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온·오프라인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는 이즈음, 이주의 문제는 우리 삶의 일부다. 한국 사회의 이주민에게 덧씌워진 편견을 벗겨내기 위해 우리는 이주의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이주 문제 해결은 곧 ‘권리를 가질 권리’를 주장하고 환대를 청하는 용기를 기르는 일과 일맥상통한다. 이 책은 한국 사회의 이주 현상을 비판적인 관점에서 폭넓게 다루고 있다. 이주 문제에 처음 관심을 갖은 이라면, 보다 전문적인 책이나 문헌을 접하기 전, 개론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한희정
국민대학교 교양대학 조교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석사학위, 성균관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시 교통방송에서 프로듀서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홍보담당 사무관으로 일했다. 역서 『젠더에 갇힌 삶』(2006), 저서 『사이버불링』(2015), 『다시 보는 미디어와 젠더』(공저, 2013)가 있다. 논문으로는 “한국 고등학생의 성인 토크쇼 프로그램 수용 연구: <마녀사냥>(JTBC)을 중심으로”(2017), “한국사회에서 조선족으로 살아가기: 동포모니터링단 <강강숲래> 활동 및 단원 인터뷰를 중심으로”(공저, 2016), “이주여성에 관한 혐오 감정 연구: 다음사이트 ‘아고라’ 담론을 중심으로”(2016), “한국 사회의 성희롱 개념 연구”(공저, 2015), “천안함 침몰 사건과 미디어 통제”(공저, 2014), “육아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수용과 부성 경험”(2014) 등이 있다. 커뮤니케이션, 토론을 가르치며 미디어 생산과 수용, 미디어와 젠더 문화 현상이 주된 관심사다.
차례
이주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01 이주의 시대
02 이주 정책
03 한국의 이주민 실태
04 한국의 ‘다문화’
05 미디어의 이주민 재현
06 이주민에 대한 혐오표현과 규제
07 이주와 젠더
08 이주와 아동
09 이주민 미디어 교육
10 한국 사회와 난민
책속으로
주지하다시피 이주의 문제는 전 세계의 문제다. 일반적으로 ‘톨레랑스(tolerance)’의 국가로 알려진 프랑스, 유대인 학살로 역사적인 성찰을 하고 있다고 믿어지는 독일 등은 비교적 이주민이나 다른 인종에 대해 열린 사고를 갖고 합리적인 정책을 마련하고 있거나 이주민 처우가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실상은 미국이나 유럽연합의 이주민 처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유럽연합 헌법에는 모범으로 삼을 만한 낙관적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유럽식 모델에도 미국식 모델과 마찬가지로 세 가지 맹점이 있다. 첫째, 유럽연합 헌법에도 불완전한 세계화에 대해 아무 언급이 없으며 둘째, 문화는 정적이어야 한다는 믿음을 표출하고 있고 셋째, 이주민과 본국 태생 거주자를 적대 관계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 세 가지 결함으로 인해 유럽식 모델은 이주민 정책과 관련해 공정한 시스템을 이룰 수 없다. 특히 유럽이 자화자찬하는 통합의 정책은 아프리카, 터키, 동유럽을 타자화하고 있다. 한쪽은 처벌, 한쪽은 환영이라는 상반된 태도로 유럽의 이주민들은 이도저도 아닌 신세에 갇혀 과거로 되돌아가지도, 미래로 나아가지도 못한 채 발이 묶여 있다. 이렇듯 이주 문제는 전 세계가 비슷한 상황이다(Sen & Mamdouh, 2008/2012).
“이주 문제, 어떻게 볼 것인가” 중에서
단일민족 신화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우리 문화 말살 정책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생산한 것으로, 이후 순혈주의 민족 신화로 굳어지게 되었다. 이런 허구화된 믿음은 이주 시대에 ‘우리’와 ‘그들’을 구분짓게 만들고, 다양한 이주민과 자녀들을 차별하는 기제로 작용하게 되었다. 온갖 어려움을 겪고 한국 사회에 정착한 이주민을 피부색과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혼혈, 잡종, 튀기, 코시안, 짱깨 등 멸시적으로 호명하고 차별적인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것도 순혈주의에 입각한 민족적 배타성에 기인한다. 2007년 8월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는 한국을 다인종 사회로 규정하고, 한국의 단일민족주의와 순혈주의가 다양한 인종들에 대한 인종차별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다인종적, 다문화적 가치를 위한 교육을 권고하기도 했다.
“한국의 ‘다문화’” 중에서
국가인권위원회는 2011년 9월 사이버공간에 인종주의 관련 사례 수집을 위한 대학생 모니터링단을 모집해 한 달 동안 사례 수집 활동을 벌였다. 외국인에 대한 혐오표현 및 상식적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되는 사례, 인종주의를 조장하는 영향력 있는 매체들의 부적절한 표현을 중심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뿌리 깊은 순혈주의, 특정국가 출신을 외국인 테러리즘과 연결시킴, 특정 국가와 피부색에 대한 편견 등 차별적 표현들이 확산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특히 혼혈인의 증가를 막기 위해 국제결혼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등의 순혈주의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표현이 많았다. 이는 단일민족 신화를 표방해 온 한국 사회의 순혈주의가 인종주의를 확대, 강화시키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국가인권위, 2011).
“이주민에 대한 혐오표현과 규제”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