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톨스토이의 세계관을 담은 그릇
톨스토이가 ≪전쟁과 평화≫·≪안나 카레니나≫ 등의 훌륭한 예술 작품들과, ≪참회록≫·≪나의 종교는 어디에 있는가?≫ 등의 종교와 사상에 관한 저술들을 발표해 그의 명성이 날로 높아졌다. 그러나 그는 다양한 부류의 방문객들을 반갑게 맞이해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벌이면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의 견해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그들과 자신 사이에 인생의 근본 원리에 대한 이해 차이가 있거나 심지어 그들과는 의견이 상반된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사상을 체계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그의 종교와 연관된 “주요한 철학 전문서”인 ≪인생론≫을 집필했다.
그는 최고선의 완성, 즉 도덕적 진실의 수행에서 인생의 의미를 인식하는 사람에게는 죽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확신, 즉 정신적 탄생이 인간을 죽음으로부터 해방시킨다는 확신에 도달하게 되었다. 따라서 이 책은 삶과 죽음에 대한 긴장된 생각 속에 그 기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인생의 정의, 그리고 삶의 최고 목표
톨스토이는 이 책에서 인생을 선(善)에 대한 욕구로 보고 있으며, 인생의 의의를 선에 대한 추구로 보고 있다. 즉 인간이 각자 가지고 있는 ‘이성’, 즉 ‘신의 활동인 사랑’을 통해 선을 목표로 살아가는 노력을 ‘인생’이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그는 삶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는 그릇된 과학, 사이비 종교 등을 신랄히 비난하고 있다. 또한 개인적인 행복과 진정한 행복의 차이를 논하고, 동물적인 삶과 이성적인 삶의 차이를 비교를 통해 규명함으로써 인간이 이성에 의해 살아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그는 개인적인 삶은 동물적인 삶에 해당하므로, 이러한 삶을 이성적인 삶에 종속시킴으로써 진실한 인생을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톨스토이는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 현실에서 사랑을 실천할 것을 요구한다. 그래서 톨스토이는 자기 혼자만의 이익을 위해 살아가는 이기적인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전 인류의 행복을 위해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론적으로, 톨스토이는 ‘(인간의 이성적 활동인) 사랑으로 남에게 선을 베풀면서 사는 것이 인생의 최고의 목적이며, 이렇게 삶으로써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0자평
문학적으로뿐만 아니라 사상적으로도 위대한 업적을 남겼던 러시아의 세계적인 문호 톨스토이의 작품. 톨스토이의 세계관의 철학적 기반을 이루고 있으며, 그가 인생의 의미에 대해 제기했던 의문과 그 해답들이 제시되어 있다. 삶에 대한 회의와 권태라는 내면적 위기를 맞았던 작가의 전환기 이후에 쓰인 철학 성격의 수필로, 톨스토이의 종교적·사상적 고백을 엿볼 수 있다.
지은이
레프 톨스토이(Лев Н. Толстой)
레프 톨스토이는 1828년 러시아 중부 지방에 있는 야스나야 폴랴나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는 집에서 교육을 받았고, 카잔 대학에 입학해 동양어와 법을 공부하다가 중간에 자퇴했다. 1851년 카프카스에 주둔한 포병대에 들어갔고, 크림 전쟁에 참전한 경험을 토대로 <세바스토폴 이야기≫(1855~1856)를 써서 작가로서의 명성을 확고히 했다. 1862년에 평생의 후원자가 된 소피야 베르스와 결혼한 뒤, 볼가 스텝 지역에 있는 영지를 경영하며 농민들을 위한 교육 사업을 계속해 나갔고, 대표작 ≪전쟁과 평화≫(1869)와 ≪안나 카레니나≫(1877)를 집필하는 등 작품 활동도 활발히 했다. 그 자신은 백작의 지위를 가진 귀족이었으나, ≪바보이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등의 집필을 통해 러시아 귀족들이 너무 많은 재산을 갖고 있기 때문에 대다수의 민중들이 가난하게 살고 있음을 비판하는 문학 활동을 하여, 러시아 귀족들의 압력으로 ≪참회록≫과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의 출판 금지를 당했다. 하지만 독자들은 필사본이나 등사본으로 책을 만들어서 몰래 읽었고, 유럽, 미국, 아시아에 있는 출판사들이 그의 작품을 출판하여 외국에서는 그의 작품이 유명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극단적인 도덕가가 되어 1880년 이후에 낸 일련의 저술에서 국가와 교회를 부정하고, 육체의 나약함과 사유재산을 비난하는 의견을 발표했다. 저작물에서 개인의 이득을 취하는 것이 부도덕하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저작권을 포기하는 선언을 했고(1891), 마지막 소설인 ≪부활≫(1899)은 평화주의를 표방하는 두호보르 종파를 위한 자금을 모으려고 쓴 것이었다. 1910년 장녀와 함께 집을 떠나 방랑길에 올랐으나 아스타포보라는 작은 시골 기차역에서 사망했다. 2010년 사후 백 주년을 맞는 톨스토이는 팔십여 년이라는 생애 동안 방대한 양의 작품을 남겼다.
옮긴이
이영범
이영범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어과 학사 및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모스크바국립대학교에서 <푸시킨의 ≪대위의 딸≫의 시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한국노어노문학회 회장을 지내고, 청주대학교 러시아어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현재는 같은 대학의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하며, 생활 러시아와 러시아 문화 관련 강의 등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실용 러시아어≫(공저), ≪비디오 러시아문학 감상과 이해 1, 2≫, ≪테마 러시아 역사≫(편저), ≪러시아어 말하기와 듣기≫(공저), ≪쉽게 익히는 러시아어≫(공저), ≪한-러 전환기 소설의 근대적 초상≫(공저), ≪러시아 문화와 예술≫(공저), ≪파워 중급 러시아어≫, ≪표로 보는 러시아어 문법≫, ≪러시아 문화와 생활 러시아어≫, ≪인간의 가치≫(공저), ≪러시아 문학과 사상≫, ≪시와 노래로 배우는 러시아어≫ 등이 있다.
주요 역서로는 ≪러시아 제국의 한인들≫(공역), ≪인생론≫, ≪참회록≫, ≪크로이처 소나타≫, ≪체호프 유머 단편집≫ 등이 있다.
차례
머리말
제1장 인생의 근본적 모순
제2장 삶의 모순은 상고시대부터 인류에 의해 인식되어 왔다. 인류의 위대한 현자들이 이 내적 모순을 해결하는 삶의 정의를 사람들에게 제시했지만, 바리새인들과 율법 학자들이 이를 사람들에게 숨기고 있다
제3장 율법 학자들의 오해
제4장 율법 학자들의 교의는 모든 인생의 개념에 동물적 존재의 가시적인 현상들을 적용해, 이 현상들에서 삶의 목적에 관한 결론을 도출한다
제5장 바리새인들과 율법 학자들의 거짓 교의는 진실한 삶의 의미에 대한 설명이나 지침을 주지 못한다. 즉, 그들에게는 합리적 설명이 없는 삶의 타성이 삶의 유일한 지침이기 때문이다
제6장 현대인들에게 나타나는 의식의 분열
제7장 의식의 분열은 동물적 의식의 삶이 인간적 의식의 삶과 혼동됨으로써 발생한다
제8장 분열과 모순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거짓 교의에서만 나타난다
제9장 인간의 진정한 삶의 탄생
제10장 이성이란 인간에 의해 의식되는 법칙이며, 인생은 이 법칙에 따라 수행되어야만 한다
제11장 지식의 그릇된 방향
제12장 그릇된 지식의 원인은 물체를 표현하는 그릇된 원근법이다
제13장 대상들의 인식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시공간에 그것들이 출현한 결과가 아니라, 우리와 우리가 연구하는 대상들이 따르는 법칙이 일치한 결과다
제14장 진실한 인생은 시공간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제15장 동물적인 자아의 행복을 거부하는 것은 인생의 법칙이다
제16장 동물적 자아는 삶의 도구다
제17장 영혼의 탄생
제18장 이성적 의식은 무엇이 필요한가?
제19장 이성적 의식의 요구들에 대한 확인
제20장 자아의 요구는 이성적 의식의 요구와 양립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제21장 자아의 거부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이성적 의식에 대한 자아의 종속이 필요하다
제22장 사랑의 감정은 이성적 의식에 종속된 자아 활동의 발현이다
제23장 자기 삶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에게는 사랑의 감정 발현이 불가능하다
제24장 진실한 사랑은 자아의 행복을 거부한 결과다
제25장 사랑은 진실한 삶의 유일하고 완전한 활동이다
제26장 자기 존재의 불가능한 개선을 향한 사람들의 노력은 자신이 진실한 삶을 살 수 없게 만든다
제27장 죽음의 공포는 삶의 미해결된 모순의 의식일 뿐이다
제28장 육체적 죽음은 공간적인 육체와 시간적인 의식을 파괴하지만, 삶의 토대(각 존재의 세계에 대한 특수 관계)는 파괴할 수 없다
제29장 죽음의 공포는 사람들이 동일한 작은 삶, 즉 그들의 거짓 관념에 의해 제한된 삶의 부분을 수용하는 데서 발생한다
제30장 삶은 세계에 대한 관계며, 삶의 진행은 새롭고 고상한 관계의 수립이기 때문에 죽음은 새로운 관계 속으로의 진입이다
제31장 죽은 자들의 삶은 이승에서 끝나지 않는다
제32장 죽음에 대한 미신은 인간이 세계에 대한 자신의 상이한 관계들을 혼동하는 데서 발생한다
제33장 가시적인 삶은 삶의 무한한 운동의 부분이다
제34장 지상적 존재의 고통을 설명하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은, 인생이 출생에서 시작해 죽음으로 끝나는 개체의 삶이 아니라는 것을 무엇보다 확실히 증명한다
제35장 육체적 고통은 인간의 삶과 행복의 필수조건이다
결론
부록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1.
인생의 중요한 특질이 되는 인생의 모순이 보이지 않는 삶에 관한 진부한 관념을 출발점으로 수용한 사이비 과학, 즉 이 가짜 과학은 자신의 최근 결론들 속에서 대부분의 무례한 사람들의 요구에 응하고 있다. 즉, 이 사이비 과학은 어떤 사생활의 행복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며, 인간에게 있어서 어떤 동물적 생존의 행복을 인정하고 있다.
2.
사랑한다는 것은 대체로 선을 행하길 원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모두가 사랑을 이렇게 이해하고 있으며, 또 달리는 이해할 수 없다. 나는 내 자식, 내 아내, 내 조국을 사랑한다. 다시 말해서 나는 남의 자식, 남의 아내, 남의 나라의 행복보다는 내 아내, 내 자식, 내 조국의 행복을 더 간절히 소망한다. 자기 자식만을, 자기 아내만을, 자기 나라만을 사랑하는 경우는 결코 없으며, 있을 수도 없다. 누구든지 자식과 아내, 조국과 사람들 모두를 함께 사랑한다. 그런데 그가 사랑하기 때문에 상이한 사랑의 존재들에게 바라는 행복의 조건들은, 사랑하는 존재들 중 한 존재에게로의 온갖 사랑의 활동이, 다른 존재들에게 있어서의 그의 활동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 해를 끼치는 일이 자주 일어날 정도로 서로 연관되어 있다.
3.
인간은 자신의 삶을 이성의 법칙에 따라서 사랑을 발휘하는 데 둔 후에, 한편으로는, 이미 이 삶 속에서 자신이 가고 있는 삶의 새로운 중심의 빛을 보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을 통과하는 이 빛이 주변인들에게 야기하는 작용을 본다. 그리고 이것이 그에게 안전성, 불멸성에 대한 확실한 믿음과 삶의 영원한 강화에 대한 확실한 믿음을 준다. 불사에 대한 믿음을 누군가로부터 수용할 수 없으며, 불사 상태의 자신을 확신할 수도 없다. 불사에 대한 믿음을 갖기 위해서는 불사가 존재하도록 해야만 하며, 불사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삶을 어디에 불사하는지 이해해야만 한다. 자신의 삶의 과업을 이루었고, 현재의 삶 속에서 이미 이 세계에서 위치하지 못하는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계를 수립한 사람만이 미래의 삶을 믿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