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100여 년 전 사회에서는 쓰임새를 지닌 대상을 아름답게 꾸미는 것을 디자인이라 했다. 현재 디자인은 그 범위를 확장하여 광범한 대상을 다룬다. 따라서 단순한 문장에 디자인 개념을 모두 담는 것은 불가능하다. 디자이너는 작은 바늘도 디자인하고 커다란 건물과 도시도 디자인한다. 하찮게 볼 수도 있는 바늘 디자인은 인간의 의생활에 엄청난 혁신을 가져온 반면 수없이 복제된 건축물은 우리에게 그 어떠한 감흥도 주지 못한다. 이제 디자인은 그 대상보다 결과가 야기하는 혁신의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디자이너들은 자신만의 철학과 디자인으로 사회와 문화 전반에 변화를 가져왔다. 그들은 시공을 초월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은이
조영식
이화여자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이며 동 대학의 디자인대학원장이다. 서울대학교 산업미술과를 졸업했고, 영국 드몽포트대학교(De Montfort University)에서 산업디자인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에서 공업디자인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디자인 전문 회사인 한국프리즘의 선임연구원을 지내고 계원예술대학교에서 전임강사로 근무했다. 미국 신시내티대학교의 산업디자인학과 방문교수를 지냈으며,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의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서울시 환경디자인 심의위원과 한국디자인진흥원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산업정책연구원의 디자인 경영 자문위원과 한국철도공사 디자인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디자인 경영 전략과 제품 경험 디자인이다. 저서로는 『시간을 이긴 디자인 10선』(2016), 『인간과 디자인의 교감』(2008), 『제품기호학: 제품에 얽힌 기호이야기』(2006)가 있고, 역서로는 『녹색위기』(2011)가 있다.
차례
01 생태 디자이너, 빅터 파파넥
02 제품 디자이너, 디터 람스
03 건축 디자이너, 안도 다다오
04 패션 디자이너, 이세이 미야케
05 산업 디자이너, 나오토 후카사와
06 토털 디자이너, 알레산드로 멘디니
07 공학 디자이너, 제임스 다이슨
08 경험 디자이너, 스티브 잡스
09 그래픽 디자이너, 폴 랜드
10 자동차 디자이너, 조르제토 주지아로
책속으로
작은 이쑤시개부터 항공기까지, 넓은 의미에서 디자이너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을 정도로 디자인은 우리 생활과 불가분 관계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인공물들은 그것을 계획하고 만든 사람, 즉 디자이너에 의해 존재 이유를 갖게 된다. 어떤 것은 기억에 전혀 남지 않지만 어떤 것은 한 사람과 사회를 의미 있게 변화시키기도 한다. 그 변화의 강도와 파장이 크면 클수록 우리 사회와 문화는 그만큼 발전한다. 다소 제한된 지면에서 가장 커다란 영향력을 미친 10명의 디자이너들을 소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10명 외에도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엄청난 변화를 주도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저자가 과거와 현재를 지나온 수많은 디자이너들 중 엄선한 10명은 그들의 디자인이 ‘혁신’의 아이콘으로서 전문 디자이너들과 매체에 가장 많이 회자된 인물들이다.
“디자인 입자와 파동” 중에서
그의 건축을 하나의 키워드로 표현한다면 ‘노출 콘크리트’라고 할 수 있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그의 모든 건축은 콘크리트를 외부로 노출시킨 채 마감한다. 그를 통해 콘크리트라는 소재를 재조명하게 된다. 전통적으로 콘크리트는 고층의 건축물을 저렴하고 신속하게 만들기 위해 사용되었다. 구조적으로 취약한 부분은 내부에 철골로 보완하고 심미적으로 취약한 외관은 목재와 벽지, 페인트를 통해 보완하게 된다.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건물을 완공해야 하는 근대 건축에서 콘크리트는 역사상 최고의 건축 소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저가이기 때문에 저급하게 취급되었고, 그런 이유 때문에 외부에 노출되는 것이 철저하게 금기시되었다. 콘크리트는 가장 혁신적인 소재였지만 동시에 겉으로 드러나면 안 되는 이중적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이런 금기를 깨고 콘크리트를 건축을 가장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소재로 사용했다. 콘크리트가 기술적 혁신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의미의 혁신으로 확장된 것이다.
“건축 디자이너, 안도 다다오” 중에서
그는 협력 업체 공장을 몇 번이나 찾아가 원뿔형 집진 설비를 유심히 관찰했다. 그 결과 회오리바람이 일어나면 미세먼지는 아래로 내려가고 공기는 위로 향하는 사이클론(cyclon)의 원리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뉴스에서 가끔 보던 회오리바람과 동일한 원리다. 유레카를 외쳤던 그는 아무런 시설도 갖춰지지 않은 집 앞의 마구간을 수리해 실험실을 만들었다. 이곳에서 5년간, 무려 5127번의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회오리바람을 응용한 청소기를 개발했다. 5년 동안 경제적인 부분을 담당해 주었던 그의 아내 덕분에 먼지 봉투 없는 진공청소기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시련은 그때부터였다. 장시간 사용해도 청소기의 흡입력이 저하되지 않고, 먼지 봉투가 전혀 필요 없는 혁신적인 그의 청소기는 유럽과 미국 등지의 유력한 청소기 제조회사에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대부분의 청소기 제조회사들은 소비자들이 추가 구입하는 먼지 봉투로 부가 수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업들은 무명의 한 디자이너가 개발한 놀라운 혁신이 후에 엄청난 수익을 가져다줄 것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공학 디자이너, 제임스 다이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