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절화기담≫은 나말 여초에 창작된 <최치원> 이래 면면히 이어져 온 애정 전기의 전통을 계승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작품이다. 내용 측면에서 재자(才子) 이생과 이웃의 여종인 가인(佳人) 순매의 어긋난 만남이 되풀이 되고, 형식 측면에서는 삽입시가 있는 것이 이러한 평가에 주요한 기준이 됐을 것이다. 특히, 두 주인공의 만남이 어긋나고 사랑이 완성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생규장전>, <운영전>, <주생전>, <심생전> 등의 비극적 애정 전기의 전통을 잇고 있다는 측면으로 이해되고 있다.
더불어 19세기 초에 변화된 시대상과 세계관 그리고 소설관까지 일정하게 반영하고 있는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녀 주인공이 재자, 가인이기는 하나 기혼 남녀라는 점에서 이전의 애정 전기의 주인공과는 다르다. 만남도 전기적 만남과 형식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간난의 부름, 남편의 술주정, 동생 순덕의 방문, 와병(臥病), 화재 등으로 이생과 순매의 만남은 번번이 어그러졌다. 겨우 한 번의 만남이 이뤄지는데, 그들이 벌이는 애정 행각을 묘사하는 방식이 이전의 전기와는 다르게 매우 구체적이다. 세태 소설이나 통속 소설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이 외에도 작품의 배경인 한양과 그곳에서 이뤄지는 여러 풍속도 매우 구체적이고도 사실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문체 면에서도 백화식 한문이 쓰이고 있다.
즉, ≪절화기담≫은 애정 전기의 전통을 계승하는 한편, 일상과 인간 현실에 주목하면서 인간 내면의 욕정의 문제를 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당시의 시각을 담아낸 작품이다.
200자평
재자(才子)가 가인(佳人)을 찾아 사랑을 속삭이지만 그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둘 다 유부남 유부녀이기 때문이다. ≪금병매≫와 흡사한 염정 묘사, 구조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단순한 아류작으로 남지 않는다. 봉건주의와 권선징악의 이념이 무너지는 19세기 초 조선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드러내는 빼어난 세태 소설이다.
옮긴이
하성란은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조선 후기 문학의 화폐 경제 반영 양상>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산둥성(山東省) 옌타이대학교(烟台大學校) 초빙교수와 고려대학교 BK21 한국어문학교육연구단 연구교수를 지냈고, 현재 동국대학교 조선 후기 야담집 정본화 연구단에서 전임 연구원으로 있으며, 강남대학교와 동국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조선 후기 문학과 화폐 경제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 <매점매석의 문학적 형상화 방식과 그 인식>, <놀부 박사설의 성격과 화폐 경제 인식−퇴장화폐 문제를 중심으로−>, <포의교집의 삽입시 연구> 등의 논문을 썼으며 역저로 ≪포의교집≫, 공저로 ≪우리의 옛 문화와 소통하기≫가 있다.
차례
절화기담 서문
제1회
제2회
제3회
추서
원문
해설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순매의 치마끈을 풀어 젖히고 손으로 더듬으면서 온갖 희락을 찾는데, 매끄러운 우윳빛 가슴은 출렁임이 멈추지 않고 옥 같은 피부는 윤기가 흐르고 매끄러운 것이 비할 데가 없었다. 나아갔다 물러났다 어루만지며 만지작거리며 농탕치니 곱게 빗은 검은 머리카락이 어느덧 엉클어지고 분 바른 뺨은 잠깐 사이에 달아올랐다. 양대의 한 조각 꿈이 막 이루어지려는 순간,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며 큰 소리로 불렀다.
“순매야, 어디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