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세계의 신문이나 저널리즘의 역사를 다룬 책은 많지만 방송의 역사를 심층 분석한 책은 드물다. 특히 유럽의 방송은 연구 논문이나 정책 보고서를 통해 간간히 소개되어 왔을 뿐이다. 하지만 유럽 방송의 역사는 공영방송의 발전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 한국 공영방송의 의미 정립과 실천 방향에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장점은 국가별 방송 역사를 단순 나열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공영 텔레비전 방송의 태동기인 1950년대부터 상업화 경향이 시장을 주도하는 2010년대까지, 각 유럽 국가의 방송 역사를 통합적 시각으로 분석한다. 아울러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과 같은 나라들이 어떠한 방식으로 방송의 공익성을 실현시켰는지를 방송 프로그램 내용과 포맷을 분석하며 보여 준다. 한국 공영방송에 관한 논의의 질과 양을 더욱 풍부히 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200자평
공영방송 체제로 시작한 1950년대부터 상업적 리얼리티쇼에 장악되어 버린 2010년대까지, 유럽 텔레비전 문화사를 비교 분석적 시각으로 살펴본다. 프랑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의 텔레비전 발전사를 프로그램 장르의 발달 과정에 초점을 맞춰 분석한다. 각국 방송제도 발전 과정의 공통점과 차이점,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의 서로에 대한 영향, 미국 방송의 유럽 방송에 대한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준다.
지은이
제롬 부르동(Jérôme Bourdon)
텔아비브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다. 파리고등광업학교(Ecoles des Mines de Paris) 국립과학연구센터(CNRS)의 신기술사회학센터(Centre de Sociologie de l’Innovation)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프랑스국립시청각연구소(INA)가 지원하는 방송 전문가 교육 과정인 INA’SUP의 강의를 담당하고 있으며, INA가 기획한 미디어 역사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이미지의 지배>(2008)를 제작했다. 국립정치학재단(Fondation nationale des sciences politiques)이 세운 ‘시간미디어사회(Temps, médias, société)학회’의 창립 멤버이며, 1983년부터 1997년까지 INA의 프로젝트 기획 책임자를 지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미디어, 특히 텔레비전의 역사로 초기에는 프랑스의 텔레비전 역사 연구에 주력했다. 2000년 이후로 그 연구 범위를 유럽 전체로 확장하면서 유럽 각국의 텔레비전 방송사 비교 연구와 함께 ‘하나의 유럽 텔레비전 역사’ 쓰기에 힘쓰고 있다. 『유럽 텔레비전 문화사, 공영방송에서 리얼리티쇼까지 1950~2010』은 그 결과물이다.
주요 저서로 『드골정권하에서의 텔레비전 역사(Histoire de la Télévision sous de Gaulle)』(1990), 『높은 충성심: 권력과 텔레비전(Haute-Fidélité: Pouvoir et Télévision)』(1994), 『지중해의 텔레비전: 지방 텔레비전의 역사 1954~1994(Les écrans de Méditerranée. Histoire d’une télévision régionale 1954~1994)』(공저, 1994), 『불가능한 이야기: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갈등과 미디어(Le récit impossible: Le conflit israélo-palestinien et les médias)』(2009), 『미디어 입문(Introduction aux Médias)』(2009) 등이 있다.
옮긴이
김설아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2대학교 커뮤니케이션학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경희대학교, 동국대학교, 카이스트에 출강한다. 저술로 『한국 방송의 사회문화사: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공저, 2011)가 있고, 논문으로 “한국 텔레비전 방송의 정체성: 프랑스 방송문화와의 비교적 관점에서”(2010) 등이 있다.
차례
서론: 유럽, 문화, 텔레비전
01 유럽 텔레비전에 대한 일곱 가지 논의: 공영방송, 황금기, 광고, 경쟁, 상업 텔레비전, 뉴 테크놀로지, 공영 텔레비전
불안정한 역사
공영방송, 단단한 기반인가 불안한 합의인가?
황금기: 방송인 공동체, 지도자들, 독점 체제
광고: 매력적인 존재
두 번째 공영 채널의 출현과 그 보완성의 문제(1964∼1966)
위기 속의 공영방송(1970년대)
민영 텔레비전(1984∼1989)
새로운 기술의 등장과 새로운 텔레비전 모델에 대한 고민
실질적인 변화, 하지만 때 늦은 변화: 새로운 유럽 텔레비전
02 유럽 정신을 만들어 내는 불행한 기술자들: 범유럽적 텔레비전 만들기
시작: 경제공동체를 뛰어넘으려 하다
공동 뉴스 채널에서 시사 정보의 교환까지
유럽의 고급문화에서 ‘다시 자국화된’ 오락 프로그램까지
‘유럽 선거’에서 유럽에 대한 국가적 논쟁까지
1980년대: 유럽 정체성 수립 정책의 개편
인공위성: 정체성의 기기, 그리고 분배의 실용성
유럽 기관들의 유럽 채널 만들기
유로뉴스, 유로스포츠: 어떠한 장르로 누구와 함께 정체성을 세울 것인가?
아르테: 고급문화의 회귀
국가에 관한 이론, 텔레비전에 관한 이론, 이미지에 관한 이론: 끈질김의 원동력
공통 언어와 텔레비전
허구 속의 유럽 채널
다른 식으로 유럽을 만든다면?
03 텔레비전 픽션물: 셰익스피어, 달라스, 수사물 그리고 영화
공영방송, 문학 픽션물과 역사 픽션물의 신전
텔레비전극의 쇠퇴
대중성을 찾아서: 시리즈물 시간대의 형성
또 다른 식의 대중성 찾기
영화의 성장
<달라스> 신드롬과 탈규제화
탈규제화: 픽션물의 성장과 탈변
영화: 텔레비전 부진 속의 불안정한 재기
소결
04 보도 프로그램: 텔레비전에서 저널리즘까지
1950년대: 소외되고 불확실한 장르의 탄생
1960년대: 거대 미사의 등장
선거, 저널리즘 그리고 정치 시스템
정보 시사 매거진
1970년대: 크롱카이트화와 뉴스의 포맷화
1970년대: 조용한 경쟁과 프로그램 공급의 증가
기술: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인가, 더 나은 포장을 위해서인가?
남부 유럽: 해방 아닌 해방
공격받는 뉴스: 지배인가 전복인가?
탈규제화와 민영 텔레비전: 저널리즘의 진보인가 스펙터클의 승리인가?
저녁 뉴스의 새로운 모습
지방 뉴스: 정치적 야욕인가 상업적 야심인가?
정체성의 위기?
소결: 텔레비전 저널리즘, 영국식에서 미국식으로?
05 오락물: 억압의 분출
유럽 대륙의 장르, 프라임타임 빅 쇼: 퀴즈쇼 vs 빅 버라이어티
때 이른 미국화, 은밀한 미국화
미국 프로그램의 유럽식 개조
게임과 공영방송의 조화?
미국화를 벗어나서
풍자 프로그램의 귀환
오락 프로그램 속 직업들: 제작자, 진행자, 그리고 제작-진행자
개념의 변모
06 조용히 진행되는 미국화: 리얼리티쇼
정의하기
선구자인가, 허황된 재평가인가?
1986년: 이탈리아의 ‘진실 텔레비전’, 그리고 미국에서의 범죄와 은밀한 사회적 논의
1990년대: 리얼리티 텔레비전의 유럽화, 범죄와 고백
토크쇼: 사적이면서 공적인, 개인적이면서 사회적인 장르
1997년: 세 번째 물결, 리얼리티 게임 쇼
리얼리티 텔레비전에 대한 논쟁, 그리고 점진적 허용
공영방송과 리얼리티 텔레비전
문화적 특수성에 관한 또 한 번의 논의: 유럽, 민족국가, 미국
07 공중에서 시청자로의 변화인가, 우민의 재등장인가?
텔레비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소수이고,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시청률이 아닌 공중에 대한 연구
공중이란? 비평가, 호의적 관객, 방송인들
수량화된 ‘시청자’의 등장
탈규제화
공중과 여론의 변모
엘리트주의, 부정, 대중주의
결론: 유럽, 미국, 공영방송
미국화의 세 가지 방식: 신중함, 당당함, 은밀함
공영방송: 텔레비전 계몽주의의 허약함
참고문헌
옮긴이 후기
책속으로
공영방송을 중심으로 유럽 텔레비전의 역사를 쓰는 것은 곧 위기의 역사를 쓰는 것이다. 1980년대 탈규제화와 민영 텔레비전의 등장이 서구 유럽 전체에 끼친 영향에 대해 관련 분야 관계자들이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이에 대한 역사가 쓰이기 시작하였다. 경쟁 체제의 등장은 공영방송 정책이 위기를 맞았다는 것을 알려 주는 역할도 했지만 한편으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언하는, 그러면서 결국 위기를 부채질하는 역할도 했다. 이제 공영방송도 양적으로 측정될 수 있는 시청자에 주목하면서 오락 프로그램의 양을 늘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_ <서론: 유럽, 문화, 텔레비전> 중에서
민영 프로덕션을 앞세우는 현재의 방송 이념과 다르게 1960년대까지 유럽의 대규모 방송국들은 내부 제작을 선호했다. 프랑스에서는 이러한 방송사의 제작 독점이, 이후에 다시 말하겠지만, 1964년까지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때까지는 이에 대한 법을 제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공영방송사들이 모든 장르의 프로그램들을 만들 그 수많은 인력을 거느리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다. 기술적인 면도 이러한 상황의 형성에 한몫 거들었다. 즉, 당시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생중계로 방송되었기 때문에 방송 노동과 직업들은 프로그램을 찍자마자 내보내는 그 거대한 스튜디오와 하나로 통합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_ <03 텔레비전 픽션물: 셰익스피어, 달라스, 수사물 그리고 영화> 중에서
리얼리티쇼라는 감정의 스펙터클이 관음증적 엿보기를 부추기며 시청자를 화면 앞에 붙어 있게 만드는 단순한 재료라 한다면, 이는 공영방송의 에토스(Ethos)와 즉각 대립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공영 텔레비전들은 이 새로운 장르를 그냥 지나칠 수도 없었다. 그것이 반영하는 사회적 경향도 무시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공영방송사의 재정 위기에 대한 돌파구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리얼리티 텔레비전은 이전의 경쟁 시대에 공영방송사들이 대면해야 했던 전통적인 딜레마, 즉 시청자를 잃을 것인가 영혼을 잃은 것인가란 딜레마 속으로 공영방송을 몰아넣게 된다.
_ <06 조용히 진행되는 미국화: 리얼리티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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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삶의 양식이며 미디어는 삶을 매개한다. 『유럽 텔레비전 문화사, 공영방송에서 리얼리티쇼까지 1950~2010』은 유럽 방송이 걸어온 과정을 꼼꼼히 분석한다. 세계화 시대에 유럽 방송이 보여 주는 보편성과 특수성은 한국의 방송과 대중문화를 비춰 보는 거울이 될 것이다.
_ 김승현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이 책은 지난 반세기 동안 상업주의 부상 속에 정체성 위기를 헤쳐 온 유럽 텔레비전의 역사를 픽션, 보도 프로그램, 오락, 리얼리티 등 구체적인 장르의 변화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유럽 텔레비전의 역사를 다룬 저서가 전무한 한국의 언론학계에 꼭 필요한 책이다.
_ 이인희 경희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원장
유럽에서 진행된 상업주의의 도전과 공영방송의 위기는 현재 한국 텔레비전이 당면한 핵심 이슈이기도 하다. 이 책이 다루는 유럽 텔레비전의 경험이 다른 먼 나라의 것이 아니라 마치 우리 자신의 이야기처럼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_ 윤한용 KBS 텔레비전 기획제작국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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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4년 4월 26일자 ‘책꽂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