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이동렬의 초기 작품들은 대부분 동화의 본령인 ‘환상성’을 바탕으로 창작된 환상 동화였다. 등단 이후 그는 끊임없이 동화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애를 쓰는데 세종아동문학상 수상작인 <위대한 그림>에서 그 꽃을 피웠다. 아동 명랑 소설이 활성화되던 1980년대에 <위대한 그림>은 동화 문학의 환상성에 미학적으로 접근한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되었다.
그 후 환상 동화와 더불어 현실을 기반으로 한 아동소설과 생활 동화도 다수 창작해 어린 독자로부터 인기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그중 <국민학교 7학년>은 ‘청소년 소설’이 전무하던 시절에 중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창작 동화의 시장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국민학교 7학년>의 성공으로 그는 일부 문인들에 의해 ‘대중작가’로 불리며 따가운 눈총을 받은 반면, 성인 문학 중심이었던 출판 현실을 아동문학 쪽으로 돌리는 데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여기 수록된 아홉 편의 작품은 중단편이긴 하나 ‘서정성’과 ‘환상성’ 그리고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는 그의 작품 세계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자연을 의인화해 ‘자연 친화’를 주제로 내세운 작품(<생쥐와 해바라기>, <숨겨둔 녹음기의 비밀>), 환상성을 도입해 현실의 부조리를 꼬집고 인류가 나아가야 할 이상성을 제시한 작품(<안개 바다 마술 세상>, <가슴에 숨어 있는 작은 별나라> 등), 기발한 발상이나 상상으로 동화의 재미를 추구한 작품(<까치호랑이의 잠깐 외출>, <삐딱이 ㄱ 과 ㄴ의 장난>)으로 묶을 수 있다.
그러나 작품마다 주제는 달라도 대부분 무생물을 의인화하거나 비현실 세계로 가기 위한 기발한 매개 장치를 활용한 소박한 환상미를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환상동화가 복잡한 구조와 왜곡 변형된 인물을 통하여 은유, 상징, 알레고리 등을 나타내고 있는 데 반해, 이동렬은 ‘단순명쾌성’과 ‘소박성’에 바탕을 둔 은유와 상징을 추구하고 있다.
200자평
이동렬은 등단 이후 동화의 본령인 ‘환상성’에 다가가기 위해 애를 썼고 이후 현실을 기반으로 한 생활동화도 다수 창작하면서 인기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동렬 동화의 특징은 ‘단순명쾌성’과 ‘소박성’에 바탕을 둔 은유와 상징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가슴에 숨어 있는 작은 별나라> 외 신작 8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이동렬은 1949년 경기도 양평군에서 태어났다. 인천교육대학(현 경인교육대학교) 졸업 후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197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화 부문에 <봄을 노래하는 합창대>가 당선해 문단 생활을 시작했다. 교직을 그만두고 교육신문사, 출판사 등에서 일하다 전업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1996년부터 2011년까지 여러 대학 및 대학원에서 아동문학 창작 강의를 했다. ≪위대한 그림≫과 장편 소년소설집 ≪아리아리랑≫, 그림 동화집 ≪장난꾸러기 하늘나라 쿵쿵≫ 외 다수 책을 출간했다. 해강아동문학상, 불교아동문학상, 올해의 작가상, 이주홍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등을 받았다.
해설자
원유순은 1957년 강원도 횡성에서 태어났다. 1990년 ≪아동문학평론≫지에 단편 <개구리 선생님>이 추천되었다. 같은 해 ‘아동문학인협회’에서 모집하는 신인상에도 <크리스마스 선물>이 추천되었다. 1993년 계몽아동문학상에 장편 ≪둥근 하늘 둥근 땅≫이 당선되었고, 같은 해 제1회 MBC 창작 동화 대상에 단편 <할아버지는 여름지기>가 가작 당선되었다. 2008년도에 ≪색깔을 먹는 나무≫로 한국아동문학상을, ≪김찰턴 순자를 찾아 줘유!≫로 2011년에 소천아동문학상을 받았다. 2010년 단국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전업 작가로 이론과 실제를 겸해서 아동문학에 정진하고 있다.
차례
가슴에 숨어 있는 작은 별나라
안개 바다 마술 세상
노래 씨를 뿌리는 할아버지
숨겨 둔 녹음기의 비밀
솔잎에 찔린 천 년 바람
생쥐와 해바라기
까치호랑이의 잠깐 외출
천 년 웃음
삐딱이 ㄱ과 ㄴ의 장난
해설
이동렬은
원유순은
책속으로
나는 내 머리통이 둘로 갈라지는 줄 알았어. 감민이가 어찌나 손가락 끝에 힘을 모아서 내 몸통인 ㄱ 자판을 세게 두드려대는지 부서지는 줄 알았다고. 한참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머릿속이 띵했어. 그런데 그런 거는 나만이 아니었나 봐.
“아이쿠머니나! 내 머리 다 깨지는 줄 알았네! 아이구, 아이구!”
내 밑줄에 자리한 ㄴ이가 머리를 싸매며 우는 소리로 말했어. 감민이 엄마의 이름을 쳐댈 때 ㄴ도 곤욕을 치른 거지.
“야, 감민이가 우리에게 한 것처럼 우리도 삐딱하게 나가자고. 골탕을 먹이자고.”
“어떻게”
ㄴ이는 내 말에 귀가 솔깃했어. 나를 쳐다보는 눈빛 속에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그렁그렁 고여 있었거든.
“이리 와 봐. 귀 좀 가까이 대 봐.”
나는 ㄴ의 귀에 대고 한참 동안이나 감민이를 골려 줄 작전을 짰어.
“그거 좋은 생각이다! 우리도 당하지만 않고 드디어 복수를 하게 됐구나! 호호호.”
-<삐딱이 ㄱ과 ㄴ의 장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