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초판본 한국시문학선집’은 점점 사라져 가는 원본을 재출간하겠다는 기획 의도에 따라 한국문학평론가협회에서 작가 100명을 엄선하고 각각의 작가에 대해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들을 엮은이로 추천했다. 엮은이는 직접 작품을 선정하고 원전을 찾아냈으며 해설과 주석을 덧붙였다.
각 작품들은 초판본을 수정 없이 그대로 타이핑해서 실었다. 초판본을 구하지 못한 작품은 원전에 가장 근접한 것을 사용했다. 저본에 실린 표기를 그대로 살렸고, 오기가 분명한 경우만 바로잡았다. 단, 띄어쓰기는 읽기 편하게 현대의 표기법에 맞춰 고쳤다.
이동주의 문학사적 의의와 평가는 아직 미완의 단계이며 지금도 학자들은 그의 시 세계를 연구 중이다. 생전에 그는 모든 인생의 총체적 의미를 시에다 투영하고 쏟아부었다. 시는 소설이나 여타의 장르에 비해 다소 평면적이며 단편적 서술 형식을 띠지만 이동주의 삶과 문학 세계는 오묘하게 닮아 있다. 그의 시는 울림이 있는 음악성의 도입으로 문자와 잘 어우러진다. 시 속에 흐르는 정한(情恨)과 향토애, 민족애 등의 발현은 개인사적 의미를 민족적인 차원으로 확장해 형상화한 결과다.
또한, 그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미덕을 충실히 따른 시인이다. 만약 당시 유행하는 문예 사조에 휩쓸려 무조건 현대적(modern)인 시 창작을 추구했다면 현재 그에 대한 평가는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시인은 한국인의 정서를 바탕으로 옛것을 현실에 맞게 재해석해 당대 서구 추수주의 풍토에 물들지 않고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를 미학적으로 승화시켰다.
한편 이동주의 문학 활동은 대개 3기로 나뉜다. 제1기는 등단부터 1958년까지로 비극적 삶이 펼쳐진 시기이고, 제2기는 한과 산조 등의 연작시로 대표되는 시기로 고향 상실감에서 비롯한 한의 정서가 주로 나타난다. 제3기는 1978년 5월 위암 수술을 받고 작고할 때까지 7개월간이다. 혹자는 1기부터 3기까지의 작품 경향을 그야말로 단순한 구분하기에 불과하다고 토로한다. 왜냐하면 이동주의 시 세계는 초기 작품부터 마지막까지 그만의 색채로 일관성 있게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명실공히 <강강술래>가 시인의 대표작으로 여겨지지만 등단부터 감칠맛 나는 언어 구사와 여성적 어조 및 운율 속에 퍼지는 한의 미학 등이 훗날 다른 작품에서도 계속 이어진다.
200자평
한국 문단을 휩쓴 모더니즘의 물결 속에서 오롯이 한국인의 정서를 형상화한 시인 이동주. 그의 시는 민족 고유의 한을 바탕으로 견고한 슬픔을 생성한다. 슬픔은 승화되어 미가 되고 그렇게 한국 서정시의 맥이 이어진다.
지은이
이동주(1920∼1979)는 1920년 2월 28일 전남 해남군 현산면 읍호리에서 이조참판을 지냈던 이재범의 증손자로 이해영과 이현숙 밑에서 외아들로 태어났다. 조부가 해남 현산 초등학교를 세웠을 만큼 사대부의 위세가 당당한 가문이었으나 선친 대에 이르러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다.
열세 살 되던 때 외가 쪽 충남 공주로 가서 보통학교를 마친 이동주는 상경해 고향 친구들과 함께 자취하며 한국외국어학교를 다녔다. 어머니로부터 문학적 소양을 얻고 아버지로부터는 방랑벽을 이어받아 평생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팔도를 떠도는 방랑객이자 타고난 낙천가였는데 스무 살 되던 해인 1940년에는 조지훈의 시 <승무>를 읽고 그와 그의 시에 심취해 혜화전문학교 불교학과에 입학했으나 곧 중퇴하고 만다.
혜화전문학교 재학 시절 ≪조광≫에 작품을 이따금 발표하다 해방 이듬해에 4인의 시집 ≪네 동무≫를 목포에서 간행했다. 이때 노산 이은상이 광주에서 창간한 호남신문 목포 주재 기자와 문화부 차장을 지냈다. 1948년 상경한 이동주는 신사조사(新思潮社)에서 근무하면서 조연현의 소개로 김영랑과 서정주를 처음 상면하게 된다. 이것이 인연이 되어 미당 서정주가 1950년 ≪문예(文藝)≫에 시 <황혼>, <새댁>, <혼야> 등의 작품을 추천하기에 이른다. 이로써 이동주의 이름 앞에 ‘시인’이라는 수식어가 붙게 된다.
1979년 61세에 위암 선고를 받고 마지막 7개월 동안에 무려 27편의 작품을 썼다. 죽음 앞에서도 구체적인 삶과 죽음을 의식하면서 이만큼 작품을 남긴 예가 드물 것이라고 한다. 시 창작의 조건이 지극히 불리했음에도 그러한 조건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작품을 남긴 사람, 치열한 창작 정신이 무엇에 근거했든 ‘시야말로 남길 값어치가 있는 것’이라는 믿음으로 사망 직전까지 작품을 썼다. 그가 남기고 간 저작물로는 시집 ≪혼야(婚夜)≫(1951)와 ≪강강술래≫(1959), 시선집 ≪산조(散調)≫(1979)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유고 시집 ≪산조여록(散調余錄)≫과 시선집 ≪이동주 시집≫(1987), 수필집 ≪그 두려운 영원에서≫ 등 100여 편의 수필과 ≪문인 실명 소설집≫ 등 50여 편의 소설을 남겼다. 특히 실명 소설(實名小說) 형식은 이동주가 처음 시도했기 때문에 큰 호응을 얻었다.
이동주는 1979년 1월 28일 서울 은평구 역촌동에서 눈을 감았으며 그의 만년유택은 경기도 양주 신세계공원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엮은이
김선주는 서울에서 출생했다.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를 수료했다. 1996년 월간 ≪행복찾기≫에 콩트를 쓰면서 작품 활동을 재개했으며 요즘은 주로 문학평론에 치중하는 편이다. 현재 건국대학교(글로컬) 교양학부 겸임교수이자 세계한인작가연합 연구위원이며, 계간 ≪문학의식≫에서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수년간 각종 문예지에 백여 편의 평론과 시, 수필 등을 발표·수록했고 요즘은 월간지 두 곳에 평론과 콩트를 연재하고 있다. 각종 문예지 및 문학 관련 단체에서 강연자와 심사위원으로 매년 꾸준히 활동 중이다.
차례
● ≪혼야≫
黃昏
婚夜
강나루
素服
봄
귀농
머슴살이
少女
月華曲
고독
뜰
숲
강강술래
幸福
祈雨祭
등잔 밑
바다
西歸浦
꽃
뒷말
● ≪산조≫
휘파람
산조
산조 2
旅愁
恨
宇宙葉身
大興寺
광한루
달아
꽃샘
北菴
꽃·2
三等列車
오월의 시
遺産
산
● ≪산조여록≫
變貌
창
피에로
南道唱
詩論
자다가 일어나
눈물
섣달 某日
참선
歸路
손
無題
南道 가락
微笑
月下에 梨花 滿開
내 視力이 밝아진
遠景
산·1
산·2
산·3
春恨
旅路
午睡
素描
素描·2
春情
이 강산에 태어나
안히리
禁止區域
賭博
내 새마을
● 신문·잡지 발표작
喪列
祈雨祭·2
年輪
들국화
木蓮
진달래
봄·2
못
새해
肖像
노을
노을·2
노을·3
沙漠에서
마을
뮤즈의 초상
낙엽
下午有恨
길
나의 피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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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황석우 시선≫ 황석우 지음, 김학균 엮음
책속으로
●봄
계집애는 이름이 없대요
나이도 모른대요
저런 박살할 년…
걸핏하면 죽는대요
강아지와 나란히 부엌에 앉아
썩썩 비벼 맵게 먹고
빨간 오리발 손에
얼음이 백혔대요
“올해 몇이지?”
어쩌다 나이를 물으면
살랑살랑 능금빛 얼굴을
두 쪽으로 쩍 벌려 하얗게 돌아선대요
●귀농
우리의 벼랑박에는
‘밀레!’의 그림을 두 장 붙이자
어둠이 스며 소를 몰고 돌아오면
아내는 흰 앞치마에 손을 씻고 반길 게라
짙은 밤 콩알만 한 등불이 외로우면
‘붓세’의 시를 읽겠고
그마저 시들하면
개똥 아범의 호랑이 이야기를 청하자
●뜰
고이 쓸어 논 뜰 위에
꽃잎이 떴다
당신의 신발
동정보다 눈이 부신
미닫이 안에
나의 반달은 숨어…
이제사 물오른
버들 같은 가슴으로
나는 달무리 아래 선다
●강강술래
여울에 몰린 은어 떼
삐비꽃 손들이 둘레를 짜면
달무리가 비잉, 빙 돈다
가아응 가아응 수우워얼 래에
목을 빼면 설음이 솟고…
白薔薇밭에
孔雀이 취했다
뛰자 뛰자 뛰어나 보자
강강술래
뇌누리에 테프가 감긴다
열두 발 상모가 마구 돈다
달빛이 배이면 술보다 독한 것
기폭이 찢어진다
갈대가 스러진다
강강술래
강강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