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보마르셰의 피가로 삼부작 완결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사건은 ‘피가로의 결혼’ 이후 20년 뒤, 혁명 직후의 프랑스에서 벌어진다. 알마비바 백작 부부는 몇 해 전 큰아들을 사고로 잃었다. 차남 레옹이 있지만, 어쩐지 그를 대하는 백작의 태도는 냉담하기만 하다. 백작 부인은 내심 서운해하면서도 백작에게 제대로 항의하지 못한다. 레옹에 대해 남편에게 말하지 못한 비밀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백작 부부의 불화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던 피가로는 여기에 모종의 음모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음모의 배후로 백작 가족 모두의 신뢰를 얻고 있는 베제아르스를 의심하고, 쉬잔과 함께 그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죄지은 어머니>는 작가가 디드로의 드라마 이론을 적용해 완성한 작품이다. 디드로식 드라마가 진지함과 웃음을 뒤섞으며 부르주아의 덕목을 강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이 극은 이런 드라마의 이상에 잘 부합하고 있다. 전작들과는 극의 전체 분위기를 결정짓는 장르가 다르기 때문에 인물들의 성격에도 뚜렷한 차이가 보인다. 명랑하면서도 거침없는 반항정신을 보여 주던 피가로는 어느덧 중년에 접어들어 진중한 인물로 변모해서 주인댁의 화평을 위해 애쓴다. 프랑스 혁명 기간에 집필되어 혁명 직후에 발표되었다.
200자평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에 이어지는 보마르셰의 피가로 삼부작 완결. 알마비바 백작 부부와 그 자녀들에게 위기가 찾아오고, 이번에도 피가로가 해결사로 나선다.
지은이
본명이 피에르‐오귀스탱 카롱(Pierre-Augustin Caron)인 보마르셰는 1732년 시계 제조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솜씨 좋은 장인을 아버지로 둔 덕에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내며 음악과 시를 공부하고 예술과 문학에 대한 식견을 쌓았다. 보마르셰가 연극계에 입문하게 된 것은 1760년에서 1763년 사이로, 친분이 있던 재력가 르 노르망 데티올 후작의 성에서 연회를 주관하면서 그는 희극과 당시 유행하던 장르인 퍼레이드(Parade)의 대본을 집필하며 극작을 시작한다. 이때의 성공에 고무되고, 또 한편으로 디드로의 드라마 연극론에 매료된 보마르셰는 두 편의 부르주아 드라마 <외제니(Eugénie)>(1767)와 <두 친구 혹은 리옹의 장사꾼(Les Deux Amis ou Le Négociant de Lyon)>(1770)을 발표했으나 결과는 참담한 실패였다. 그러고 나서 이른바 피가로 3부작으로 일컬어지는 세 편의 희극 <세비야의 이발사>와 <피가로의 결혼>, <죄지은 어머니>를 발표하며 프랑스 연극계의 총아로 떠오른다. 1777년 보마르셰는 극작가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극작가협회를 창설한다. 수년에 걸친 투쟁 끝에 극작가협회는 드디어 1791년 입헌의회 치하에서 작가들의 문학적 권리와 상속권을 인정받기에 이른다. 이른바 오늘날의 지적재산권이란 개념이 처음으로 인지되게 된 것이다. 1789년 58세 나이로 프랑스 혁명에 가담하지만 모반, 루이 16세와의 비밀 교신, 횡령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다. 간신히 교수형을 면하고 몇 년을 숨어 지내다 정부 승인 아래 독일 함부르크로 피신한 뒤, 그곳에서 이민자로서 고된 삶을 살다가 1799년 프랑스 자택에서 뇌출혈로 사망한다.
옮긴이
이선화는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박사과정(DEA)을 수료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남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서로는 ≪핑퐁≫(연극과 인간, 2006), ≪지옥의 기계≫(지식을만드는지식, 2008), ≪현대 프랑스 연극 1940−1990≫(지식을만드는지식, 2011), ≪막베트≫(지식을만드는지식, 2012)가 있고, 공저로는 ≪프랑스 문학과 여성≫(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3), ≪현대 프랑스 문학과 예술≫(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2006)이 있다. 논문으로는 <장 콕토의 ‘지옥의 기계’에 나타난 여성적 이미지>, <아르튀르 아다모프, 신경증 환자들의 가족 소설>, <한태숙 ‘서안화차’에 나타난 공간성 연구>, <이오네스코의 셰익스피어 다시 쓰기−‘막베트’를 중심으로>, <장 주네의 ‘하녀들’에 나타난 여성성과 여성적 글쓰기>, <야스미나 레자의 ‘아트’에 나타난 고전적 극작술의 현대적 변용>, <프랑스 현대극에 나타난 다시 쓰기의 미학−메테를링크의 ‘조아젤’과 세제르의 ‘어떤 태풍’을 중심으로> 등 다수가 있다.
목록
나오는 사람들
1막
2막
3막
4막
5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피가로: 저는 제가 행한 선의의 소임을 얼마 안 되는 급료로 망치고 싶지 않습니다. 제가 받고 싶은 보상은 백작님 댁에서 삶을 마감하는 것입니다. 젊어서는 더러 과오를 범하기도 했지만요. 이제 제 지나온 삶을 만회하고 싶습니다. 어느덧 나이가 드니 제 젊은 시절을 용서해 줄 수도 있을 듯합니다. 실제로 제 옛날 모습이 자랑스러워질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어느 날 별안간 우리 신분이 바뀌어 버렸습니다! 압제자도 없고 건방진 위선자도 없고요! 각자가 저마다 자신의 의무를 다하고 있지요. 어떤 곤란한 순간에도 불평하지 말자고요. 그 골칫덩이를 쫓아내면 가족들은 더 좋아질 겁니다.
191∼19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