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죽음 혹은 아님>에서 세르지 벨벨은 일상과 같은 죽음이라는 공통된 주제로 일곱 개의 서로 다른 에피소드를 엮었다. 1막 각 장면은 등장인물들의 죽음으로 끝난다. 이들 장면은 서로 연관성도 없어 보인다. 이런 결말이 2막에서 반전된다. 1막의 일곱 개 에피소드가 이번에는 역순으로 진행되면서 1막에서 죽음을 맞았던 인물들을 살려낸다. 이들을 살린 것은 ‘작은 상황 변화’다. 그것은 바로 주변의 관심이었다.
세르지 벨벨이 1990년대 후반에 쓴 작품으로 포스트모더니즘 관점이 반영되어 있다. 각 장면은 짧고 빠르고 독립적으로 진행되는데 이는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극작품이 보여 주는 특징이다. 전통적인 의미의 시작과 끝이 없으며, 모든 사건이 현재 진행형으로 그려진다. 또한 제목인 ‘죽음 혹은 아님’은 셰익스피어의 “죽느냐 사느냐” 패러디로도 읽힌다.
200자평
현재 스페인을 가장 대표하는 극작가 겸 연출가 세르지 벨벨의 대표작을 초역으로 소개한다.
지은이
세르지 벨벨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으로 현재 스페인을 가장 대표하는 극작가 겸 연출가다. 1980년대 말부터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면서 수준 높은 작품을 창작해 오고 있다. 그의 작품 다수가 여러 외국어로 번역되었으며, 스페인을 비롯해, 중남미와 미국, 유럽 각국에서 공연되고 있다. 몇몇 작품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세르지 벨벨은 바르셀로나 아우토노마대학에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학에서 연극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연극을 시작했다. 1985년 <오늘의 만화경과 등대>라는 작품으로 브라도민백작상을 수상하면서 화려하게 연극계에 입문했고, 이후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작품을 발표했다. 수많은 화제작이 대중은 물론 평단의 호평을 받으면서 스페인에서 가장 촉망받는 극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수상 경력도 화려한데, 1987년 국립연극상, 그라노예시(市)상, 1992년 비평가상, 1993년부터 1995년까지 카탈루냐 주정부 드라마문학상, 1994년 세라드오르상, 1996년 스페인 문화부 드라마문학상, 1999년 몰리에르상, 2000년 카탈루냐 주정부 국립연극상 등을 수상했다. <죽음 혹은 아님> 역시 1994년에 본연극상과 1996년 국립드라마문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연출가로 활동하면서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1988년부터 바르셀로나 연극학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96년 희곡 문학 부문 국가문학상을 받았으며,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카탈루냐 국립극장 예술감독으로 재직했다.
대표작으로 <미니멀 쇼>(1987), <엘사 슈나이더>(1987), <오페라>(1988), <애무>(1991), <죽음 혹은 아님>(1994), <탈렘>(1990), <비 온 다음>(1993), <외지인들>(2005), <토스카나로>(2007) 등이 있다.
옮긴이
김선욱은 서울 출생으로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와 동대학원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스페인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국립대학교(Universidad Complutense de Madrid)에서 스페인 연극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귀국 후 고려대학교에서 강의하며 스페인과 중남미 연극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으며, 스페인과 라틴아메리카의 연극을 번역하고 무대에 올리는 한편 드라마투르그(문학 감독)와 연극 평론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공연 예술≫(공저), ≪작품으로 읽는 스페인 문학사≫(공저) 등과 역서로 ≪누만시아≫, ≪살라메아 시장≫, ≪푸엔테오베후나≫ 등 다수가 있다. 논문으로는 <연극사 각 시대별 연기 양식 비교 연구: 음악적 대사의 연극적 재현의 역사>, <르네상스와 바로크 과도기 시기 스페인 연극의 관객: 또레스 나아로를 중심으로>, <20세기 라틴아메리카 연극과 연극 축제> 등과 평론으로 <젊은 작가와 극단의 재기발랄한 놀이: 극단 이상한 앨리스의 변기 속 세상>, <사회적 폭력에서 잉태된 개인의 폭력, 그리고 그 치유에 대한 희망: ‘주인이 오셨다’의 텍스트 구조와 의미>, <‘마호로바’의 미덕: 그 구조와 연기 앙상블> 등 다수가 있다. 이외에도 <번역극의 드라마투르그 임무와 역할>과 같은 연극에 관련된 많은 문화 칼럼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부 죽음
제2부 혹은 아님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부인: 그럴 순 없어. 정말이지, 죽음 같은 심각한 걸 그렇게 가볍게 처리해서는 안 돼.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야. 당신은 1년을 무기력하게 보냈어. 위축되고, 괴로워하면서, 아무런 의욕도 없이. 이제 알겠어. 당신 상황이 최악이었다는 걸. 당신이 일을 시작했을 땐 희망이 있었어. 돈이 되고 뭔가 강력하고 성숙하고 지적이고 양식 있는 일을 하려고 했으니까. 난 당신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일이 해결될 것인지 그렇지 않을 것인지를 생각하면서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어. 하지만 아니야. 갈수록 별로였어. 그건 그냥 보통 수준의 속임수고 많은 거짓 이야기에 불과해. 더 나쁜 건 그러면서도 우쭐대고, 허망하기까지 하다는 거야. 잘 생각해 봐. 사람을 가지고 그렇게 장난치면 안 돼. 내가 이렇게 말하는 건 아직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이 남들이 하지 못한 뭔가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야. 하지만 이번에는… 당신은 어떻게 죽음을 그렇게… 저급하고 경박한 방식으로 다룰 수가 있어? 정말이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끔찍해, 그럴 순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