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작품은 중국을 인류학의 주요 관심 지역으로 각광받게 했고, 중국의 전통 사회를 보다 잘 이해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주었으며, 인류학의 종족 연구에도 새로운 장을 열어 주었다고 평가받는다.
이 작품의 연구 방법은 매우 독특한 것이었다. 이 책이 쓰이던 당시, 프리드먼의 연구 대상인 중국은 서방 세계와 단절되어 있었다. 인류학 연구에 필수적인 현지 조사를 수행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프리드먼은 유럽 언어로 쓰인 중국 관련 문헌들을 다각도로 분석, 종합해 중국 사회의 모습을 재구성해 냈다. 프리드먼도 자신의 연구 방법을 자료 수집을 직접 하지 않고 문헌에만 의지한다는 비판적 의미가 담긴 ‘안락의자 인류학’으로 지칭해 그 한계를 인정하고 있으나, 신빙성 있는 자료를 선별하고 그에 대한 비판적 검토를 거친 후에 다양한 정보들을 서로 비교하면서 조심스럽게 이용한 그의 방법은 오히려 기존에 주로 진행되던 공동체 연구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게 했다.
이 책을 통해서 프리드먼이 심혈을 기울인 것들 중 하나는 중국 종족의 모델을 구성하는 것이었다. 상기했다시피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 안락의자 인류학을 통해 집대성된 것이기 때문에 어쩌면 이와 같은 모델 구성 시도가 가능했을 것이다. 즉 아주 작은 규모의 A형 종족 모델과, 이와 정반대의 특징을 가진 Z형 종족 모델의 두 극단적 유형을 상정하면서 실존하는 종족은 이 양극단을 잇는 연속선상 어디엔가 존재할 것이라고 상정했다. 이러한 극단적 유형의 상정을 통해서 프리드먼이 목표로 한 것은 종족 집단의 성격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인들을 선별하고 그들 사이의 관계를 명확히 밝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는 다양한 성격의 종족들을 포괄해 설명할 수 있는 틀을 세웠다. 그리고 이와 같은 중국의 종족이 가지는 정치·경제적 의미를 이 책에서 잘 드러냄으로써 중국 사회의 이해에 큰 역할을 할 수 있게 되었다.
200자평
중국 광둥성과 푸젠성의 종족에 관한 문헌 조사와 연구를 통해 중국 사회를 재구성해 드러낸 작품이다. 중국에 관해 기록된 서구의 자료들을 영국인 인류학자가 종합하고 분석해 중국 사회의 전반적 모습을 나타내 보였다. 기존 연구 방법의 단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연구의 방법론을 제시하는 등 인류학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오늘날까지도 인류학 분야의 최고 고전으로 꼽힌다.
지은이
모리스 프리드먼은 1920년 12월 11일 영국 런던에서 출생했다. 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각각 폴란드와 러시아 출신으로 모두 10대 초반에 영국으로 이주한 노동자들이었다. 킹스칼리지에서 영어를 전공한 그는 인도에서 군 생활을 마치고 1946년 1월에 런던정경대학의 인류학과 대학원에 입학, 인류학자로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1951년에 런던정경대학에서 가르치기 시작하고 1965년에 정교수가 되었으며 1968년에 학과장이 되었다. 1970년에는 옥스퍼드대학 사회인류학과장으로 옮겼으며, 1975년 사망할 때까지 옥스퍼드의 사회인류학연구소 소장을 겸임했다. 1967년에서 1969년까지 영국인류학회의 회장을 지냈으며, 전 생애에 걸쳐 다양한 학회와 학술지에서 지도자의 역할을 수행했다. 젊은 학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자극을 주는 데 매우 탁월했으며, 특히 세계 각국에서 온 유학생들에게 매우 너그러웠다. 또한 지적 권위, 과감한 결단력뿐만 아니라 성실함과 바른 예절을 통해 학계에서 지도력을 발휘했다.
혼란스럽고 일견 모순적이기까지 한, 중국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을 종합해 체계적 설명을 제공함으로써 중국을 인류학을 중심으로 한 사회문화적 연구의 대상으로 확립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당시에는 말할 것도 없고 현재에도 중국의 사회와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그의 책과 논문들을 섭렵하지 않을 수 없으며, 따라서 그의 저작들은 여전히 중국 연구의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옮긴이
양영균은 서울대학교 인류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고, 미국 피츠버그대학 인류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국 톈진의 한 농촌 마을에서의 현지 조사를 바탕으로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마을의 역사를 통해 국가와 사회의 관계를 탐구한 <Peasants and the State: The Political Economy of a Village in the Maoist and Post-Mao China>(2000)가 박사 학위논문이다. 대표적 논문으로는 <얻은 자와 잃은 자: 개혁·개방 시대 중국의 한 농촌 마을의 사례>(2001), <중국 농촌의 기층 간부의 위치와 역할의 변화를 통해 본 국가?사회 관계>(2002), <Well-Being Discourse and Chinese Food in Korean Society>(2010) 등이 있고, 공저로 ≪우리 안의 외국 문화≫(2006), ≪해외 한인의 민족 관계≫(2006), ≪다민족 관계 속의 LA한인≫(2008)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린마을 이야기≫(2003)가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제1장 푸젠과 광둥의 마을과 종족
제2장 마을 생활의 경제적 기초
제3장 가족과 가구
제4장 남계친 단위들의 위계
제5장 상복의 등급
제6장 분절적 체계
제7장 종족 내부의 사회적 분화
제8장 종족 내부의 권력 배분
제9장 정치적 권력과 경제적 통제
제10장 의례상의 분화
제11장 조상숭배와 종족 구조
제12장 자발적 결사체
제13장 종족 간의 관계 및 종족 외부와의 관계
제14장 종족 대 국가
제15장 논의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다음과 같은 중국 속담이 있다. “남자아이는 얼굴을 안쪽으로 향하고 태어나고, 여자아이는 얼굴을 바깥쪽으로 향하고 태어난다.” 바꿔 말하면, 그녀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그녀 가족에게는 잠재적 손실이다. 남부 푸젠에서 온 싱가포르 화교들 사이에는 딸들은 “잃어버리게 되는 상품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런 말들은, 여성이 결혼할 때 자신의 가족을 떠나고 자신이 시집가는 집단에 아이들을 주는 관습을 반영한다. 그녀의 가사 노동, 출산력, 그리고 주된 의례적 귀속이 결혼에 의해 한 가족에서 다른 가족으로 이전되었다. 여성에 대한 권리가 한 집단에서 다른 집단으로 양도되는 것은 신부대(bride-price)의 지불로 정당화되었다.
-64쪽
만약 어떤 하위 종족이 다른 하위 종족보다 부유하면 그 안에서의 분절화 정도는 더 클 수 있을 것이다. 부와 사회적 지위에 많은 차이가 있는 체계에서 이러한 차이들에 의해 생기는 수평적 분화들은, 분절들 사이의 수직적 분화로 어느 정도 전환된다. 지위와 자원에서 동질적인 작은 분절은 성원들이 늘어나면서 권력이 있는 자와 없는 자, 지위가 높은 자와 낮은 자,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 모두를 포함할 수 있다. 그것이 분화될 때 특권층이 분리되는 경향을 보임으로써 이러한 차이가 드러나게 된다.
-9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