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2인극은 의사소통의 최소단위인 단 두 명만이 무대에 올라 극을 끌어간다. 2인이라는 제한된 등장인물로 갈등 구조를 선명히 드러내야 한다는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단 두 사람이 무대 위에서 만들어 내는 극적 긴장에 매력을 느끼며 호응하는 관객의 요구와 함께 2인극에 대한 창작자와 배우들의 선호 또한 커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지난 20년간 2인극 공연 활성화에 기여해 온 ‘월드 2인극 페스티벌’이 올해 20주년을 맞아 국제 퍼포밍 아트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한다. 지난 20년간 2인극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던 300여 편이 넘는 창작극 가운데 20편을 정선해 ≪창작 2인극 선집≫으로 선보인다.
김진만의 <홀>
도심 한복판에 원인 불명의 싱크홀이 생겨났다. 신속한 처리를 위해 파견된 작업반장과 신임 주무관은 대처 방법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다. 신임 주무관은 싱크홀 발생 원인 규명을 위해 작업반장을 끈질기게 설득한다. 제16회 2인극 페스티벌 기획 초청작으로 무대에 올랐다.
김록원의 <성실하고 창조적인>
두 명의 박정식은 동명이인을 만났다는 반가움 속에 첫인사를 나눈다. 하지만 곧 입사 면접 테스트가 시작되고, 둘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상대를 거칠게 공격하기 시작한다. 제17회 2인극 페스티벌 대상 수상작이다.
김세한의 <신에 관한 두 가지 담론>
종교인들 사이에 이상한 소문이 돈다. 소년원에 수감 중인 한 소녀에 대한 이야기다. 그 소녀를 만나고 온 종교인들이 모두 일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목사는 소문에 흥미를 느껴 소녀를 찾아간다. 제17회 2인극 페스티벌 최우수작품상 수상작이다.
양수근의 <사돈언니>
서말래는 결혼기념일을 맞아 해외로 여행 간 딸의 부탁으로 딸네 집을 찾는다. 그 사정을 까맣게 모르고 있던 박복자가 마침 아들네를 방문한다. 어색하게 조우한 사돈 간은 하룻밤을 함께 보내기로 한다. 제18회 2인극 페스티벌 최우수작품상, 희곡상을 수상했다.
위기훈의 <페인 킬러>
창부와 대학생이 등장하는 1장을 시작으로 대학생과 주부, 주부와 그녀의 남편, 남편과 부하 여직원, 여직원과 기자, 기자와 탤런트, 탤런트와 국회의원, 의원과 소녀가장, 소녀가장과 예술가, 예술가와 다시 1장의 창부가 등장하는 10장까지 10개의 장면은 순환하면서 10개의 성적 관계를 보여 준다.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윤무>에서 차용한 순환 구조가 특징이다. 제18회 2인극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200자평
‘월드 2인극 페스티벌’이 올해 20주년을 맞았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극적인 탐구’를 목적으로 한 2인극 페스티벌은 지난 성과를 바탕으로 2020년 세계인과 공연 예술로 소통하는 국제 퍼포밍 아트 페스티벌로 자리매김한다. ‘월드 2인극 페스티벌’의 20주년을 기념해 지난 20년간 2인극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던 공모작 가운데 우수작 20편을 선별해 엮었다. 2인극만의 재미와 감동으로 초연 이후 꾸준히 재공연되고 있는 창작 2인극 작품들을 드디어 대본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지은이
김진만은 작가 겸 연출가다. 세종대학교 공연·영상·애니메이션학과 박사를 수료했다. 현재 ITI(국제극예술협회) 한국본부 축제분과위원장이다.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창안자로,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2019 예술분야 문화체육관광부 표창장을 수상했다. <우중산책>, <홀(HOLE)>, <다목리 미상번지>, <보석보다 찬란한>, <안아 주세요>, <씨름사절단> 등 다수의 희곡을 썼다.
김록원은 <햄릿, 쓸모 있는 인간>, <행복한 연희>, <개미집>, <투명 얼룩>, <오방색-연희왕 타이틀매치>, <얼굴을 마주하다> 외 다수의 희곡을 썼다. 주요 수상, 선정 경력으로는 월드 2인극 페스티벌 희곡상 수상, 두산아트센터 빅보이 선정 등이 있다.
김세한은 예술의 전당 기획작 <페리클레스>, <보물섬>을, 어린이 극장 1주년 기념작 <엄마 이야기>를 각색했고, 평창문화올림픽 선정 행사 <평창아트드림캠프> 주제 공연 극본, 헬로 카봇 뮤지컬 시즌 3 <우당탕탕 집짓기 대작전> 극본을 썼다. ‘대한민국스토리공모대전 한국콘텐츠진흥원장상’, ‘대한민국창작만화공모대전 만화영상진흥원장상’, ‘벽산희곡상 대상’, ‘윤대성희곡상 대상’(공동 수상),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최우수 작품상’,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 젊은연출가전 작품상’을 수상했다.
양수근은 극작가이며 문학박사다. 1996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전경 이야기>가 당선되었다. 주요 경력 사항으로는 2003년 극단 작은신화 우리연극 만들기 <홀인원> 공연, 2013년 거창국제연극제 희곡 공모 <오월의 석류> 당선, 2018년 월드 2인극 페스티벌 희곡상 수상(<사돈언니>), 2019년 대한민국 극작가상 수상 등이 있다.
위기훈은 <검정고무신>으로 2001년 제30회 삼성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저서로는 ≪희곡집 1−검정 고무신≫(연극과인간), ≪희곡집 2−바보 신동섭≫(연극과인간)이 있다. ‘2002 한국대표희곡선’, ‘2016 한국우수도서’에 선정되었고, ‘2020 (사)한국극작가협회 오늘의극작가상’을 수상했다.
차례
홀(HOLE) / 김진만 지음
성실하고 창조적인 / 김록원 지음
신에 관한 두 가지 담론 / 김세한 지음
사돈언니 / 양수근 지음
페인 킬러(Pain Killer) / 위기훈 지음
목록
창작 2인극 선집 1
창작 2인극 선집 2
창작 2인극 선집 3
창작 2인극 선집 4
책속으로
우반장 : 내 말은, 다른 사람들은 다들 아무 불만 없이 잘 지내는데, 자네만 유독 이 문제를 가지고 계속 문제를 삼느냐고?
강신념 : 문제가 있으니까, 문제를 삼는 게 당연한 거 아니에요!
-45쪽, <홀(HOLE)> 중에서
박정식 2 : 뭐? (심기 불편한 헛기침) 음, 자네 그렇게 안 봤는데 참 얍실하구만.
박정식 1 : 네?
박정식 2 : 이기려고 완력을 사용했잖아. 명백한 반칙이지.
박정식 1 : (답답하다는 듯) 이건 반칙이 아니죠. 꼭 개그맨처럼 웃기라는 법은 없잖아요? 창의력 테스트인 만큼 문제 될 건 없다고 보는데요.
박정식 2 : 창의력?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이기는 게 창의력이야?
박정식 1 : 고정 관념을 깨야 창의력이 생기죠.
-83쪽, <성실하고 창조적인> 중에서
아드님 : 인간이 정말 다른 동물들과 다르게 만들어졌을까요?
목사 : 인간을 특히 어여삐 여겨 화염검을 두른 동산에 주인으로서 살게 하셨다.
아드님 : 왜 인간을 어여삐 여겼는데요.
목사 : 이 세상의 주인으로서 만드셨으니까.
아드님 : 그럼 원죄로 동산에서 추방된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로?
목사 : 인간에게 무지개를 내려 주신 이유가 그게 아니겠니? 물로써 다시는 너흴 벌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셨잖아.
-133쪽, <신에 관한 두 가지 담론> 중에서
말래 : (안에서) 그냥 문화센터 노래 교실에서 만난 은퇴한 교장 선생님입니더.
복자 : 누가라우?
말래 : 방금 전화한.
복자 : 아. 보, 고, 싶, 습, 니, 더, 그 양반.
말래 : (놀라서 나온다.) 들었는교?
복자 : 들을라고 한 것이 아니고, 소리가 으찌나 큰지…
말래 : 지가 그리 크게 말했습니꺼.
복자 : 심장 소리가 쿵 쿵 쿵 함서. 가슴에서 큰 북소리가 딕킵디다.
-191쪽, <사돈언니> 중에서
대학생 : 소원은 아니야. 그냥 욕망이야.
창부 : 욕망으로 사는 거래.
대학생 : 네 직업이나 그렇지.
창부 : (거슬린다.) 그럼 뭘루 살아?
대학생 : 글쎄, 돈? 추억? 흔히들 그러잖아.
창부 : 돈도, 추억도 욕망이야.
대학생 : 아무래도 좋아.
-250쪽, <페인 킬러(Pain Killer)>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