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승리를 위한 불변의 진리
조미니는 전쟁에서 승리를 결정짓는 ‘불변의 원리’를 찾고자 한 군사 사상가였다. 그의 이러한 시도는 인간의 이성을 통해서 인간 사회를 움직이는 원리를 찾고자 한 18세기 계몽사상의 영향으로 이루어졌다. 클라우제비츠가 철학적인 관점에서 전쟁의 본질을 규명하는 문제에 집중했다면, 조미니는 과학적이며 기하학적인 관점에서 시공을 초월해 적용될 수 있는 전쟁의 불변의 원칙, 즉 전쟁에서의 ‘자연법’을 찾고자 했다.
지도 위의 전쟁
그는 불변의 원리를 찾는 동시에 실질을 추구하기도 했다. 그는 전쟁은 우선 지도 위에서 도식으로 시작된다고 생각했다. 오늘날은 거의 상식이 되다시피 한, 도상(圖上)에 작전 계획 및 병력 운용 계획을 표시하는 방법이 바로 조미니로부터 시작되었다. 전쟁 수행을 과학화하려 했다고 해서 실제 전쟁에서 직면하게 되는 다양한 변수를 무시한 것은 아니다. 여러 모양으로 변하더라도 무엇인가 보편적인 원리가 있어야 전쟁 연구가 하나의 과학적 학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나폴레옹과 조미니
그는 전쟁 수행자들에게 전투에서 이기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데,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결정적인 지점에 병력을 집중하라’는 것이다. 이는 나폴레옹 군대가 지속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했다. 한때 나폴레옹의 참모로 활약하기도 했던 조미니였기에 바로 나폴레옹 전쟁 승리의 비밀을 간파했던 것이다. 물론 긴 전선에서 어느 곳이 결정적 지점인가를 알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승리의 아킬레스건이 무엇인지를 밝혀낸 그의 군사적 안목은 대단하다고 볼 수가 있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특히 미국의 남북전쟁에서 엿볼 수 있듯이 야전에서 활동하는 군인들은 다른 어느 사상가보다도 조미니를 선호했다.
200자평
거의 동시대에 발간된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1832)과 더불어 근대 이후 가장 주목받은 군사 사상 및 군사 이론에 관한 책이다. 클라우제비츠에 비해 조금 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전쟁에서 불변의 원리를 찾고자 했던 조미니의 ≪전쟁술≫이야말로 군사학이 하나의 학문으로서 정립될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군사학 분야 최고 고전 중의 하나로 평가해도 손색이 없다.
지은이
19세기 위대한 군사 사상가들 중의 한 명으로 손꼽힌다. 프랑스와 전 유럽을 뒤흔든 1789년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 등장해 이후 서양 군사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던 군사 천재 나폴레옹, 군사 사상의 황제 클라우제비츠 등과 어깨를 겨루며 동시대에 활동했다.
1779년에 스위스 베른 부근에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군사학교에 진학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었다. 1798년에 스위스군에 참모로 자원함으로써 오랜 꿈을 현실화하는 인생의 긴 여정에 접어들었다. 1804년, 그의 글을 읽은 나폴레옹에게 발탁되어 프랑스군 대령으로 임명되었다. 그러나 1813년에 상관으로부터 시기와 모함을 받고 그해 8월에 프랑스를 떠나 러시아로 향했다. 그곳에서는 차르 알렉산드르 1세의 군사 참모이자 황태자의 군사 분야 가정교사로 활동하게 되었다. 오래지 않아 러시아군 중장으로 승진했고 아이러니하게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 때에는 러시아군 장군으로 참전해 나폴레옹군에 맞서기도 했다. 크림 전쟁(1853∼1856) 때에는 러시아의 수도에 머물면서 전쟁과 관련해 니콜라이 1세의 조언자로 활동했다. 생전에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면서까지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자 했던 그는 1869년에 90세의 나이로 파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옮긴이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에서 30여 년 재직 후 2018년 정년 퇴임했다. 현재 한국군사문제연구원 군사사연구실장, 육군사관학교 명예교수 그리고 연세대학교 사학과 객원교수로 연구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 서강대학교 사학과 대학원에서 석사, 영국 서식스 대학교에서 영국 근현대사 전공으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영국사학회 회장, 한국연구재단 책임전문위원, 그리고 학술지 ≪서양사론≫ 및 ≪군사연구≫ 편집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영국 과학기술교육과 산업발전, 1850∼1945≫, ≪전쟁과 무기의 세계사≫, ≪군신(軍神)의 다양한 얼굴≫, ≪영웅, 그들이 만든 세계사≫, ≪전쟁과 문명≫(공저) 등이 있으며, 이외에 다양한 번역서와 연구 논문들이 있다.
차례
제1장 전쟁과 관련된 정치외교술
제2장 군사 정책
제3장 전략
제4장 대전술과 전투
제5장 부분 전략 및 전술상 제반 혼성 작전에 대한 고찰
제6장 군수: 부대 이동의 실제
제7장 전투를 위한 부대 대형과 3개 군의 통합 및 분리 운용
결론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전략은 지도상에서 전쟁을 계획하는 기술[術]로서 작전 지역 전체를 포괄한다. 대전술이란 지도상의 계획과는 반대로 지상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따라 전장에다 부대를 배치 및 투입하고 실제로 전투를 수행하는 기술이다. 대전술 작전은 그 범위가 대략 10∼12 마일에 해당할 것이다. 군수는 전략 및 전술상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수단과 방법을 제공한다. 전략은 전투 장소를 결정하며 군수는 해당 지점까지 부대를 이동시키고 대전술은 전투 수행 방식과 병력 운용을 결정한다.
2.
작전 기지와 수직이 되게 전략 정면의 위치를 변경하면 적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다. 또한 아군에게 유리한 방어선과 원활한 작전 전환 여건을 제공할 수 있다. 간혹 부대는 전구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측방 엄호를 받아야 할 때를 대비해 2중 전략 정면을 유지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다. 첫째 이유에 대한 사례로서 터키와 스페인의 국경선 지형을 들 수 있다. 한 부대가 발칸이나 에브로를 횡단해 다뉴브의 계곡까지 이동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2중 전략 정면을 가져야 한다. 두 번째 이유의 사례로서 사라고사와 레온을 경유하는 부대에 맞서기 위해 2중 정면이 필요했던 경우가 있다.
3.
너무 빈번하게 한 부대를 여러 개의 분견대로 분할함으로써 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사례가 있다. 이로 인해 대다수가 이제는 분견대가 없는 편이 좋다고 믿는 경우도 있다. 부대를 집중된 단일 집단으로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안전하고 편리하다는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이러한 체제로 인해 완벽한 승리를 얻기가 불가능하거나 아예 경쟁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한 핵심은 가능한 한 분견대의 수를 줄여서 파견하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