쟁이 사자
제7장 위대한 오즈에게 가는 여행
제8장 죽음의 양귀비 꽃밭
제9장 들쥐의 여왕
제10장 성문지기
제11장 오즈의 놀라운 에메랄드시
제12장 사악한 마녀를 찾아서
제13장 친구들을 구하다
제14장 날개 달린 원숭이들
제15장 무서운 오즈의 정체
제16장 위대한 사기꾼의 마법
제17장 열기구가 떠오르다
제18장 남쪽으로
제19장 움직이는 나무들의 공격을 받다
제20장 우아한 도자기 나라
제21장 사자가 동물의 왕이 되다
제22장 쿼들링의 나라
제23장 착한 마녀가 도로시의 소원을 들어주다
제24장 다시 집으로
영화로 보는 오즈의 위대한 마법사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너에 대해 말해 줘. 네가 온 나라에 대해서도.” 도로시가 식사를 마쳤을 때 허수아비가 말했다. 도로시는 캔자스에 대해 모두 말해 주었고, 그곳이 온통 회색인 것과 어떻게 회오리바람이 자기를 이 이상한 오즈의 나라에 실어 왔는지 이야기했다. 허수아비는 가만히 얘기를 듣더니 말했다.
“네가 왜 이 아름다운 나라를 떠나 캔자스라는 황량한 회색 나라로 돌아가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
“그건 너에게 뇌가 없기 때문이야.” 도로시가 대답했다. “고향이 아무리 황량하고 우울한 곳이더라도, 살과 피를 가진 사람들은 아무리 아름답다 해도 다른 나라보다는 고향에 살고 싶어 해. 세상에 고향 같은 곳은 없어.”
2.
“이번 일로 나는 걷는 길을 잘 살펴봐야 한다는 걸 배웠어.” 양철 나무꾼이 말했다. “만약 내가 또 벌레를 죽이게 된다면, 난 분명히 다시 울 거고 눈물이 내 턱을 녹슬게 해서 말을 할 수 없을 테니까 말이야.”
그 이후로 양철 나무꾼은 줄곧 길을 내려다보며 조심스럽게 걸었고, 작은 개미가 기어가는 걸 보면 해치지 않으려고 그 위를 건너뛰곤 했다. 양철 나무꾼은 자신에게 심장이 없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 어떤 것에도 잔인하거나 불친절하게 대하지 않도록 조심했다.
“심장을 가진 너희들은,” 양철 나무꾼이 말했다. “안내받을 마음이 있어서 잘못할 염려가 없어. 하지만 내겐 심장이 없으니 정말 조심해야 해. 물론 오즈가 내게 심장을 주면, 나도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없지.”
3.
“저에게 뇌를 줄 순 없나요?” 허수아비가 말했다.
“너에겐 뇌가 필요 없단다. 넌 매일 뭔가를 배우고 있어. 아기는 뇌를 갖고 있지만, 아는 게 많지 않지. 경험이 지식을 얻는 유일한 방법이야. 오래 살면 살수록 넌 분명 더 많은 경험을 얻게 될 거야.”
(…)
“그럼 제 용기는 어떻게 하죠?” 사자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너에겐 용기가 충분해.” 오즈가 대답했다. “너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지. 위험이 닥쳤을 때 두려워하지 않는 생물은 없어. 진정한 용기는 두려울 때 위험에 맞서는 데 있지. 그리고 그런 용기를 너는 충분히 가지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