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범죄소설의 원류, 공안소설
≪백가공안(百家公案)≫은 중국의 대표적인 공안소설(公案小說)이다. ‘공안’은 보통 사건과 관련된 관부(官府)의 공문서나 판결문, 그리고 민사/형사사건을 포함한 소송사건을 의미한다. 때문에 공안소설 역시 소송사건을 근간으로 하며, 청관(淸官)이 법에 근거해 사건을 처리하고 판결하는 것을 주 내용으로 한다. 공안소설은 현실세계의 반영이라는 소설적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며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불가피하게 출현하는 대립, 갈등의 생생한 모습과 그로 인해 발생한 사건들을 그려나간다. 이것이 바로 공안소설의 중심 제재이다. 기타 소설 양식에 비해 현실과 시대에 강하게 밀착해 있으며,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민중의 희망과 이상을 극명하게 반영하는 것이다.
공안소설은 구조상 크게 사건 발생 부분과 판결(해결)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사건 발생 부분에서는 범인과 범죄행위가 드러나고, 그것이 소송사건으로 연결된다. 사건 판결 부분에서는 소송이 본격적으로 진행되어 판관의 사건 심리와 추리, 사건 해결, 그리고 형벌이 포함된 판결이 내려진다. 때문에 공안소설로서의 모습을 갖춘 작품에 있어서 분쟁성을 지닌 사건과 소송, 판결은 필수 요소라 할 수 있다.
명대(明代)에 이르러 ‘공안’이라는 명칭을 내건 12종의 공안소설 전집(公案小說專集)이 대거 등장해 공안소설계에 일대 변혁이 일어났다. 명대에 공안소설 전집이 대거 출현하고 번성했던 것은 출판업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본래 명 중엽부터 출판업이 성행해 소설의 발전과 전파를 촉진시켰는데, 공안소설 역시 이러한 시대적 흐름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소설과 출판은 상호 불가분의 관계여서 소설의 번영은 출판업을 흥성시키고, 출판의 성행은 소설을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당시 서방(書坊)이라는 곳에서는 책을 인쇄해 판매하는 일을 했다. 서방의 주인들은 공안소설이 서민의 관심을 끌자, 자신들의 이익을 꾀하고, 동시에 백성에게 법률 지식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문인을 고용해 공안소설집을 편집했다.
≪백가공안≫은 첫 번째 공안소설 전집이라는 의의를 지닌다. 전체 내용상 송대(宋代)의 간관(諫官)이었고, 후대에는 청관 내지 판관(判官)으로 널리 명성을 떨친 포공(包公)을 중심인물로 삼고 있다. 민간 전설이나 문학 양식을 통해 전해지던 포공의 고사를 흡수해 포공을 사건 해결의 일관된 주체로 삼아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각양각색의 범죄 사건과 그 해결을 다룬 일종의 ‘사회 범죄 소설집’이라 할 수 있다. 안우시라는 생평이 뚜렷하지 않은 인물이 포공의 고사를 편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공이라는 실존 인물과 관련된 고사를 문학적으로 형상화
≪백가공안≫의 주인공인 포공(包公, 999∼1062)은 중국의 대표적 청관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후스(胡適)는 <삼협오의서(三俠五義序)>에서 포공을 언급하면서 예로부터 전해지는 다수의 훌륭한 판결 고사가 모두 그의 업적으로 돌려졌다며, 그를 ‘중국의 셜록 홈스’라고 칭했다.
포공은 실존 인물이었으나 판관으로서의 차별적인 행적과 그에 대한 민중의 믿음에 힘입어 문학의 영역으로 진입해 예술적으로 형상화되었다. 그는 역사적 인물이지만, 실제로는 역사서보다 문학작품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그의 행적들은 주로 일반 백성의 입을 통해서 전해졌으며, 예술가들이 그것을 작품화시켜 세상에 알렸다. 포공은 송·원대 화본과 희문(戱文), 잡극에서부터 명·청대 사화(詞話)와 전기(傳奇), 소설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해서, 일종의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다.
200자평
명대의 대표적인 공안소설(公案小說). 중국의 전설적인 판관인 포공의 고사를 엮어 놓은 책으로, 범죄를 둘러싼 당대의 사회 풍속도를 엿보게 한다. 불륜에 의한 치정극, 형제간의 유산 배분으로 인한 다툼, 이웃 간의 시기와 질투로 인한 범죄 등, 사람들의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독자들이 명판관의 이야기를 선망하는 것은 세상사의 시비를 가리기 어렵다는 것, 혹은 어려운 일이 그만큼 많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리라. TV 시리즈를 떠올리며 복잡한 인간사에 대한 포공의 명쾌한 판단을 살펴보자
옮긴이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중문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중앙 승가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동서양 고전을 즐겨 읽으면서 동서양 소통을 주제로 한 대중적 글쓰기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18세기 한중 사회의 다양한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소소한 글쓰기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법의학과 전통 시대 동아시아 재판 서사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저서로는 ≪고대 중국의 문명과 역사≫와 ≪중국 고전 산문 읽기≫가 있고, 역서로는 ≪송원화본(宋元話本)≫(공역), ≪중국문화 17 : 문학≫, ≪용도공안(龍圖公案)≫, ≪원서발췌 열두 누각 이야기(十二樓)≫, ≪新 36계≫, ≪해국도지(海國圖志)≫ 一(공역), ≪해국도지(海國圖志)≫ 三(공역) 등이 있다.
차례
제1회 영주 들판의 사당을 불태우도록 판결하다(判焚永州之野廟)
제11회 비석 재판으로 객상의 천을 찾아내다(判石牌以追客布)
제27회 유씨의 계약 문서에 대한 판결을 내리다(判劉氏合同文字)
제31회 사당의 신에게 칼과 족쇄를 채워서 아이를 살려내도록 하다(鎖大王小兒還魂)
제36회 손관이 동순의 처를 살해한 사건을 판결하다(判孫寬謀殺董妻)
제38회 왕만이 객상의 재물을 빼앗은 일을 판결하다(判王萬謀客人財)
제40회 돌 요괴가 금병을 훔쳐간 괴이한 사건을 해결하다(斬石鬼盜甁之怪)
제50회 시동이 주인을 대신해 억울함을 풀려는 사건을 판결하다(判琴童代主伸冤)
제53회 의로운 여인이 전남편을 위해 복수를 하다(義婦爲前夫報仇)
제59회 동경에서 유 부마 관련 사건을 판결하다(東京決判劉駙馬)
제64회 남편을 죽이려 한 음란한 여인을 사형에 처하다(決淫婦謀害親夫)
제67회 하인 원씨를 처형하고 양씨를 석방하다(決袁僕而釋楊氏)
제73회 진주에서 조 황친을 참수하도록 판결하다(陳州判斬趙皇親)
제75회 인종 황제가 친어머니를 만나게 된 사건을 판결하다(判仁宗認李國母)
제76회 오씨 남편의 분명치 않은 사인을 파헤치다(判阿吳夫死不明)
제77회 양씨의 전남편 모살 사건을 파헤치다(判阿楊謀殺前夫)
제86회 몽둥이를 바친 벙어리에게 재산을 나누어주도록 판결하다(斷啞子獻棒分財)
제88회 늙은 개가 남편으로 변신한 기이한 사건을 판결하다(判老犬變夫之怪)
제89회 유 노파가 사나운 호랑이를 고소하다(劉婆子訴論猛虎)
제91회 복안이 남몰래 소 혀를 자른 사건을 판결하다(斷卜安偸割牛舌)
해설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벙어리가 사정을 호소하나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현명한 관리가 판결을 내리니 모든 이들 존경을 표하네.
악행을 저질러도 하늘이 징벌하지 않는다고 그 누가 그랬던가,
징벌이 빨리 오고 늦게 오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