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흔히 ‘농촌 작가’라고 일컬어지는 윤기현의 동화에는 그 자신이 직접 농사를 지으면서 경험한 농촌의 현실과 한국 근현대사의 격동기 한복판을 지나면서 몸소 겪은 사건들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비록 화려한 문체를 구사하지는 않지만, 농사를 짓듯 정성스레 써 내려간 그의 동화에는 언제나 삶의 진정성이 강하게 꿈틀거린다. 특히 탐욕에 눈이 멀어 자신보다 약한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억압하고 착취하는 사람들과 그런 부도덕한 사람들이 오히려 대접받는 사회적 모순에 대한 날이 선 비판은 그의 동화가 지닌 가장 큰 특징이다.
이 책에 실린 동화 아홉 편은 모두 이와 같은 윤기현 동화의 특성과 미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복 항아리 화 항아리>와 <돌멩이와 소년>, <하늘 선물 치-이>와 <영등할머니 맞아라!>, <이야기 끝동에 찔려 죽은 호랑이>는 모두 동서양의 옛이야기를 기본 골격으로 삼아 창작된 작품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복 항아리 화 항아리>는 그 대표적인 작품으로, 유산계급과 무산계급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지주인 강 영감과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열두 살의 나이에 강 영감의 집에서 머슴살이하는 돌쇠를 등장시켜, 지주제의 모순과 탐욕으로 얼룩진 유산계급의 비인간성을 고발하고 있다. <돌멩이와 소년>은 성서에 나오는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지식인과 종교인 등 소위 사회 지도층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거짓과 위선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새벽 장터 길>과 <나를 지켜 주는 것>, <할머니의 인심>과 <소 길들이기>는 모두 순수하게 창작된 창작 동화다. 이들 역시 농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풍자와 고발과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타나는 데에 반해, 참된 노동의 의미와 농촌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나눔의 미학 등 대체로 밝고 따뜻한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다. <새벽 장터 길>은 짧은 분량의 작품으로, 노동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 주고 있다. <나를 지켜 주는 것>은 더불어 살아가는 일의 소중함을 다룬 작품이다. <할머니의 인심>은 나눔의 미학을 담고 있는 작품으로, 애초 우리 사회의 전통인 나눔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려는 목적에서 창작되어서인지 다른 작품들에 비해 밝고 훈훈한 장면들이 많다.
윤기현의 동화는 대부분 우리 사회의 근현대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온 약자들의 고단한 삶에 주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이상과 공상을 배제하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 재현하는 사실주의 경향에 맞닿아 있다. 그런 만큼 그의 동화에 문학성보다 사회성과 교육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하지만 오히려 투박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보여 줌으로써 더욱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200자평
농사를 짓듯 정성스레 써 내려간 윤기현의 동화에는 언제나 삶의 진정성이 강하게 꿈틀거린다. 그는 우리 사회의 근현대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온 약자들의 고단한 삶에 주목한다. 사실주의 경향 안에서 투박한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보여 줌으로써 감동을 자아낸다. 이 책에는 노동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 주는 <새벽 장터 길> 외 8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윤기현은 1949년 전라남도 해남에서 태어났다. 집안 형편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학업을 지속하지 못했다. 농민운동을 하다 자본주의와 동심천사주의에 매몰된 아동문학에 눈떴다. 1976년 기독교 아동문학상에 동화 <사랑의 빛>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그동안 ≪서울로 간 허수아비≫, ≪해가 뜨지 않는 마을≫, ≪어리석은 독재자≫, ≪보리타작 하는 날≫, ≪달걀밥 해 먹기≫, ≪당산나무 아랫집 계숙이네≫ 등 주로 농촌의 고단한 현실과 사회문제를 다룬 작품들을 발표했다. 그 결과 현재 이원수, 권정생, 이현주 등과 더불어 한국전쟁 이후 사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동화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설자
황수대는 문학박사이자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다. 1965년 대전에서 태어났으며,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이문구 동시 연구>로 석사 학위를, <1930년대 동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7년 <이문구 동시의 생태학적 의미>로 제5회 푸른문학상 ‘새로운 평론가상’을 받았다. 2013년 현재는 고려대학교와 청주대학교, 한경대학교에서 아동문학과 글쓰기 강의를 하면서 틈틈이 아동청소년문학에 관한 연구와 더불어 비평문을 쓰고 있다. 그동안 펴낸 책으로는 ≪동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과 ≪글쓰기와 말하기≫가 있다.
차례
작가의 말
새벽 장터 길
나를 지켜 주는 것
돌멩이와 소년
복 항아리 화 항아리
할머니의 인심
소 길들이기
하늘 선물 치-이
영등할머니 맞아라!
이야기 끝동에 찔려 죽은 호랑이
해설
윤기현은
황수대는
책속으로
동수가 가장 궁금한 것은 장미꽃 나무였습니다. 동수는 오자마자 뜰로 나갔습니다.
“아니?”
동수는 깜짝 놀랐습니다. 장미꽃 나무는 바람에 잎이 갈기갈기 찢어지고 가지는 꺾어지고 남은 잎에는 벌레가 들끓었습니다.
“아니, 너를 지키겠다던 가시는 왜 너를 지키지 못했니?”
동수의 말에 장미꽃은 부끄러웠습니다.
“미안해. 나만이 자신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봐. 자기 혼자 힘만으로는 자신을 지킬 수 없을 때가 있어. 내가 너를 지켜 주고 의사 선생님이 나를 지켜 주고, 병이 나으면 힘닿는 데까지 다른 사람을 내가 지켜 주고, 이렇게 될 때 세상은 아름다워진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이야기하셨어.”
동수는 장미꽃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벌레를 잡아 주었습니다.
-<나를 지켜 주는 것>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