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평
인간의 의사소통이 언어만으로 이루어지는가. 그렇지 않다. 제스처는 고대 수사학과 예술의 역사에서는 설득과 표현의 기술로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내면과 발화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인식되었다. 제스처 없이 말을 하기란 힘든 일이며 제스처를 통해 대화라는 의사소통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제스처 연구의 오랜 역사 속에서 나온 자료와 흥미로운 지식들을 대화를 연구하는 현대 언어학자의 시선으로 소개한다. 언어와 더불어 제스처는 어떤 기능을 하며 우리는 과연 어떻게 대화하는가. 이 책은 의사소통의 실제와 폭넓은 양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 의사소통능력과 교육에 관심 있는 많은 이들에게 그 대답을 제공할 것이다. 이제 말하고 듣는 언어를 넘어 더 넓은 시선으로 대화의 진면목을 살펴보자.
지은이
김현강
연세대학교 언어정보연구원 연구교수다. 연세대학교에서 사회언어학을 공부했으며 대화, 담화 연구를 주로 해 왔다. 특히 매체와 정치 언어에 관심을 갖고 라디오, 정치광고, 신문 등 다양한 영역과 미디어에 나타나는 언어 문제, 규범, 담론 현상을 연구하고 있다. “언론의 공정성 개념”(2016)을 비롯해 “신문 사설에 나타난 다문화주의의 담론적 양상”(2015),“정치광고의 내러티브 이면에 있는 논증 분석”(2014), “고개 끄덕임의 대화 내 상호작용 연구”(2012) “매체 인터뷰의 담화 전략”(2009)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으며, 역서로 『정치담화분석』(2015), 『제스처』(2012)가 있다.
차례
01 제스처란 무엇인가
02 전사의 방법
03 대화의 상호작용
04 청자 반응
05 고개 끄덕임
06 제스처의 단위
07 지시적 제스처
08 화용적 제스처
09 제스처 연구의 흐름
10 제스처, 의사소통, 문화
책속으로
언어가 단시간에 배워 이해하기는 힘든 까다로운 의미와 소리의 세계라면 제스처는 다른 언어, 다른 공동체의 모습, 대화의 장면이라 해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비교적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행위의 세계다. 그런 점에서 제스처는 언어를 둘러싼 맥락과 현실로 시선을 확장할 수 있게 하는, 대화라는 의사소통 속 다른 경로이자 방식이다. 제스처를 단지 언어를 보는 시각이 아니라 소통의 방식으로, 문화의 일부로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제스처, 의사소통, 문화’). 대화 속에서 제스처를 바라보는 것은 오히려 언어로서, 언어에 주목해 그것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둘러싼 모습을 본다는 것이다. 오직 인류의 보편적 언어로서만이 아니라 이번에는 서로 다른 의사소통의 조건과 현실이 빚어내는 세계로 눈을 한번 돌려 보라는 것, 그것이 바로 제스처 연구의 역사가 현대의 우리에게 던지는 또 다른 메시지다.
“왜 제스처인가” 중에서
제스처가 갖는 의사소통의 의미를 대화 안에서 생각해 보는 것은 대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 물음에 답함으로써 시작된다. 대화는 언어를 통해 의미를 표현하고 이해하는 것, 또는 정보를 전달하고 수신하는 의사소통 그 이상이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만(Erving Goffman)에 따르면 사회라는 것은 일상을 떠나 멀리, 저 높은 곳에 존재하는 개념이 아니라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고 상호작용을 하는 상황에서 형성되는 것”이다(Goffman, 1967). 어떤 거대하고 추상적인 ‘사회’도 일상의 상호작용이 무수히 거듭되어 형성되고 재생산되는 것이다. 일상의 상호작용에 대한 이해를 통해 사회를 이해할 수 있고 대화는 바로 그 일상의 순간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화는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이고 미시적인 수준의 ‘사회’다.
“대화의 상호작용” 중에서
제스처는 신체 한 부분의 동작들이 연결되는 일련의 연속 과정을 구성한다. 편안히 정지된 한 상태, 즉 ‘기본 위치’(Sacks & Schegloff, 2002)에서 출발해 어떤 지점을 향해 움직였다가 결국 처음 위치로 돌아오는 여정의 과정으로 이루어진다. 이 여정은 처음 위치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점에 닿기까지 하나 이상의 단계로 구성된다. 동작의 역동성이 가장 두드러지고 모양이 정확히 드러나는 정점의 단계를 스트로크(stroke)라고 하며 이 단계에서 제스처의 표현이 완성된다. 때때로 스트로크에는 그 동작이 유지되는 단계가 뒤따르기도 하며, 이를 스트로크 후 유지(post-stroke hold)라고 한다. 이 부분은 동작을 유지하고 연장함으로써 의미나 표현을 확실히 전달하고 마무리하는 기능을 한다. 그런 점에서 스트로크와 스트로크 후 유지는 제스처 구의 핵(nucleus)에 해당한다(Kendon, 2004).
“제스처의 단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