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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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누각 이야기(十二樓)≫는 청대의 저명한 희곡 이론가이자 비평가이며 소설가이기도 했던 이어(李漁)의 단편소설집이다. 현존하는 이어의 소설 중에서 가장 완전무결한 작품으로, 제목이 시사하듯 열두 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각 편마다 누각이 등장해 전체 작품이 연관성을 띠고 있어서 ≪열두 누각 이야기≫라는 제목이 붙여진 것이다. 이 소설집은 ≪각세명언(覺世名言)≫이라고도 부른다. 이어가 각세패관(覺世稗官)이라고 자칭하며, 작품 내용에 권선징악적인 사상을 투영했기 때문이다.
≪열두 누각 이야기≫의 제재는 상당히 다채롭다. 등장인물을 보면, 고관대작에서 미천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두루 형상화했고, 그 내용에 고상하면서도 속된 이야기를 모두 수용해 이야기 구성이 흥미로우면서도 생동감이 느껴진다. 또한 이야기의 줄거리 안배 역시 뛰어나서 읽는 이들로 하여금 새로우면서 기이한 체험을 하게 할 정도다.
이어는 ≪열두 누각 이야기≫의 매 도입부에서 인정세태(人情世態)나 인간의 도리 등 전체 이야기의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대부분 송대, 원대, 명대의 사건을 배경으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거나 처지와 운명, 이상 등을 묘사했다.
열두 편 이야기는 <합영루(合影樓)> 3회, <탈금루(奪錦樓)> 1회, <삼여루(三與樓)> 3회, <하의루(夏宜樓)> 3회, <귀정루(歸正樓)> 4회, <췌아루(萃雅樓)> 3회, <불운루(拂雲樓)> 6회, <십근루(十巹樓)> 2회, <학귀루(鶴歸樓)> 4회, <봉선루(奉先樓)> 2회, <생아루(生我樓)> 4회, <문과루(聞過樓)> 4회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는 열두 편의 이야기 중 다음 세 편을 소개했다.
<합영루>: 남녀 사이에는 경계가 있어야 한다
원수처럼 지내 온 두 집안의 남녀가 물에 그림자를 띄워 사랑을 나눈다. 틀에 찍어 낸 듯 꼭 닮은 외모가 단번에 서로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남녀수수불친(男女授受不親)’이라 그렇게 경계하고 또 경계했건만 둘의 그림자까지 단속하진 못해 결국 일을 만들었으니, 이렇게 된 바에야 아이들을 탓하는 것도, 그 부모를 욕하는 것도 다 쓸데없다.
<탈금루>: 혼인을 결정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부부가 어렵게 어여쁜 두 딸을 얻었으나 혼인을 결정할 때 신중하지 못해 소송에 휘말리고 말았다. 부모의 경솔함이 두 딸을 비운에 빠뜨렸으나, 신중한 관리가 나서 두 여인에게 좋은 짝을 찾아 주니 만사가 겨우 제자리를 찾게 된다. 자고로 혼인은 ‘인륜지대사’라 결정에 신중해야 하는 법이다.
<십근루>: 좋은 기회와 인연은 오래 기다려야 얻는 법
선인으로부터 ‘열 번의 합환주’를 예고 받은 젊은이가 있다. 열 명의 처첩을 얻어 백년해로할 줄 알았더니 아홉 번의 실패 끝에 겨우 짝을 얻을 운일 줄이야. 오래 참고 기다려 겨우 짝을 만났으니 그 애틋한 정이 더욱 깊을 수밖에. 역시 좋은 기회와 인연은 오래 기다려서 얻어야 하는 법이다.
200자평
청대 희곡 이론가이자 비평가인 이어의 단편소설집. 제목이 시사하듯 총 열두 편의 이야기에는 각각 누각이 등장하고 있다. 독립된 이야기들이 전체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구성이다. 다양한 등장인물, 다채로운 제재, 통속적인 문체가 조화돼 권선징악을 주제로 인정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여기에는 특히 남녀 애정과 혼인에 대해 이야기한 <합영루>, <탈금루>, <십근루> 세 편을 엮었다. 우리는 이 세 편의 이야기에서 ‘남녀 사이에는 경계가 있어야 하고(<합영루>), 혼인을 결정할 때는 신중해야 하며(<탈금루>), 좋은 기회와 인연은 오래 기다려 얻는 법(<십근루>)’이라고 충고하는 이어의 목소리와 만날 수 있다.
지은이
이어(李漁, 1611~1680?)는 청나라 때의 저명한 희곡 이론가이자 희곡과 소설의 작가이기도 하다. 자는 입옹(笠翁)으로 절강성(浙江省) 난계현(蘭溪縣) 출신이다. 전당(錢塘)에 산 적이 있어서, 이어가 전당 사람이라고 하는 이도 있다. 이어는 자칭 호상입옹(湖上笠翁)이라 했고, 수암주인(隨菴主人), 신정객초(新亭客樵)라고도 했다. 명나라 신종(神宗) 만력(萬曆) 39년(1611년)에 치고(雉皐)에서 출생했으나, 그가 세상을 떠난 해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청나라 강희(康熙) 16년(1677년)까지는 생존해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그는 금릉의 별장에서 지낼 때, 그곳의 이름을 ‘개자원(芥子園)’이라 하고 그곳에서 열었던 책방 역시 ‘개자원’이라 불렀다. 이 ‘개자원’에서 출판된 책들은 지금까지도 널리 이름이 알려져 있다.
이어는 젊어서 누차 과거 시험에 떨어지자, 청 왕조가 들어서서는 출사의 뜻을 접고 여러 지역을 편력하며 많은 명사들과 교류했다.
명나라 말엽에 문학 활동을 시작했는데 특히 소설과 희곡에 재능이 있었다. 일찍부터 가기(家妓)들에게 희곡을 연습시켜 여러 지역에서 공연을 해 희곡 창작과 연출에 풍부한 경험을 쌓기도 했다. 그의 희곡 작품으로는 <내하천(奈何天)>, <비목어(比目魚)>, <신중루(蜃中樓)>, <연향반(憐香伴)>, <풍쟁오(風箏誤)>, <신란교(愼鸞交)>, <황구봉(凰求鳳)>, <교단원(巧團圓)>, <옥소두(玉搔頭)>, <의중연(意中緣)> 등의 ≪입옹십종곡(笠翁十種曲)≫이 유명하다.
이어의 희곡 작품은 남녀 간의 진한 애정극이나 골계극이 주를 이루어 내용과 대사가 음탕하며 저속하다는 평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작품은 누구나 알기 쉽게 통속적이었고 평범치 않은 제재를 활용했으며, 새롭고도 독특한 풍치와 생동감이 넘쳐흘렀다. 게다가 날카로운 풍자성을 드러냈고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상연에 적합한 장점을 지녔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어는 희곡의 비평과 이론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는데, ≪한정우기(閑情偶寄)≫에 그의 희곡에 대한 이론이 잘 나타나 있다.
이어 이전에도 명대에서 청대에 이르기까지 희곡 이론을 전개한 이들이 있었지만, 이어는 극본의 창작에서 연출에 이르기까지 희곡 전반에 걸쳐 체계적이며 계통적인 이론을 전개했다. 그는 희곡의 연출, 구성, 음률, 빈백(賓白), 무대 설치와 도구 등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두루 다루었으며, 일반적으로 희곡을 평가할 때 곡사(曲辭)와 음률에 중점을 두는 데 반해, 이어는 실제 무대 연출을 전제로 희곡의 구성이나 대사의 사용, 사건 전개, 연출 효과 등을 모두 중시했다. 이어는 희곡뿐 아니라 소설에서도 두각을 드러내, ≪무성희(無聲戱)≫와 ≪열두 누각 이야기(十二樓)≫ 등의 단편소설집과 장편소설 ≪합금회문전(合錦回文傳)≫을 창작했다.
옮긴이
고숙희(高淑姬)는 서울 출생으로, 성균관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고전 소설을 전공했으며, 석사 논문으로 <‘요재지이(聊齋志異)’에 나타난 여성 인물 연구>, 박사 논문으로 <포공 공안소설 연구(包公公案小說硏究)−‘백가공안’과 ‘용도공안’을 중심으로>가 있다. 교재용 저서로 ≪고대 중국의 문명과 역사≫(신성출판사, 2006)와 ≪중국 고전 산문 읽기≫(신성출판사, 2006)가 있다.
번역서로는 ≪신 36계≫(프라임, 2006), ≪중국 문화 17−문학≫(대가, 2008), ≪백가공안≫(지만지, 2009), ≪용도공안≫(지만지, 2010)이 있다.
현재 대학에서 중국 고전 소설, 고전 산문, 중국 문화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
차례
첫 번째 이야기, 합영루(合影樓)
제1회 간통과 도둑질을 방지하려고 애써 모습을 감추었으나, 정욕이 끓어올라 무심코 모습을 드러내다
제2회 질책당한 노인은 대신 경사스러운 일을 도모하고, 버림받은 아가씨는 상사병에 걸리다
제3회 교묘한 계략에 빠져 사랑하는 딸을 중매쟁이 집으로 시집보내고, 기이한 인연을 맺어 줌으로써 중매쟁이는 사랑하는 딸에게 사과를 하다
두 번째 이야기, 탈금루(奪錦樓)
제1회 딸 둘을 낳아 연이어 네 가문과 약혼을 하고, 아내 둘을 얻으나 도리어 홀아비 팔자를 못 면하네
여덟 번째 이야기, 십근루(十卺樓)
제1회 영험한 취선(醉仙)이 편액에 글을 쓰고, 어렵사리 계획을 세워 훌륭한 사위는 혼례를 마치네
제2회 우쭐대던 젊은이는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고, 기이한 고통 겪던 석녀에게 전대미문의 일이 발생하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세상에서는 사랑의 길을 막아 버려
남녀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그들 사이에 깊은 도랑을 파서
평생토록 시비가 끊이질 않네.
도랑이 깊어 말썽이 생길지도 모르고
물이 가득해 사랑의 감정이 지나치게 격렬하며,
초록빛 물결은 홍랑(紅娘)이 되려 하니
황제의 도랑에서 먹 향이 흘러나오는 것이 보이지 않는가?
−<첫 번째 이야기, 합영루(合影樓)>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