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온 문명의 대변혁 앞에서 우리는 인위적인 것들의 허구성을 절감하고 있다. 장자는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삶의 주체성을 박탈당하지 않으려면 허명(虛名)을 벗어던져야 한다고 말한다. 장자의 우언(寓言)에 담긴 삶의 철학은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하다. 이 책은 장자의 사유를 통해 현대인의 자유와 행복을 이야기한다. 장자의 다채로운 이야기로 현대사회의 다양한 병폐를 꼬집으며 무엇에도 구속되지 않는 온전한 삶의 길로 안내한다. 장자철학에서 자유는 행복의 전제 조건이자 절대 조건이다. 행복한 삶에 이르기 위해서는 인식의 한계로부터 자유로워져야 하고, 자유를 구속하는 감옥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간은 자유로운 자기로서 온전히 존재할 때 비로소 행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자평
장자철학에서 자유는 행복의 전제 조건이자 절대 조건이다. 장자는 허명에 지나지 않는 소유론적 태도를 버리고 잃어버린 자연의 본래성을 되찾아 삶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인식의 한계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은 성견과 성심을 해체하고 도의 중심인 도추에 서는 것이다. 자유를 구속하는 감옥에서 벗어나 안명의 마음에 이르러야 한다. 인간은 자유로운 자기로서 온전히 존재할 때 행복할 수 있다.
지은이
박혜순
현재 서강대학교 철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이며, 서강대학교와 국민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서강대학교 교수학습센터에서 주관하는 동서고전 100권 읽고 토론하기 프로그램 <비판적 사고연습 [딴짓, 고전 100권과 놀다]>를 6년째 진행 중이며 창조적인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서강대학교에서 환경신학, 환경철학, 중국철학을 전공하고 석사학위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된 철학적 관심 주제는 ‘생명의 영속성’, ‘자유’, ‘행복’, ‘인간과 자연의 공존윤리’, ‘물의 철학’ 등이다. 저서로 『생태문명 생각하기‑내 삶을 바꾸는 환경철학』(공저, 2018)이 있고, 주요 논문으로는 “고통, 주체성 그리고 덕”(2006), “생태적 감수성 회복을 위한 공부론: 치양지”(2006), “생명과 명실의 문제”(2013), “삶의 태도변화‑소유론에서 존재론으로”(2013), “공존의 생태윤리를 위한 대안적 제언 이수관물(以水觀物)”(2016), “태일생수에 나타난 물과 생명의 관계방식 고찰”(2016), “삶과 죽음 그리고 자유에 대한 해석학적 접근”(2018), “21세기 생태담론, 거피취차”(2018), “용서, 화해 그리고 생명”(2018), “혐오를 넘어 환대로”(2018), “수평사회를 지향하는 성인의 ‘자(自)’ 연구”(2019), “신뢰사회의 원형 탐구”(2020) 등이 있다.
차례
행복의 전제 조건, 자유
01 북명과 남명
02 지식과 행복
03 닫힌 지식과 열린 지식
04 안지약명
05 삶과 죽음
06 비움의 철학
07 시선의 감옥
08 상처의 치유
09 왕태의 불언지교
10 행복
책속으로
4차 산업혁명이 세계와 인류를 바꾼다는 것은 인간이 주체성을 상실하고 기술의 부림을 당하게 된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생명 위기, 인공지능에게 주체성을 박탈당하는 위기에 노출되고 싶지 않다면 전체적 맥락을 읽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나는 그 방법의 하나가 장자철학에 담긴 아날로그적 감성 회복이라고 생각한다.
서문-“행복의 전제 조건, 자유” 중에서
곤이 존재의 질적 전환을 이루는 화이위조는 왈칵 울음이 터질 것 같은 곤의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마치 아스라이 먼 하늘에서 오케스트라의 장대한 연주가 울려오는 것 같은 스펙터클한 영화 같은 한 장면이다. 이때 빛을 발하는 것이 바로 적후지공(積厚之功)의 내공이다. 깊은 내적 수양이 쌓여 있지 않으면 때가 와도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고 기회가 와도 이상적 자아를 실현할 수 없다.
01-“북명과 남명” 중에서
사태를 정확하게 아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것을 긍정하고 수용하는 것은 더 어렵다. 우리가 삶의 중대한 문제에 부딪쳐 괴로움을 겪을 때, 앞이 보이지 않아 막막할 때, 그것이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을 알면[知其不可奈何]” 안다는 것 자체가 말할 수 없는 고통이기 때문이다.
04-“안지약명” 중에서
세상의 시선에서 무신경해지고 그것을 의식하지 않는 것은 자기를 존중하는 하나의 방법이다. 자신을 더 이상 사람들의 구경거리로 방치하지 않는 자유인의 태도다. 타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가하는 것은 그들의 인품과 인격이 미숙하다는 증거일 뿐이다. 그들의 미숙한 인격 때문에 자존감을 해치는 것은 자기를 존중하는 사람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우리가 타인의 정신적 미숙함까지 끌어안고 고통스러워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07-“시선의 감옥” 중에서
우리들 대부분이 (중략) 자신이 자기 삶을 그리고 창조하는 자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삶이라는 그림 속에 매몰되어 그림 속의 자기를 진짜 자기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인간을 그렇게 만드는 주된 요인은 바로 육체와 감각이다. 육체와 감각의 의미를 부정하고 가볍게 털어 냄으로써 ‘그림을 그리는 나’의 지위를 되찾고 “자기 삶을 창조적으로 건축하는 자기”로 격상시킬 수 있다.
09-“왕태의 불언지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