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몰리에르 작품 중 가장 진지한 웃음을 준다
몰리에르의 재미있고 즐거운 희곡을 떠올린다면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다소 지루한 느낌을 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작품에 나타난 환멸과 냉소는 그의 어떤 작품보다 훨씬 더 흥미롭다. 몰리에르의 역사가 미슐레(Michelet)와 몰리에르의 전기를 기록한 그리마레(Grimarest)는 이 작품을 극작가로서 몰리에르의 역량이 최대로 발휘된 작품으로 보고 있다. 또한 부르주아 계층을 주된 묘사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희극의 전통에서 벗어나 있는 데다, 주요 등장인물이 모두 귀족들로 설정된 경우는 그의 작품에서도 유일한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몰리에르는 작품의 무대를 당대의 사교계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현대성이 드러난다.
사랑과 배신, 거짓과 허위로 가득 찬 17세기 파리의 사교계
운문 5막 희극인 이 작품의 무대는 스무 살의 나이로 과부가 된 셀리멘의 살롱이다. 이른 나이에 과부가 된 미모의 소유자 셀리멘의 사랑을 차지하기 위해 알세스트를 비롯한 여러 젊은 귀족들이 경합을 벌이는 것이 주요 사건으로 펼쳐진다. 알세스트의 주된 경쟁자는 오롱트라는 사람으로 1막에서 두 사람은 소네트 논쟁을 벌이게 되는데, 그는 이를 빌미로 법원에 제소되는 사건에 휘말린다. 게다가 알세스트가 사랑하는 여인인 셀리멘마저도 기만과 배신을 일삼고, 사랑의 감정을 저울질하는 등 그로 하여금 사교계에 대한 환멸을 느끼게 한다.
<인간 혐오자>의 인간 혐오증이 갖는 의의
귄력을 추종하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 비난과 험구가 난무하는 사회. 알세스트는 설령 법원의 판결에서 패소하더라도 이를 “우리 시대의 악덕을 보여주는 명백한 사례이자 유명한 증거”로 후세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낸다. 이로써 인간의 타락한 본성을 영원히 저주하고 증오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했다는 알세스트. 그의 인간 혐오증이 갖는 완고함은 당대 사회를 전면적으로 거부하고 있지만, 역으로 당시는 물론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준다.
200자평
성격희극의 창시자로 불린 몰리에르. 그의 작품 <인간 혐오자>는 알세스트라는 인물을 통해 위선과 허위로 가득 찬 당대 사교계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줄거리는 셀리멘과의 사랑과 갈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그 속에서 배신과 거짓, 권력 등이 음흉하게 도사리고 있는 사회로부터의 반항과 탈출을 시도하는 한 개인의 고뇌와 좌절을 읽을 수 있다.
지은이
몰리에르는 1622년 1월 15일 파리의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장 바티스트 포클랭(Jean-Baptiste Poquelin)이다. 대표적인 몰리에르 전기 작가 그리마레에 따르면 소년기의 장 바티스트는 당시 파리에서 최고의 명성을 누리고 있던 클레르몽 학교에서 중등교육을 받으며 에피쿠로스 철학에 동조하는 가상디(Gassendi)의 영향을 받았다. 20대에 접어든 장 바티스트는 여배우 마들렌 베자르(Madeleine Bejart)와 더불어 유명 극단(Illustre Theatre)의 창단에 참여했다. 몰리에르라는 예명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것은 1643년부터다. 하지만 유명 극단은 이내 파산했고, 파리를 떠난 몰리에르 일행은 에페르농 공작의 후원을 받고 있던 뒤프렌(Dufresne)의 극단과 합류한다. 1653년부터 1657년 사이에 몰리에르의 극단은 콩티 공(公)의 후원을 받는다. 몰리에르의 극단은 왕제 오를레앙 공의 주선으로 1658년 10월, 최초의 왕실 공연에 성공하여, 이듬해 <우스꽝스러운 재녀들>의 공연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 1622년 2월, 몰리에르는 스무 살 연하의 여배우 아르망드 베자르(Armande Bejart)와 결혼하여 사회적 파장을 야기한다. 같은 해 12월에 공연된 <아내들의 학교>는 코르네유(Pierre Corneille)의 <르 시드> 논쟁 이후 가장 심각한 연극 논쟁에 휘말린다. <아내들의 학교 비판>과 <베르사유 즉흥극> 등으로 자신의 연극관을 변호하던 몰리에르는 문제작 <타르튀프>로 다시 한 번 격한 논쟁을 야기하며 급기야 공연 금지 처분을 받는다. 1666년 몰리에르는 악화된 건강에도 불구하고 <인간 혐오자>를 무대에 올려 <타르튀프>, <동 쥐앙>과 더불어 성격희극의 3대 걸작을 완성한다. 1668년에는 <앙피트리용>을 필두로 <조르주 당댕>, <수전노>를 연속으로 무대에 올리는 역량을 과시한다. 1673년 2월 17일, 발레희극 <상상으로 앓는 환자>의 네 번째 공연 후에 쓰러진 몰리에르는 더 이상 무대에 오르지 못하고 영면한다.
옮긴이
이경의는 1962년 인천에서 태어나 부평에서 초·중·고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 서강대학교에서는 불어불문학을 전공하며 연극 장르에 특별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파리 4대학에서 본격적으로 프랑스 고전극의 연구를 시작하여 몰리에르 연극에 관한 연구로 석사과정과 박사준비과정을 이수한 데 이어 1994년 <17세기 프랑스 희극에 등장하는 바르봉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6년부터 경북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프랑스 문학사를 비롯하여 프랑스 연극과 영화에 관한 강의를 맡고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막
제2막
제3막
제4막
제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작품 연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80쪽
모든 곳에서 배반당하고 불의에 질려 버린 나는
악덕이 판치는 구렁텅이에서 벗어나
얼마든지 명예를 지킬 수 있는
한적한 곳을 찾으러 떠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