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이재철은 유여촌의 문학 세계를 “시적 환상의 문학이요, 목가적 이상의 문학”이라고 정의했다. “시적 환상의 문학”이란 그의 등단작이자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바람을 그리는 어린이>의 시적 환상성을 염두에 둔 말이고, “목가적 이상의 문학”이란 두메산촌을 배경으로 인간과 동식물의 교감을 다룬 작품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유여촌이 주로 활동했던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를 통틀어 그만큼 왕성하게 창작 활동을 했던 작가는 드물다. 그는 등단한 지 7년 만에 열 권의 아동선집을 내놓았을 만큼 다작의 작가다. 이들 선집에는 총 157편의 동화와 아동소설이 실려 있다.
여촌은 동화 창작에 교육적인 효용성을 중시함으로써 예술성을 중시하는 동화 문단의 큰 흐름과는 다소 상대적 위치에 서게 되었다. 오랫동안 교직에 몸담아 온 그에게는 생래적 현상일 수밖에 없다. 유여촌 동화에서 산견되는 또 하나의 특징은 대화문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짧은 후렴조의 반복이다. 이 후렴조 반복은 독자가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동화될 수 있는 장치도 되지만 지나치게 길어지면 글이 탄력을 잃게 되고 지루한 느낌을 주게 된다.
유여촌은 주로 동물을 의인화한 우의적 동화를 많이 창작했다. 이러한 그의 동화에는 숲 속의 새, 곤충, 짐승 등 많은 동물이 중심인물이거나 주변인물로 등장한다. 특히 많이 나오는 동물은 다람쥐, 너구리, 토끼, 까마귀, 살쾡이 등이다. 이들은 병덕 할배나 점순 할아버지, 복배 할배, 교장 선생님 등과 스스럼없이 대화도 나누고 어리광도 부리고, 짓궂은 짓도 하는 등 친화력 있는 관계로 나타난다. 마치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와 귀염둥이 손자 사이처럼 느껴진다. 그 때문에 등장하는 동물들이 하나같이 정답고 친근감을 자아낸다. 이와 같이 그의 동화에서는 인간과 동물, 더 나아가 인간과 자연은 하나가 되어 결국 인간과 자연의 합일로 나타난다.
유여촌이 그리는 아동상은 자연과 인간의 일체감에서 오는 인간의 순수성을 그 기본 바탕으로 깔고 있다. 여촌은 작품에서 추구하는 인간의 순수성을 자연과 더불어 티 없이 살아가는 아동들에게서 찾고 있다. 유여촌 동화에 나타나는 아동들은 대부분 어려운 환경에 굴하지 않고 꿈을 좇거나 역경을 이기는 어린이들이다. 그가 작품에 도입하고 있는 몽환적 판타지의 요소는 생리적 꿈인 경우와 희망적 꿈인 경우로 구별할 수 있다.
200자평
유여촌은 환상적인 시적 문체와 자연과 합일된 의인화 동화로 문단의 주목을 받으며 열정적인 창작혼을 불태운 작가다. 그의 작품에서는 교육적인 효용성을 중시하고, 대화문에 짧은 후렴조를 반복 사용했다는 특징이 산견된다. 이 책에는 등단작인 <바람을 그리는 어린이> 외 9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유여촌은 1912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했다. 본명은 운생(云生)이다. 1934년 대구사범학교를 졸업하고 교직의 길을 걷게 된다. 매일신보사에서 발행하던 ≪매신순보(每申旬報)≫에 일본어 소설 <산협의 서광(山峽의 瑞光)>을 응모하여 당선됐다. 1963년 지금은 폐교된 문경군 생달국민학교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아동문학에 뜻을 두고 여러 편의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1964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동화 <바람을 그리는 어린이>가 당선되어 52세 늦깎이로 등단했다. 20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열 권의 동화선집과 몇 권의 창작집을 남기고 위암으로 1981년 별세했다. 출간한 도서로 ≪바람을 그리는 어린이≫, ≪금개구리 은개구리≫, ≪어린이나라 별나라≫, ≪물새알≫, ≪우정이 싹틀 무렵≫ 외 다수가 있고, 제1회 해송동화상을 받았다.
엮은이
박상재는 1956년 전북 장수에서 출생했으며, 전주고등학교와 전주교육대학, 서울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단국대학교 대학원 국문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부터 ≪전북신문≫과 ≪서울신문≫ 등에 동화를 발표하기 시작했으며, 1981년 월간 ≪아동문예≫ 신인상에 동화 <하늘로 가는 꽃마차>가 당선되었다. 또한 1983년에는 새벗문학상 공모에 장편동화 <원숭이 마카카>가, 1984년에는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꿈꾸는 대나무>가 당선되었다.전라북도와 서울의 초등학교에서 33년 동안 아이들을 가르쳐 왔으며, 30년 넘게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해 50여 권의 창작집을 펴냈다. 2013년 현재는 서울 강월초등학교 교감으로 있으며 단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아동문학을 강의한다.
차례
바람을 그리는 어린이
산새
일등 신사 개구리
꼬깨미
금개구리 은개구리
숲 속의 요리점
어린이나라 별나라
아기 거미의 모험
까마귀 교장 선생님
뒤뚱이의 나들이
해설
유여촌은
박상재는
책속으로
“어디 보세. 자네의 성대가 훌륭한 노래를 부를 수 있을는지, 입을 크게 벌려 보게.”
음악 공부를 하러 온 이상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메뚜기는 조그마한 이빨이 달린 아래위 입술을 크게 벌렸읍니다.
“아하! 안됐군그래. 자네 입술은 너무나 모양 없이 작군. 내가 한 번 입을 벌릴 테니 내 입안 구경을 한 차례 해 보게나.”
하고 일등 신사 개구리는 엄청나게 큰 주둥이를 떡 벌렸읍니다.
그리고는,
“서슴지 말고 내 입안으로 들어가 보게. 어떻게 하면 입을 이렇게 크게 벌릴 수 있는지 말로만 들을 것이 아니라, 직접 들어가서 보아야 하네.”“그렇지만 죄송스러워서…. 어떻게 선생님의 입안을 저의 더러운 발로 밟고 들어갑니까?”
하고 메뚜기는 당황해했읍니다. 앞발로 머리를 몇 번이고 쓱쓱 문질렀읍니다.
“허허, 자네 의지가 그렇게 약해 가지고서야 어디 음악 공부를 계속할 수 있겠나, 쯔쯔. 어서 들어가 보게나.”
일등 신사 개구리는 말을 하고서 입을 더욱 크게 벌렸읍니다.
“그럼, 용서하십시오.”
메뚜기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군침이 번질번질하는 개구리의 입안으로 펄쩍 뛰어들었읍니다. 때를 기다리던 개구리는 재빨리 입을 털썩 닫아 버렸읍니다.
– <일등 신사 개구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