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누구나 열심히 일하고 사이좋게 이익을 분배해서 모두가 잘살게 되는 사회. 모두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영원한 봄과 여름, 그리고 영원한 기쁨을 누리는 사회. 이런 꿈같은 이상향을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쳐 주는 작품이다. 레닌이 러시아 혁명을 결심하게 만든 혁명가의 필독서다.
인간 본성이 선한지 악한지에 대한 논의는 아주 오래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서양에서는 소크라테스나 루소가, 동양에서는 공자나 맹자가 인간의 본성은 지극히 선하며, 그 선은 타고나는 것이라 주장했다. 한마디로 인간은 생득적인 착한 성품을 지니고 태어나며, 인간이 악해지는 이유는 환경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똑같은 사고를 체르니솁스키의 작품 《무엇을 할 것인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체르니솁스키는 인간 본성이 원래 선하며, 인간이 사악한 행위를 하는 것은 사회가 그에게 자신의 욕구와 능력을 만족시킬 기회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사회가 개혁이 되어 배부르고 따스한 좋은 환경을 제공해 준다면 모두가 자신의 선한 본성으로 돌아가리라고 믿었다. 그는 낮은 차원에 머물고 있는 일반적인 민중이 쉽게 따라 할 수 있고, 그래서 ‘새로운 사람’이 될 수 있는 매뉴얼을 아주 자세하게 예를 들며 소개하기 위해 이 글을 썼다.
《무엇을 할 것인가?》는 베라 파블로브나라는 젊고 똑똑한 중산층 계급의 여자가 잡계급 지식인 출신의 로푸호프와 그의 친구 키르사노프를 만나 지적, 사회적, 혁명적으로 성숙해 가는 성장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1860년대의 세대들에게 다가올 미래에 있을 유토피아적인 청사진을 보여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 미래를 지상에 실현하기 위해 ‘지금’ 무엇을 할 것인가와 또 그 ‘무엇’이란 단기 목표를 어떻게 하면 성취할 수 있을 것인가를 등장인물인 ‘새로운 사람들’의 예를 통해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각각의 상황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등의 커다란 목표에 대한 해답뿐만 아니라, 식생활, 의생활, 결혼 생활, 삼각관계, 이익 분배 등 개인적·사회적 차원의 제반 문제에 관한 해답이 상세히 제시되어 있다.
러시아 혁명의 시작부터 소비에트 정권이 붕괴할 때까지, 체르니솁스키는 혁명과 소비에트 정권의 상징이자 우상이었고, 1860년대 과격한 잡계급 출신의 인텔리겐치아들뿐만 아니라, 그 후의 모든 혁명가들과 소비에트 러시아의 엘리트들에게 찬양과 감탄의 대상이었다. 그들에게 《무엇을 할 것인가?》는 예술 작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혁명적 선전이었고, 목표와 목표 달성을 위한 행동 지침서였다. 그것이 작가 체르니솁스키의 의도였으며, 당대 급진적인 젊은 독자들과 후대의 혁명가들도 작품 속 등장인물들을 자신의 모범으로 삼아 그들의 행동 방식과 사고방식을 모방하고자 노력했다.
18세기 이후 러시아 문학계를 주도한 귀족 작가들이 보여 주었던 ‘잉여 인간’의 전통을 확립한 카람진의 《카람진 단편집》, 이러한 ‘잉여 인간’에 반박하여 ‘새로운 사람’들의 이상적인 모습을 제시한 체르니솁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 그리고 이 《무엇을 할 것인가?》의 이상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한 도스토옙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을 함께 비교해서 읽어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 될 것이다.
200자평
러시아어 원전 최초 번역.
레닌이 러시아 혁명을 결심하게 만든 혁명가의 필독서.
이상향의 실현을 위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예술 작품이라기보다는 하나의 혁명적 선전으로 당대의 급진적인 젊은 독자들과 후대의 혁명가들에게 지침이 되었던 작품. 《무엇을 할 것인가?》는 베라 파블로브나라는 젊고 똑똑한 중산층 계급의 여자가 잡계급(разночинцы) 지식인 출신의 로푸호프와 그의 친구 키르사노프를 만나 지적, 사회적, 혁명적으로 성숙해 가는 성장소설로, 꿈같은 이상향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쳐 준다.
지은이
니콜라이 체르니솁스키는 19세기 러시아 사상계를 대표하는 급진적인 정치적 사상가이며, 문학 비평가이자 과격한 혁명가이고 소설가에 영향력 있는 저널리스트다. 체르니솁스키는 1828년 7월 28일 볼가강 근처의 중부 도시 사라토프의 한 성직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대학 시절 그 유명한 페트라솁스키 서클에서 활동하면서 러시아, 프랑스, 독일에서 출판된 많은 사회학 서적을 섭렵했으며 1853년 당대의 급진적 문학잡지인 《동시대인》에 기고하며 문학적 활동을 시작한다. 그는 이 잡지를 통해 1860년대의 급진주의적인 젊은 세대들에게 과격한 진보주의적 사상과 미래에 다가올 이상적 사회와 인간상, 그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현재의 삶의 목표와 실천해야 할 점 등을 설파했다.
1862년 혁명적 사상을 고취하던 잡지 《동시대인》은 8개월간 출판 정지를 당하고, 과격한 선동 정치의 선봉에 서 있던 체르니솁스키는 체포되어 페트로파블롭스크 형무소에 투옥된다. 1863년 이 감옥 생활 중 그의 대표적인 사회·정치소설 《무엇을 할 것인가?》를 《동시대인》에 연재한다. 기나긴 복역과 유배 끝에 1889년 6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으나 체르니솁스키는 지금까지도 러시아 과격파와 공산주의자들에게 숭배와 영감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옮긴이
김정아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서울대학교 박사 과정 중 미국으로 유학 가서, 일리노이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ᐨChampaign) 슬라브어문학부 대학원에서 슬라브 문학으로 석 ·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부전공으로는 폴란드 문학을 공부했다. 박사 논문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에 나타난 숫자와 상징〉이며, 다수의 소논문을 국내외 언론에 발표했고, 서울대학교 등에서 문학을 강의했다. 《죽음의 집의 기록》 《지하생활자의 수기》 《도박사》 《학대받고 모욕받은 사람들》 《미성년》 《온순한 여자/우스운 사람의 꿈》(이상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집에서 한 남자가 나왔다》(다닐 하름스), 《부실한 컨테이너》(미하일 조셴코), 《되찾은 젊음》(미하일 조셴코), 《카람진 단편집》(니콜라이 카람진) 등의 역서와 《패션 MD1 : 바잉 편》, 《패션 MD2 : 브랜드 편》, 《패션 MD3 : 쇼룸 편》, 《모칠라 스토리》 등의 저서가 있다. 오디오북 《100인의 배우 세계문학을 읽다》에 〈코〉(니콜라이 고골), 〈우스운 사람의 꿈〉(표도르 도스토옙스키)의 역자로 참여했다. 20세기 소비에트 문학과 소비에트 여성의 문제, 그리고 유토피아 문학에 관심을 두고 연구하고 있으며,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소비에트 시기 문학 작품의 번역을 준비하고 있다.
지식을만드는지식에서 앞으로 100년 갈, 도스토옙스키의 4대 장편을 번역하고 있다. 《죄와 벌》(2020년 출간), 《백치》(2021년 출간), 《악령》(2023년 출간),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출간 예정)
차례
프롤로그
제1장 부모 집에서의 베라 파블로브나의 삶
제2장 첫 번째 사랑과 합법적인 결혼
제3장 결혼 생활과 두 번째 사랑
제4장 두 번째 결혼 생활
제5장 새로운 사람들과 대단원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베라 파블로브나, 만약 당신의 흠을 말하라 한다면, 그게 당신을 더 기쁘게 한다면 그러지요. 당신의 성격에는 여성스러움이 상당히 부족해요, 베라 파블로브나. 당신이 하는 말들은 완전히 남성적인 생각들이에요.”
“아, 내 사랑, ‘여성적’이라는 게 대체 무슨 의미죠? (…) 왜 사람들은 우리가 여성스럽게 남아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거죠? 그건 정말 어리석은 일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내 사랑?”
“어리석은 일이에요, 베로치카. 아주 저속하고 천박한 것이기도 하고요.”
“그렇다면 내 사랑, 나는 이제 더 이상 여성스러움에 대해선 신경 쓰지 않겠어요. 그러니 드미트리 세르게이치, 우리들이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완전히 남성적인 나의 생각들을 당신에게 말씀드리겠어요. 우리는 친구가 될 겁니다. (…)”
2.
“훌륭한 사람들에 의하면, 우리가 알고 있는 다른 어떤 방직공장에서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이익이 재봉사 여러분에게 돌아가는 그런 방직공장을 세우는 것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이 정말인지 한번 시험적으로 해 보고 싶었습니다. 첫 번째 달의 결과를 보고 판단할 때, 그것은 충분히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러분께는 정확히 약속한 임금이 지급되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여러분께 말씀드리려는 것은, 여러분의 임금과 다른 모든 비용을 제하고도 여기 이렇게 많은 돈이 이익금으로 내 수중에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
“자, 여러분 보세요.” 그녀가 계속해서 말했다. “이렇게 많은 돈이 내 손에 남아 있습니다. 이제 이것을 가지고 무엇을 해야겠습니까! 나는 재봉사 여러분들의 노동으로 벌어들인 이윤이 바로 여러분들 자신의 손에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 이 방직공장을 세웠습니다. 그러므로 이 잉여의 이익을 여러분에게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이번에는 처음이니 여러분 모두에게 다 똑같이 나누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후에는 더 좋은 이익 분배 방법이 있는지, 아니면 여러분에게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함께 생각해 봅시다.”
처음 얼마간 재봉사들은 너무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하더니, 다음 순간에는 감사의 말을 쏟아 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