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은 ≪용도공안(龍圖公案)≫에 실린 100편의 이야기 중에 15편을 골라 실었다. 역자인 고숙희는 중국의 공안소설을 전공한 학자로, 공안소설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저술했으며, 공안소설전집의 효시라 할 수 있는 ≪백가공안(百家公案)≫을 ‘지만지’ 시리즈에서 번역한 바 있다. 공안소설의 성립과 발전에 대해서는 ≪백가공안≫의 해설이 잘 정리하고 있는 관계로, 이 책의 해설에서는 주로 ≪용도공안≫의 구조, 그리고 판본의 전래 상황에 대해서 서술했다.
책의 제목을 따져보는 것만으로도 이 책에 대해서 대략적인 설명을 할 수 있다. 일단 공안(公案)은 공무에 대한 문건인데, 여기서는 관아의 판결문을 뜻한다. 즉 범죄에 대한 내용과 그 판결을 담고 있는 문서다. 중국의 명나라 때에는 경제가 발전하고, 서민층의 삶이 안정됨에 따라 소설들이 널리 읽혔다. 이야기에 대한 욕구가 커진 것이다. 공안소설 역시 이때 유행한 소설의 일종인데,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범죄의 발생과 판관의 사건 해결을 다루고 있다. 공안소설은 저잣거리의 이야기, 민담, 설화 등을 토대로 삼고 있기 때문에 저자가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용도공안≫ 역시 그러하다.
용도(龍圖)는 이야기의 주인공, 그러니까 판관을 가리키는데 그는 바로 포증이다. 우리에게는 포청천으로 잘 알려져 있는 포증은 용도각직학사(龍圖閣直學士) 벼슬을 지낸 적이 있어 포 용도라고 불리기도 한다. 공안소설은 포증을 판관으로 삼는데, 송나라 때의 이름난 관리였던 그가 민간에서 신격화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어려운 사건이 발생해도, 지혜와 강직함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포증은 귀신을 부릴 정도로 전능한 인물이다.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잡아 줄 인물이 있기 때문에, 이야기들은 마음껏 뻗어나가며 사람들의 욕망을 반영한다. 사람들은 포증의 추상같은 판결에서 통쾌함을 느꼈겠지만, 그에 앞서 발생한 범죄, 즉 인간사의 어지러움을 다루는 이야기에서 호기심과 묘한 즐거움을 느꼈을 것이다. 특히나 불륜에 대한 이야기, 치정 살인 등이 많이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흥미로운 이야기를 읽으며 당대인들의 욕망, 생활상을 느껴볼 수 있다. 매력적인 옛이야기들이 오늘의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200자평
≪용도공안≫은 명나라 때 유행했던 범죄소설의 일종인 공안소설을 집대성한 작품이다.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은 송나라의 유명한 관리인 포증, 즉 포청천인데 그와 관련된 고사들, 혹은 저잣거리의 떠도는 이야기들을 빌어 당대인들의 사고와 생활상을 담아내고 있다. 때문에 소설의 뚜렷한 저자도 없을 뿐더러, 이야기의 구조가 정형화되어 있지만,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았던 작품답게 대단히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백가공안≫과 함께 읽는다면, 공안소설에 대해서 상당한 이해를 갖게 될 것이다.
옮긴이
고숙희(高淑姬)는 서울 출생으로,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 고전 소설을 전공했으며, 석사 논문으로 <≪요재지이(聊齋志異)≫에 나타난 여성인물 연구>, 박사논문으로 <포공 공안소설 연구(包公公案小說硏究)−≪백가공안≫과 ≪용도공안≫을 중심으로>가 있다. 교재용 저서로 ≪고대 중국의 문명과 역사≫(신성출판사, 2006)와 ≪중국고전산문읽기≫(신성출판사, 2006)가 있다. 번역서로는 ≪신 36계≫(프라임, 2006), ≪중국문화17−문학≫(대가, 2008), ≪백가공안≫(지만지, 2009)이 있다. 현재 대학에서 중국 고전 소설, 고전 산문, 중국 문화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차례
해설
1. 접적 나루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接迹渡)
2. 강가 정자에서 원혼을 만나다(臨江亭)
3. 피 묻은 적삼을 입은 채 거리에서 소리치는 사람(血衫叫街)
4. 그 요리사는 무슨 일을 벌인 것일까?(廚子做酒)
5. 여인, 못난 남편 만난 것을 원망하다(巧拙顚倒)
6. 귓가에 울리는 원혼의 소리(耳畔有聲)
7. 첩의 원혼이 두 아들을 데리고 꿈속에 나타나다(手牽二子)
8. 붉은 저고리의 여인, 사건 해결의 중심에 서다(紅衣婦)
9. 말하는 요강,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다(烏盆子)
10. 벌레 먹은 나뭇잎으로 사건을 해결하다(蟲跓葉)
11. 꿈속에서 아름다운 여인이 화답하다(移椅倚桐同玩月)
12. 과연 우산의 주인은 누구일까?(奪傘破傘)
13. 시계방, 숲 속으로 사라져버리다(廢花園)
14. 사건 해결의 열쇠, 벼 한 말 쌀 석 되(斗粟三升米)
15. 족자를 찢어서 고인의 뜻을 알아내다(撦畵軸)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부부의 인연은 하늘이 주관하는 것으로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잘난 것과 모자란 것은 상부상조하는 오묘함이 있으니, 어찌
사사로운 뜻을 개입시킬 수 있겠는가?
아름다운 아내가 남편을 가려서 얻으려 한다면 못난 남편은 어찌 아내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인가? 가정에 현명한 아내가 있으면 남편은 맨밥을
먹지 않는 법이다. 부부 인연의 훌륭함은 바로 이와 같은 것이다. 분별없는
여인의 혀를 더 이상 놀리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