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최근 노벨문학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는, 입센의 뒤를 잇는 노르웨이 대표 작가 욘 포세의 소설이다. 희곡 <어느 여름날>의 연장으로도 읽히는 이 소설은 우리가 살면서 늘 만나게 되는, 답을 알 수 없고 따라서 이해하기 힘든 상실, 외로움, 불안 같은 문제를 독특한 형식에 담는다.
싱네는 창가에 서서 오래전 악천후를 뚫고 해안가로 나간 뒤 돌아오지 않는 남편 어슬레를 회상한다. 둘은 피오르드 근처의 낡은 집에 살림을 꾸렸다. 하지만 어슬레는 언제나 집을 떠나 바다로 나갔고, 그날은 거센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어슬레는 어김없이 바다를 향했고 생사도 불명인 채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는다. 싱네의 회상은 어슬레의 고조모 알레스의 기억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알레스 또한 어린 손주를 바다에서 잃었고, 죽은 어슬레의 이름을 싱네의 남편 어슬레가 물려받았다. 상실의 경험이 대를 이어 거듭되고, 남은 이들의 외로움과 불안, 그리움 또한 계속된다. 자유를 갈망해 바다로 떠난 어슬레는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채로 싱네의 삶을 이루는 부분이 된다.
과거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싱네의 태도는 누구나 겪는 상실의 경험, 그로 인해 당면하게 되는 정서 또한 삶의 일부이자 피할 수 없는 삶의 본질임을 일깨운다.
200자평
욘 포세는 최근 몇 년간 꾸준히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노르웨이 작가다. 그의 소설을 초역으로 소개한다. 한 여인이 창가에 서서 오래전 해안가로 나가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회상한다. 그녀의 의식의 흐름에 따라 한 집안의 과거와 현재가 뒤얽힌다. 회상 가운데 드러나는 누군가의 죽음, 그로 인한 상실의 경험, 외로움과 불안은 우리가 살면서 늘 만나게 되지만 이해하기 힘든 삶의 문제들이다.
지은이
욘 포세는 1959년 노르웨이의 서부 해안 도시 헤우게순(Haugesund) 출생으로 비교문학을 전공한 전업 작가다. 1983년 소설 ≪빨강, 까망≫으로 데뷔한 이후, 1989년 소설 ≪보트 창고≫로 주목받기 시작한다. 시, 에세이, 아동문학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있으나 현재 주목받는 주요 장르는 희곡이며 그가 사용하는 언어는 뉘노르스크(Nynorsk)라는 신노르웨이어다. 포세는 1994년 <그리고 우리는 결코 헤어지지 않을 것이다>가 베르겐 국립극장 무대에 오름으로써 희곡 작가로 데뷔한다. 1998년 <누군가 온다>가 프랑스에서 초연된 이후 2000년부터 독일에서 그의 작품이 지속적으로 공연되어 세계 연극계의 관심을 받는다. 2002년 독일의 권위 있는 연극 전문지 ≪테아터 호이테≫는 욘 포세를 올해의 외국인 작가로 선정했다. 그의 희곡은 지금까지 40여개 언어로 번역되어 끊임없이 공연되고 있다. 그만큼 욘 포세는 자국보다 외국에서 더욱 높은 평가를 받는 작가로, 최근에는 노벨문학상 후보로 계속 거론되며 중요한 작가로 인정받고 있다.
옮긴이
정민영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독문학박사)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에서 현대독일문학을 수학했다. 한국브레히트학회 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교수다. 저서로 ≪카바레. 자유와 웃음의 공연예술≫, ≪하이너 뮐러 극작론≫, ≪하이너 뮐러의 연극세계≫(공저), ≪하이너 뮐러 연구≫(공저) 등이 있고 번역한 책으로 ≪뮐러 희곡선≫, ≪뮐러 산문선≫, ≪하이너 뮐러 평전≫, ≪로리오 코미디 선집≫, 카를 발렌틴 선집 ≪변두리 극장≫, 탕크레트 도르스트의 ≪검은 윤곽≫,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욕망≫, 욘 포세 희곡집 ≪가을날의 꿈≫, 욘 포세의 ≪이름/기타맨≫, 우르스 비드머의 ≪정상의 개들≫, 볼프강 바우어의 ≪찬란한 오후≫, 독일어 번역인 정진규 시선집 ≪Tanz der Worte(말씀의 춤)≫ 등이 있다. 그 밖에 <독일어권 카바레 연구 1, 2>, <전략적 표현 기법으로서의 추>, <예술로서의 대중오락−카를 발렌틴의 희극성>, <재인식의 웃음 – 로리오의 희극성>, <하이너 뮐러의 산문>, <한국 무대의 하이너 뮐러>, <Zur Rezeption der DDR-Literatur in Südkorea> 등 논문이 있다.
차례
저 사람은 알레스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나이 든 여자, 그 여자는 그의 할머니다, 그녀는 생각한다, 그러면, 그래, 그렇다면 나도 들어갈 수 있는 건가? 그녀는 생각한다, 그녀는 그냥 들어가야 할 것이다, 그녀 또한, 여기 밖은 비가 너무 심하고, 바람도 너무 심하다, 그리고 춥다, 그녀도 들어가야 한다, 그녀는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가 거기 사는데 그 오래된 집으로 들어갈 수 있나, 그녀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 자신도 거기 산다, 그들 두 사람이 거기 살고 있다, 그녀와 그, 싱네와 어슬레, 그녀는 그냥 조용히 들어갈 수 있다, 그녀는 생각한다, 그리고 그녀는 들어간다, 현관에서 그녀는 할머니가 서 있는 것을 그리고 연노랑 모자를 벗는 것을 본다, 할머니는 모자를 선반에 놓고 외투 단추를 풀고 외투를 옷걸이에 건다
9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