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국평론선집’은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문학평론가협회가 공동 기획했습니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한국 근현대 평론을 대표하는 주요 평론가 50명을 엄선하고 권위를 인정받은 평론가를 엮은이와 해설자로 추천했습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습니다.
조남현은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평론으로 당선한 이래 꾸준한 평론 활동을 했고,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문학 연구에도 힘을 쏟았다. 그의 비평은 한국 근대소설의 초기에서 당대에 이르기까지 과거와 현대를 종횡으로 누비며 한국 근대소설 전체를 조망하고, 문학비평과 문학 연구라는 양날의 칼을 이용함으로써 한국문학에 접근하는 창의적 시각과 객관적 시각을 확보했다.
김현에게 문학은 전혀 ‘쓸모없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를 억압하지 않는 것이었고, 김윤식에게 문학은 한 인간의 삶을 총체적으로 담고 있는 텍스트였다면, 조남현에게 문학은 철학이나 사회학과는 다른 방법으로 인간성의 본질에 닿는 통로였다. 많은 비평가와 문학 연구자는 철학적 개념이나 사회학적 방법론으로 문학에 접근함으로써 문학적 고유성을 밝히지 못하고, 문학을 철학적 개념이나 사회학적 현상으로 환원하려 하지만 그는 비평에서 철학이나 사회학적 개념을 전면적으로 내세우거나 이를 통해 문학을 설명하려는 태도를 거부한다.
조남현은 196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문학사를 10년 단위로 개괄한다. 1960년대의 순수·참여문학론, 1970년대의 대중문학론, 1980년대의 노동문학, 1990년대의 출판 시장의 확대, 2000년대 문학의 위기론이 대표적일 것이다. 10년을 기준으로 문학사를 살펴보는 것은 역사적으로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포진해 있으면서도 한국인의 생활양식 변화와 이에 따른 문화 풍속도 변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문학계를 바라보는 거대한 시각을 전제로 하여 비평을 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런 시각이 없이 개별 작가나 작품에 매몰되어 있다면, 작품이 거둔 성과나 한계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조남현 비평은 문학에 대한 넓고 깊은 안목으로 문학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이 기준을 중심으로 좋은 소설과 시, 시조와 비평론을 가려내는 데 큰 성과를 거두었다. 그런 점에서 그가 가려낸 우리 문학의 성과들은 문학사적인 가치를 갖게 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문학 연구자들과 비평가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을 것이다.
200자평
숲과 나무를 보는 평론가 조남현의 대표 평론 7편을 엮었다. 철학의 개념이나 사회학의 방법론으로 문학에 접근하는 평론가와 달리 조남현은 철학이나 사회학과는 다른 문학의 고유성을 인식하고 문학을 문학으로 읽고자 하는 독자적 방법론을 구축했다.
지은이
조남현은 1948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한국 현대소설에 나타난 지식인상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계간지 ≪소설과 사회≫와 월간지 ≪문학사상≫의 주간을 지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소설에 나타난 소리의 사상성과 도식성>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한국 근대 지식인문학과 소설의 갈등 양상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굵직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그 밖에도 한국 문학사에서 조명받지 못한 작가를 발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평론집으로는 ≪문학과 정신사적 자취≫, ≪지성의 통풍을 위한 문학≫, ≪삶과 문학적 인식≫, ≪우리 소설의 판과 틀≫, ≪풀이에서 매김으로≫, ≪한국문학의 저변≫, ≪한국문학의 사실과 가치≫, ≪1990년대 문학의 담론≫, ≪비평의 자리≫ 등이 있다. 연구서로는 ≪한국 지식인소설 연구≫, ≪한국 현대문학의 자계≫, ≪한국 현대소설 연구≫, ≪한국 소설과 갈등≫, ≪한국 현대소설의 해부≫, ≪한국 현대소설 유형론 연구≫, ≪한국 현대문학 사상 연구≫, ≪한국 현대문학 사상 논구≫, ≪한국 현대문학 사상 탐구≫, ≪그들의 문학과 생애, 이기영≫, ≪소설신론≫, ≪한국 현대문학 사상의 발견≫, ≪한국 현대 작가의 시야≫, ≪한국 현대문학 사상의 발견≫, ≪한국 현대소설사 1(1890∼1930)≫, ≪한국 현대소설사 2(1930∼1945)≫, ≪한국 문학잡지 사상사≫ 등이 있다. 그 밖에 한국의 문학비평론, 창작 방법론에 대한 논문을 여러 편 썼다. 연암문학상, 현대문학상, 김환태 평론상, 대산문학상, 대한민국학술원상 등을 수상했다.
해설자
김학균은 1970년에 충북 보은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염상섭 소설의 추리소설적 성격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종대학교 교양학부 초빙 교수와 고려대 BK21 한국어문학교육연구단 연구 교수를 지냈다. 현재는 서울시립대 글쓰기센터 연구 교수로 있다.
<김승옥 소설에 나타난 화자의 성격 연구>, <염상섭 소설의 추리소설적 성격 연구>, <≪사랑과 죄≫에 나타난 연애의 성립 과정> 등 염상섭의 소설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고, ≪염상섭 소설 다시 읽기≫를 냈다.
차례
‘변화’의 겉과 속
1990년대 상반기 문제작
생태학과 상식파 그리고 생명주의의 화음−박완서론
1990년대 소설과 여행 모티프의 다산성(多産性)
1990년대 비평의 성과와 과제
21세기 한국 소설의 출구
일원론과 이항대립론과 복수론
해설
조남현은
해설자 김학균은
책속으로
이제 변화 자체를 놓고 좋다 나쁘나 할 시기는 지났다. 그러기에는 변화의 폭이 워낙 크기도 하지만 한국문학의 체질 개선이라는 결과를 가져다준 것도 있기 때문이다. 문학 창작과 보급 그리고 독서가 근본적으로 자본과 무관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자본이 최종 통제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한국문학의 앞날을 걱정하고 끝까지 지키려는 사람들이 변화의 동력이 되어야 한다.
―<‘변화’의 겉과 속>
탈식민주의적 시각은 세계사적 흐름을 냉정하게 바라보게 할 뿐만 아니라 한국 작가들을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가난한 자, 짓밟힌 자, 낙오된 자 등의 편을 들었던 그 연장선에서 여러 종속 단체(subaltern)의 입장에 서게끔 한다. 그리하여 문제적 현상의 발견, 폭로, 비판에 능한 존재로서의 역할을 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비판자로서의 작가(writer-critic)의 길을 걸어갈 것을 종용하고 있다.
―<21세기 한국 소설의 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