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쇼펜하우어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세계를 표상의 세계라고 규정하는데, 그에 따르면 존재하는 세계의 모든 사물들은 우선적으로 표상으로서 드러나게 된다. 시간과 공간 그리고 인과율에 의해서 파악되는 세계는 나의 표상인데, 이러한 표상의 세계는 충분근거율에 의해서 설명할 수 있는 세계인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표상의 세계는 나에 의해서, 즉 인식하는 주관에 의해서 파악되는 세계이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이러한 주관은 모든 현상의 세계, 즉 표상의 세계에서는 주인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주관은 지성(Intellekt)이라고 부를 수도 있는데, 지성은 표상의 세계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성에 의해서 파악되는 세계는 칸트가 말하는 물자체의 세계와 같은 것이 아니라 단지 표상의 세계일 뿐이다.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이러한 표상의 세계는 제한적인 세계다. 지성에 의해서 파악되는 세계의 뒤편에는 본래적인 세계인 의지의 세계가 있는데, 이 세계는 지성에 의해서 또는 주관에 의해서는 결코 파악할 수 없는 세계이다. 쇼펜하우어는 오히려 주관이나 지성은 의지에 끌려 다닐 뿐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칸트를 비롯한 많은 철학자들이 인간의 지성 또는 이성을 넘어서 있는 세계가 사실은 의지의 세계라는 점을 간과했다고 비판한다. 이런 점에서 그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우리가 표상의 세계에만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의지의 세계가 갖고 있는 본성과 특징들이 무엇인지를 밝혀내야만 하며 이러한 의지의 세계에 얽매여 있는 인간의 맹목적인 삶에의 의지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그의 독특한 주장들을 제시하고 있다.
200자평
쇼펜하우어는 우리가 접근하는 세계는 표상의 세계일 뿐이며, 세계의 진정한 본질은 살기 위한 맹목적인 의지라고 말한다. 고통스럽기만 한 인간의 삶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를 규명한다.
지은이
1788년 단치히에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주 여행을 하였다. 그러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충격을 받았으며, 이후에는 문필가로서 사교적이었던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갈등을 겪게 되었다. 쇼펜하우어는 처음에는 괴팅겐 대학에서 자연과학과 의학을 공부하다가 철학으로 관심을 돌려 베를린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철학 연구를 하게 된다. 한때는 당대 최고의 문인이자 학자였던 괴테와 교류를 하기도 했다. 쇼펜하우어는 당시의 사상과는 다른 독자적인 사상체계를 구축하였는데, 이러한 그의 사상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잘 드러나 있다.
쇼펜하우어는 한때 베를린 대학에서 사강사로서 활동하며 강의를 하였지만 당시의 철학계를 주도하였던 헤겔과의 갈등으로 인해 그리고 그의 의지의 철학에 대한 사람들의 무관심으로 인해 강의가 실질적으로 개최되지는 못했다. 특히 강단철학(Schulphilosophie)에 대한 쇼펜하우어의 거부감은 그로 하여금 대학에서의 철학 강의에 관심을 갖지 않게 하였다. 쇼펜하우어는 베를린 체류 시절에 카롤린 메돈(Caroline Medon)이라는 여자를 사랑하기도 하였으나 결혼을 하지는 않았다. 또한 훔볼트(Alexander von Humboldt)와도 친분을 맺었으나 나중에 멀어지게 된다. 쇼펜하우어는 이후에 베를린에 콜레라가 발생하자 프랑크푸르트로 이주하여 살다가 그곳에서 1860년 사망하였다.
옮긴이
건국대 미생물공학과와 동국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건국대 대학원 철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독일 레겐스부르크대학과 튀빙겐대학에서 철학, 종교학, 사회학을 연구했으며, 뷔르츠부르크대학에서 하이데거에 관한 논문(<Existenz und Ereignis. Eine Untersuchung zur Entwicklung der Philosophie Martin Heideggers>, 1999)으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니체와 전통 해체≫(서광사, 1999), ≪인간과 실존≫(이문출판사, 2000), ≪철학과 철학자들≫(이문출판사, 2000), ≪현대철학의 이해≫(건국대출판부, 2003), ≪어느 한 인간의 죽음≫(오감도, 2002), ≪삶과 실존철학≫(서광사, 2002), ≪쇼펜하우어의 철학≫(이문출판사, 2004),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번역, 지만지, 2008), ≪하이데거철학≫(서광사, 2011), ≪철학의 시대≫(공저, 해냄출판사, 2013), ≪쇼펜하우어 철학이야기≫(서광사, 2014), ≪쇼펜하우어 vs 니체≫(세창출판사, 2020)가 있다.
논문으로는 <쇼펜하우어의 이념에 대한 고찰>, <쇼펜하우어주의자로서의 니체>, <하이데거의 휴머니즘 비판에 대한 고찰>, <개체화 원리에 대한 니체와 쇼펜하우어의 해석>, <포이에르바흐의 인간학에 대한 고찰>, <쇼펜하우어의 자살개념에 대한 고찰>, <쇼펜하우어와 프로이트의 무의식개념: 프로이트의 무의식개념에 끼친 쇼펜하우어의 영향>, <카프카의 ≪변신≫에 나타난 실존개념 연구>, <토마스 만의 실존개념에 대한 고찰>, <카뮈의 반항개념에 대한 고찰>, <카뮈의 부조리철학에 대한 고찰>, <하이데거와 사르트르의 타자개념에 대한 고찰>, <쇼펜하우어의 칸트 해석에 대한 고찰>, <쇼펜하우어의 종교개념에 대한 고찰>, <죽음과 불멸성에 대한 포이에르바흐의 비판> 외 다수가 있다.
차례
1판 서문
제1권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대한 첫 번째 고찰 −충분근거율에 근거한 표상: 경험과 학문의 대상
제2권 의지로서의 세계에 대한 첫 번째 고찰−의지의 객관화
제3권 표상으로서의 세계에 대한 두 번째 고찰−충분근거율에 의존하지 않는 표상: 플라톤의 이데아, 예술의 대상
제4권 의지로서의 세계에 대한 두 번째 고찰−자기인식의 도달에 있어서 살려는 의지의 긍정과 부정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세계는 나의 표상이다.’ 이것은 살아 있으면서 인식하는 모든 생명체에게 적용되는 진리다. 그러나 인간만이 이러한 진리를 반성적으로, 추상적으로 의식할 수 있는데, 인간이 진정 그렇게 의식한다고 하면 그는 철학적인 신중함을 갖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인간이 태양과 땅을 아는 것이 아니라 태양을 보는 눈 그리고 땅을 느끼는 손을 아는 것이다.
2.
철학은 현존하는 것을 해석하고 설명하는 것, 구체적으로 감정으로서 모든 사람에게 이해시키면서 세계의 본질을 명확하게 하고, 이성의 추상적인 인식으로 가져가는 것 이외의 다른 것을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철학은 이것을 모든 가능한 관계 속에서 모든 관점에서 가져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