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악의 연쇄 고리
이 책은 제1부와 제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특히 제1부는 일련의 사건들이 계속 인과관계로 연결되면서 축적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중학생이 만든 위조 쿠폰으로 인한 작은 거짓의 시작 → 위조 쿠폰이 통용되면서 새로운 사람들이 자꾸 ‘위조 쿠폰 사건’(악)에 연루됨 → 이반 미로노프라는 한 농부의 인생이 완전히 파괴되면서 ‘악을 악으로 갚는 일’이 일어남 → ‘악의 연쇄 고리’가 만들어지고 ‘악의 순환’이 반복됨]. 이러한 구조는 세상사에서 그 어떤 것도 흔적 없이 그냥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과 연관된다. 나아가서는 인간이 행한 모든 악은 장차 이런저런 방법으로 소환되고, 다른 이들을 해치면 결국 그것이 자기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악의 고리에 대처하는 방법
제1부가 탄력적으로 움직이는 악의 구(球)가 ‘어떻게 퍼져 나가는가’에 대한 이야기라면, 제2부는 선의 힘이 그것을 ‘어떻게 차단하고 끊어 내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정리할 수 있다. 악의 고리를 끊어 내고, 악의 움직임을 차단하는 ‘선의 힘’은 ‘악에 대한 무저항주의’ 혹은 ‘악을 삼켜 버리는 행위’에서 나온다는 것이 톨스토이의 신념이자 확신이다. 1898년 6월 12일 그의 일기 한 대목이 그의 신념을 대변한다. “악에 대한 무저항주의는 인간 자신을 위해서도, 사랑의 완성에 도달하기 위해서도 중요할 뿐만 아니라, 오직 이 한 가지 무저항주의를 통해서 악을 중지시키고, 악 그 자체를 삼켜 버리고, 악을 무력화하고, 악이 더 이상 확산되는 걸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만약 악을 삼켜 버리는 그 힘이 없다면 탄력성이 좋은 구(球)의 움직임처럼 악이 필연적으로 퍼져 나간다. 살아 움직이며 활동하는 그리스도교는 그리스도교(교리)를 만들고 창조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악을 삼켜 버리기 위해서 존재한다. ‘쿠폰’에 관한 이야기를 완성하길 간절히 원한다.”
200자평
만년의 톨스토이가 도덕적 탐색과 진리 추구를 계속해 나가는 과정에서 탄생시킨 걸작이다. 작은 위조 쿠폰 한 장에서 시작된 ‘악의 순환’을 통해 인간의 화해와 용서, 그리고 사랑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 책은 국내 처음으로 러시아어 원전에서 직접 번역했기 때문에 톨스토이의 숨결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다.
지은이
레프 톨스토이(Лев. Н. Толстой)는 1828년 8월 28일 톨스토이 백작 가문의 넷째 아들로 툴라현 영지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태어났다. 그는 군인으로 크림전쟁에 참전했고, 그곳에서 최초의 이야기 ≪유년 시절≫(1852)을 완성해 네크라소프 추천으로 ≪동시대인≫에 발표했다. 톨스토이가 청년기에 주로 관심을 기울였던 문제는 농민과 교육과 전쟁이었다. 이 시기에 ≪세바스토폴 이야기≫(1855), ≪지주의 아침≫(1856) 등을 완성했다. 1857년부터 1859년에는 야스나야 폴랴나에 농민 자녀들을 위한 학교를 설립하고, 교육 잡지 ≪야스나야 폴랴나≫를 간행하기도 했다. 1860년 형 니콜라이가 사망하자 심한 타격을 받았고, 1862년 소피아 안드레예브나 베르스와 결혼했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1873∼1878) 등 대작을 집필하며 세계적인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지만, 1870년대 후반 ≪안나 카레니나≫의 마지막 몇 장을 쓸 무렵, 모든 것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죽음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혀 인생의 의미에 대해 고민을 계속했다. 결국 삶의 의의는 과학이나 철학도 설명할 수 없고, 이성의 힘에 의지해서도 해결되지 않으며,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민중의 태도에서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톨스토이는 1910년 10월 28일 새벽, 생애 마지막 여행길에 올랐다가 폐렴으로 시골 작은 기차역 아스타포보 역장 관사에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야스나야 폴랴나의 숲에 묻혔다.
옮긴이
강명수는 1965년 경북 포항에서 출생했다. 1985년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 입학한 뒤 대학 생활의 절반을 ≪고대신문≫에서 기획 면과 학술 면을 담당하며 보냈다. 동 대학원에서 체호프 후기 단편소설 연구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육군사관학교 교수요원으로 선발돼 교수부 아주어과(러시아어 담당)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군 복무를 마쳤다. 그 후 러시아로 유학해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대학교에서 <안톤 체호프의 사상적인 중편소설 연구: ‘등불’에서 ‘6호실’로>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고려대학교에서 <가르신의 ‘붉은 꽃’과 체호프의 ‘6호실’에 드러난 공간과 주인공의 세계>라는 연구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러시아에서 귀국한 1999년부터 고려대학교(학부)와 중앙대학교(학부와 대학원)에서 러시아 어문학과 문화, 체호프와 톨스토이를 강의했다. 2006년부터 청주대학교 인문대학 어문학부 러시아어문학과에서 교수로 재직했으며, 2013년부터는 포항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체호프, 톨스토이, 가르신, 체호프와 톨스토이, 체호프와 이태준, ‘러시아 문학과 한국 문학의 미적 근대성 비교 연구’에 대한 주제로 30여 편의 논문을 학술지(KCI 등재학술지)에 게재하는 한편,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체호프와 이태준 비교 연구>, <체호프의 예술세계에 나타난 의복의 기호학: 후기 작품세계에 형상화된 여주인공의 의복을 중심으로>, <러시아 문학과 한국 문학의 미적 근대성과 ‘창조된 고전/정전’ 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또한 2016년 8월부터 2년간 한국연구재단 인문사회연구본부 인문학단 전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지금도 한국연구재단의 각종 연구사업의 평가위원으로서 ‘인문학 진흥’에 일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으로 ≪체호프의 세계≫[개정판 ≪체호프와 그의 시대≫(소명출판, 2004)]라는 학술서를 번역했다. 체호프 선집(총 5권)을 총괄기획하고, ≪체호프 선집 4−철없는 아내≫(범우사, 2005)를 번역했다. 체호프의 희곡 ≪벚나무 동산≫(지식을만드는지식, 2008), 톨스토이의 소설 ≪위조 쿠폰≫(지식을만드는지식, 2009)과 ≪홀스토메르/무엇 때문에?≫(지식을만드는지식, 2009), 체호프의 희곡 ≪갈매기≫(지식을만드는지식, 2011), 톨스토이의 소설 ≪하지 무라트≫(지식을만드는지식, 2011)를 번역했다. 톨스토이 서거 100주년을 맞아 펴낸 톨스토이 전집(총 12권) 중에서 후기 걸작들이 담긴 제 9권 ≪중단편선IV≫(작가정신, 2011)도 번역했다. 또한 러시아어 교재 ≪쉽게 익히는 러시아어 2≫(공저, 신아사, 2007)를 출간하기도 했다. 아울러 오디오북 ≪100인의 배우, 세계 문학을 읽다 1/2≫(커뮤니케이션북스, 2020) 출간에 번역자로 참여하는 한편, 커뮤니케이션북스(주)가 주도하는 ‘2021 AI 문학작품 낭독낭송 음성데이터 구축’ 사업에 저작재산권 이용을 허락했다.
첫 저서인 ≪체호프 문학의 몇 가지 쟁점: 우리 시대의 인간·현실·관념 읽기≫(보고사, 2009)를 출간했다. 두 번째 저서(≪체호프 다시, 깊이 읽기(A thorough re- reading of Chekhov’s works)≫)를 위해 체호프와 톨스토이 후기 작품들에 나타난 ‘관념과 사상의 프리즘’으로, 체호프와 톨스토이 예술세계의 특질을 궁구(窮究)하기 위해 힘쓰는 한편, 체호프 연구를 확장해 보려는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이 저술을 위해서 긴 호흡으로 체호프의 예술 세계에 나타난 ‘음식의 기호학’, ‘의복의 기호학’, ‘공간의 기호학’을 더욱 깊이 연구함과 동시에, <체호프와 이태준의 문학세계에 나타난 ‘미와 현실’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2013년부터는 러시아 극동과 포항을 매개로 한 ‘환동해 연구’에도 뛰어들어, ≪환동해 국제심포지엄≫에 지속적으로 패널로 참가하면서 연구논문 <환동해 네트워크와 포항영일만항>, <포항·훈춘·하산 3각 협력과 환동해 물류·관광 중심도시 – 포항>을 발표했다. 이러한 학술활동을 토대로, 환동해 경제권 관련 연구논문과 ‘포항과 환동해 네트워크’를 주제로 한 칼럼과 인터뷰를 정리해서 저서 ≪포항과 환동해≫를 준비하고 있다.
차례
제1부
제2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지은이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아, 너무나 큰 죄를 짓는 거예요. 대체 어쩌시려고? 자신을 사랑하세요. 다른 사람의 영혼을 죽인다면, 당신의 영혼은 더욱더 파멸로 치닫게 될 거예요… 아,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