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자본주의에서 ‘선한 삶’의 단초를 찾다
실업과 불평등을 치유할 케인스의 거시경제학
20세기 전반 전 세계는 심각한 실업 문제와 부·소득의 불평등에 맞닥뜨렸다. 인간의 합리성을 굳게 믿은 고전파 경제 이론과 자유방임주의는 이들 문제를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해소될 일시적 일탈로 여겼다. 그러나 오늘날 실업과 불평등은 사라지기는커녕 나날이 심화하고 있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이 자본주의의 근본적 결함을 직시하고 현실 경제를 올바르게 설명할 방법을 찾으려 고군분투한 경제학자다. 자본주의 경제가 인간 삶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효율적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믿고, 대학 교수이자 행정가로 활동하며 혁신적 이론과 정책을 고안하는 데 평생을 바쳤다.
케인스는 생산 요소가 개별 생산 분야에 어떻게 배분되는지 살피는 고전파 경제학의 분석을 탈피해, 한 경제 전체에서 생산 요소 고용의 크기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분석한다. 화폐의 특별한 역할에 주목하는 한편 소비와 투자가 고용과 생산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유효수요 이론을 전개한다. 이러한 분석에 따르면 현실 경제는 불확실성으로 가득하며, 생산 요소는 결코 완전 고용되지 않는다. 실업과 불평등이 자본주의 경제의 근본적 결함인 이유다. 이에 케인스는 국제화폐 ‘방코’ 발행과 국제은행 ‘국제청산동맹’ 설치를 제안하는 등 자본주의를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 정책과 제도 개혁 방안을 마련한다.
이 책은 거시경제학을 종합하고 완성한 케인스의 이론을 열 가지 키워드로 해설한다. 현실 경제가 ‘화폐적 생산 경제’로서 어떤 양상을 띠는지, ‘화폐의 순수 이론’이 ‘생산의 화폐 이론’으로 어떻게 발전해 나갔는지, 케인스가 어떤 식으로 ‘완전 고용과 경제 안정을 위한 경제 질서’를 구축하려 했는지 등을 상세히 살필 수 있다. 100년 가까이 지난 현재에도 그 효용이 여전한 케인스의 통찰에서 자본주의의 미래를 발견해 보길 바란다.
존 메이너드 케인스(John Maynard Keynes, 1883∼1946)
1883년 영국에서 태어나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그리고 대공황 시기에 활동했던 경제학자다.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이자 재무부 상근 또는 비상근 전문가로 활동하면서 경제학 이론과 정책 형성에 커다란 업적을 남겼다. 오늘날 거시경제학으로 불리는 국민 소득과 고용,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론을 종합하고, 새롭게 개발하고, 완성했다. 이 과정에서 유효수요 이론, 유동성 선호 이론, 불완전 고용 균형 이론 등을 개발해 경제적 사고의 혁명적 변화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주요 저서로는 ≪평화의 경제적 결과≫(1919), ≪확률론≫(1921), ≪화폐개혁론≫(1923), ≪화폐론≫(1930), ≪고용, 이자 그리고 화폐의 일반 이론≫(1936) 등이 있다.
200자평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경제학의 두 흐름 중 하나인 거시경제학을 종합하고 완성한 인물이다. 인간 합리성에 기댄 고전파 경제학 이론의 한계를 벗어나 불확실성에 둘러싸인 현실 경제를 올바르게 설명하려 했다. 이를 바탕으로 자본주의 경제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과 개혁안을 적극 제시했다. 이 책은 화폐, 투자, 고용, 생산 등에 대한 이해를 갱신한 케인스의 사유를 열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자본주의 경제를 인간 삶의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지은이
조복현
현재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다. 충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주요 저서로는 ≪현대 자본주의 경제의 불안정성≫(1997), 역서로는 ≪자본주의 경제 동학 에세이≫(칼레츠키 지음, 2010)가 있다. 주요 관심사와 연구 분야는 금융 위기와 화폐적 생산 이론이다. 케인스 이론과 관련한 연구로는 “케인스 이론의 혁명성”, “화폐적 생산이론의 기초: 케인스의 투자이론”, “화폐내생성과 유동성 선호”, “투자와 금융” 등 여러 학술 저널에 발표한 논문들이 있다. 북챕터 논문으로 “아시아 금융위기와 케인스”(≪케인스의 경제학≫, 2002)와 “Investment Finance and Financial Sector Development”(Keynes and Macroeconomics After 70 Years, 2008) 등이 있다.
차례
케인스의 생애와 경제학
01 케인스의 신념
02 자유방임 자본주의 경제 비판
03 화폐적 생산 경제
04 화폐의 순수 이론: 물가 불안과 신용 순환
05 생산의 화폐 이론: 화폐와 실물 생산
06 불확실성과 투자 조달: 은행 제도의 중요성
07 불황과 실업 대응: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
08 완전 고용과 경제 안정을 위한 경제 질서
09 세계 평화와 완전 고용을 위한 국제 경제 질서
10 케인스와 현재
책속으로
케인스의 신념들은 경제학 연구의 철학과 방법, 경제 문제의 가치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케인스는 경제학 연구의 철학적 기초로서 벤담주의에 기초한 자유방임 사상을 배격했다. 또한 여러 저술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인간 행동의 합리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이었다. 아울러 불확실성 속에서 행해지는 인간 행동의 한 기준으로 사회적 심리와 관습을 중요하게 여겼다. 더 나아가 우리 경제 활동의 목표를 단순한 생산 증대와 같은 부의 총량 증대가 아니라 모든 개인이 선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두었다.
_“01 케인스의 신념” 중에서
케인스는 우리가 경제 활동의 최종 목적을 부의 증대에 두어서는 안 되지만, 최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자본주의 경제는 유용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제가 자유방임에만 맡겨졌을 때 그 경제는 효율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는 자유방임주의의 주장처럼 개인들의 이익과 판단에만 맡겨 두어서는 안 되며, 적절히 관리해야 한다. 그러면 자본주의는 경제의 목적을 달성할 효과적 수단으로서 유용해질 수 있다. 따라서 케인스는 “내가 볼 때, 현명하게 관리되기만 하면,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자본주의가 다른 어떤 대안보다 효과적인 것 같다”라고 말한다.
_“02 자유방임 자본주의 경제 비판” 중에서
케인스의 경제 이론이나 정책이 낡은 것으로 치부되어 외면받고 있는 오늘날에도 실업과 소득 불평등은 개선되지 않은 채 지속되고 있다. 케인스가 살던 1930년대 당시보다는 실업률이 다소 낮아졌지만 오늘날에도 불완전 고용 등을 포함한 잠재 실업률은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부와 소득의 불평등은 당시보다 더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다. 케인스가 한 사회의 경제적 총량만을 염두에 두는 공리주의를 비판하면서 개개인 삶의 즐거움을 중시했던 것처럼, 우리가 사회 구성원 각각의 행복을 고려한다면 오늘날의 실업과 불평등도 당연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_“10 케인스와 현재”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