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자평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단편들이 모여 한 편의 장면을 이룬 4부작으로 각각 액션, 공포, 다큐멘터리, 갱영화로 마지막에 이르면서 퍼즐조각을 맞춘 것처럼 선명한 그림 하나가 완성된다. 제목 그대로 ‘죽음’ 아니면 ‘타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과 청춘의 참혹상에 초점을 맞춰 나간다. 작가는 엉뚱하고 뜬금없이 때로는 기발한 스타일로 이야기 구조를 뒤집는다. 어른이 아이들 싸움을 뚱딴지같은 소리로 해설하는가 하면, 난투극 사이에 싸움꾼들이 고백하는 사연을 인터뷰로 처리하는 수법도 재치 있다.
지은이
류승완 감독은 1992년 고등학교 졸업 후 각종 필름 워크샵과 시네마 테크를 다니며 영화 연출을 공부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6개월간 돈을 벌어 가족의 1년 최저 생계비를 마련하고 나머지 6개월은 사설 워크숍을 다니며 영화 공부를 했다는 그는 이 시절 공사장 잡역부를 비롯하여 호텔 청소부, 불법 운전연습소 강사, 농수산물 시장 야채 운반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직종에 종사했다. 1993년 박찬욱 감독과 알게된 그는 이 시기에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구상하였고, 1996년 단편 영화 <변질헤드>를 만들면서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후 류승완은 박찬욱 감독의 <삼인조>, 박기형 감독의 <여고괴담>, 곽경택 감독의 <닥터 K>에서 연출부로 일하며 틈틈히 자신의 영화 작업을 계속해 나갔다. 이 때 연출한 작품으로는 부산 단편 영화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한 <패싸움>, 한국 독립 단편 영화제에서 관객강과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현대인>이 있다. 2000년 자신의 4개의 단편인 <패싸움>, <악몽>, <현대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묶어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여 주목을 받게 된 류승완은 <다찌마와 리> ,<피도 눈물도 없이> 를 연출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해 나간다. 비장미와 독특한 스타일이라는 상징으로 대표되는 류승완 감독의 연출력이 가장 돋보인 작품은 2004년 자신의 동생 류승범을 주연으로 내세운 <아라한 장풍 대작전>이다. 도시무협이라는 독특한 장르를 표방한 이 영화에서 류승완 감독은 빠르게 또는 느리게 질주하는 도시의 모습을 경쾌하게 표현하며 예전의 영화보다 좀 더 관객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노력하였다. 다양한 장르의 웰메이드 작품들 속에서, 그의 영화를 관통하는 하나의 표현 방식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액션’이다. 영화 <짝패>는 ‘액션영화’에 대한 감독의 열렬한 사랑이 반영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