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챗GPT와 함께 읽는 시, 그리고 비평의 가능성
인공지능 시대, 인간의 독서 능력과 문학적 감수성을 어떻게 유지하고 확장할 것인가? 대학 글쓰기 교육에서 독서와 비평의 비중이 줄어드는 오늘날, 챗GPT와 같은 AI 기술은 독자의 사유를 확장하는 독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 책은 챗GPT를 단순한 정보 제공 도구가 아니라 독서와 쓰기의 메타인지적 훈련을 유도하는 매개체로 활용하는 구체적 실습 과정을 제시한다.
특히 현대시 작품을 중심으로 챗GPT의 인용문을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비평문을 작성하는 예시를 통해 AI와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고차원적 리터러시 역량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 준다. 교수자와 학습자 모두에게 유용한 리터러시 실천 안내서로서 인공지능과 인간이 협력하는 새로운 문해 교육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200자평
AI 챗봇을 활용해 현대시를 읽고 비평하는 과정으로 새로운 문해 교육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챗GPT와의 대화를 비판적으로 수용하며 리터러시 역량을 키우는 실천적 사례를 담았다.
지은이
김웅기
문학평론가. 202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대구대학교 국어국문과를 졸업하고 《김수영의 변증법적 공간 연구》와 《윤곤강 시 연구》로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 학위와 동 대학원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로 AI 분야에서는 《인공지능과 문학의 미래》(2024), 《인공지능 시대의 문학》(2025)을 공저했고, “AI 시대 논증적 글쓰기를 위한 프롬프팅 연구”, “챗GPT 번역 프롬프팅 연구” 등의 논문을 발표했다. AI를 활용한 현대시 향유 및 비평 작업을 위한 연구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경희대학교 프락시스 연구회 소속으로 《윤곤강 문학 연구》(2022), 《한국문학사와 동인지문학》(2022), 《모던 경성과 전후 서울》(2023), 《해방 이후 동인지문학》(2025) 등을 공저했다. 우리문학회 학술상, 백조학술논문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 출강하고 있다.
차례
나의 문학 독서 파트너 챗GPT
01 챗GPT 프롬프팅의 중요성
02 챗GPT의 거짓 도출
03 챗GPT의 수정 도출
04 챗GPT의 시 학습 능력
05 챗GPT의 시 읽기 1: 김수영
06 챗GPT의 시 읽기 2: 기형도
07 챗GPT의 시 읽기 3: 트랜스휴먼
08 챗GPT의 시 읽기 4: 포스트휴먼
09 챗GPT의 시 읽기 5: 대화
10 챗GPT와 시의 새로운 방향: 메타읽기
책속으로
최근 대학 수업 현장에서는 개인 태블릿PC로 교과와 관련된 텍스트를 빠르게 수집하고 이에 대한 메타적 읽기를 수행하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여러 대학의 독서 교육은 여전히 읽기를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강조하고 인공지능의 능력을 ‘도전적인 것’ 또는 ‘시기상조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물론 인공지능이 생성한 정보에는 객관성 문제, 윤리적 문제, 프로그래밍 결함으로 인한 원천적 오류 등 여러 문제가 있으며 이는 논의해야 할 대상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 책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미래세대인 현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리터러시 교육(읽기와 쓰기 교육)이 인공지능의 기술적 한계를 이미 사용자(user)로서 경험한 주체를 교육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의 문학 독서 파트너 챗GPT” 중에서
김수영이 시에서 논하는 ‘설움’의 다양한 의미 가운데 하나는 한국전쟁 이후 폭압적인 현실 세계 속에 놓인 자신의 처지와 구속된 자유정신에 대한 저항으로 발발한 불화에서 시작된 정념이다. 이는 챗GPT가 설명하고 있는 ‘설움’의 의미와 어느 정도 상응한다. 이와 관련해 사용자는 “한국의 시인 가운데, 김수영은 ‘설움’을 주제로 많은 작품을 썼다”고 말하며 ‘설움’을 주제로 한 담화를 진행해 보았다. 그러자 챗GPT는 김수영에 대해 “인간의 고독과 설움, 그리고 사회적 억압에 대한 저항을 주제”로 “사회적인 억압과 그로 인한 개인의 고통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저항과 반항의 정신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02_“챗GPT의 거짓 도출” 중에서
이 프롬프트에서 교수자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AI의 창의성이 아니다. AI가 제시된 조건을 만족하면서 생성한 텍스트가 원작품과 수사학적·내용적 유사성을 띨 수 있는지를 학생이 자기 고찰로 소화해 내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 같은 학습 사례는 인공지능의 시 창작 능력에 중점을 두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가 인공지능의 창작물에 스스로 비평적으로 접근하면서 유용한 조건을 끊임없이 제공할 수 있는지에 방점을 찍는다.
-06_“챗GPT의 시 읽기 2: 기형도” 중에서
인간은 생명과 더불어 생동하는 존재다. 생동이라는 말 속에 잠재해 있는 욕망은 인간을 변화의 순간의 총체로 만든다. 이 같은 박동은 죽음ᐨ되기로만 정지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영원하다. 이는 일종의 알고리즘과 메커니즘을 수행하는 기계의 일상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문제는 시에서 이러한 차이를 인간의 숭고한 존재 가치로 승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비인간이 되지 못하는 슬픔의 위장으로 치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비인간의 문법과 규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타자와 재회하려면 비인간의 문법과 규칙을 따라야만 한다.
-08_“챗GPT의 시 읽기 4: 포스트휴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