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기시다구니오희곡상은 일본뿐 아니라 일본 연극·문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매해 주목하는 상이다. 일본의 한 시골 고등학교가 이 상의 주인공이 된다. 한 교사가 이뤄낸 성과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후쿠시마의 고등학교에서 홀로 연극을 가르치게 된 국어교사. 그녀가 학생들과 맞부딪치고 ‘연극계의 아쿠타가와상’, 기시다구니오희곡상을 수상하게 된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이 책은 표현교육 창설 경위부터 지은이가 현재 근무하고 있는 오테몬가쿠인고등학교 표현커뮤니케이션 코스에서 실천 중인 표현 교육의 가장 핵심 내용을 담았다. 일본에서 ‘십대와 접하는 사람들의 필독서’로 꼽히는 이 책을 통해, 연극으로 학생을 살 만하게 만드는 ‘드라마티처’가 가르쳐 주는 고등학생과 마주하는 법을 만나보자.
저자는 청소년들이 연극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과정을 통해 마음의 위로를 얻고, 슬픔을 치유할 에너지와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다고 전하며, ‘표현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일반적인 연극교육이 희곡에 대해 강의하거나 토론을 벌이고, 발성훈련을 하고 대사를 외우는 행동을 하지만 총서에서는 다르다. 저자는 “연극은 표현의 한 가지 형태”라고 정의하며 이러한 표현을 위해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자 하는 마인드’와 ‘그것을 받아들이는 타인이 있어야 한다’고 연극교육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다. 총서는 연극교육을 통해 청소년이 창작의 주체가 될 때, 스스로 성장할 수 있음을 거듭 강조한다.
200자평
총서의 저자인 이시이 미치코씨는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이 아닌 교과목으로 연극을 가르치는 교사다. 저자는 일본에서도 몇 안 되는 드라마티처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학생들과 협업해 제작한 연극 <블루시트>가 일본 대표 연극상인 ‘기시다구니오희곡상’을 수상하는 과정을 통해 일본 연극 역사에 청소년들의 희망을 만들어간 기록 등 직접 가르쳐 온 연극교육의 과정을 10개의 챕터로 나눠 진솔하게 털어놓는다.
지은이
이시이 미치코(いしいみちこ)
드라마티처. 2001년, 후쿠시마현 이와키종합고등학교에서 종합학과 설립 단계부터 참여하여 ‘연극’ 교과의 커리큘럼과 계통적 지도법에 대해 연구했다. 2014년부터는오테몬가쿠인고등학교의 교사로 표현커뮤니케이션 코스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옮긴이
고주영
공연예술 독립 프로듀서이자 일본어 번역가다. <제로 리:퍼블릭>, <안산순례길>, <변칙판타지>, <사이타마 프론티지>, 혜화동1번지 기획초청공연 <세월호 2017, 2018> 등을 기획·제작했고, <위대한 생활의 모험>, <푸어보이>(이상 마에다 시로 작), <점과 점을, 잇는 선. 으로 이루어진, 육면체. 그 안에, 가득 차 있는, 몇 개나 되는, 서로 다른 세계. 그리고, 빛에 대해>, <소금 흩날리는 세계>(이상 후지타 다카히로 작), <밖으로 나왓!>(노다 히데키 작) 등의 일본 희곡과 『리셋』(2007), 『누가 뭐래도 아프리카』(2008), 『나만의 독립국가 만들기』(2013), 『부장님, 그건 성희롱입니다』(공역, 2015) 등의 단행본을 번역했다.
차례
한국어판 발간을 축하하며
지은이 인사말
옮긴이 머리말
머리말을 대신한 자기소개 드라마티처란?
01 연극으로 아이들이 달라진다?- 이와키 이전 학교에서 배운 것
드라마티처 탄생 전야
국어교사 시절
연극동아리 담당교사가 된 이유
학교는 견디는 곳?
02 드라마티처의 탄생-후쿠시마 이와키종합고등학교에 대해
드라마티처의 시작
연극 수업 창설
확실한 보람
학교 밖 어른들
칼럼 학생과 함께 달리는 선생님 / 마에다 시로
03 미치코식 연극 메소드-고등학생에게 ‘연극’ 가르치기
우선은 몸만들기부터
표현에 필요한 것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수상하다
타자를 상상하기 위해
‘몸이 자라는’ 체육 수업
‘아이콘택트’와 ‘힘 빼기’
목소리의 벡터
칼럼 연극연습실, 만화경이 되다 / 미즈타니 하치야 48
04 자기와 마주하기-<자화상>
<자화상>이란
<자화상>을 만든다
<자화상> R의 사례
<자화상>을 통해서
05 다른 사람과 힘을 합하다-<인사>
<인사>란
힘을 합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낸다
학생들의 피드백 중
칼럼 연극 LOVE, 미치코 LOVE / 다다 준노스케
06 학생들의 세계관을 쌓아 올린다-연극 동아리에서 창작
고등학생은 연애편지 같은 거 안 쓴다고?
제공하는 것만이 아니다
정답도 오답도 없다
자연스러운 연극이란
07 고등학생과 전문 연출가-예술가와 작품 만들기
작품이 완성되기까지
누구에게 연출을 부탁할까
08 3•11-이와키에 미래는 있을까
대지진의 영향
이 아이들의 미래
칼럼 이시이 미치코에 대해 떠올리고 싶은 몇 가지 일/ 시바 유키오
09 재난 이후에-그날 이후를 그린 작품과 설마 했던 기시다구니오희곡상
분노로 놀자
온도 차와 분단
기억하고 싶지만 잊어가는 것
<블루시트> 제작 기록
기적의 수상
칼럼 강함도 약함도, 모두 다 / 후지타 다카히로
10 새로운 도전-이와키에서 오사카로
새로운 제안
새 세계로
선생님, 느려요
선배가 없다
내가 계속 그리는 것
연극에는 많은 형태가 있다
대담 이시이 미치코 × 히라타 오리자-‘학생을 살 만하게 만드는 연극교육’
후기 표현교육이 필요한 시대
좌담 청소년, 창작의 주체가 되다
책속으로
연극교육이라고 하면 우선 희곡에 대해 강의하고, 토론을 하고, 발성훈련을 하고, 대사를 외우고…. 그런 것들을 상상할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런 것은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안 하면 ‘연극’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학생들도 종종 그렇게 말합니다. “이거, 연극 수업 아니고 체육 수업이잖아!” 맞습니다. 학생들 말처럼 가장 먼저 몸만들기를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스트레칭과 근육 훈련입니다. 서기, 걷기, 달리기, 멈추기 등의 일상생활 속 움직임만으로 몸을 만들어 갑니다. 그런 간단한 것을 굳이 수업에서 할 필요가 있냐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겠죠. 그런데 이게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제대로 서지 못하고, 걷지 못합니다. 아니, 서고 걸을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생긴 습관이 붙은 몸으로 서고 걷습니다. 그리고 습관이 붙은 몸은 그 사람의 시야에도 영향을 미칩니다.(중략) 연극은 표현의 한 가지 형태인데, 표현을 위해 필요한 두 가지 기본적인 사항이 있습니다. 하나는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자 하는 마인드. 표현은 그것을 받아들이는 타자가 있을 때 비로소 성립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타자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받아들여 줘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표현은 관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타자가 그것을 받아들여 줄 것이라는 신뢰야말로 받아들여지기 위한 기본적 전제입니다. 그 신뢰를 가지고 자신을 타자에게 열어 가는 것이 표현을 위한 토대가 됩니다.
그리고 표현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컨트롤해야 합니다. 마음과 몸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마음의 상태와 머리로 생각한 이미지가 몸에 반영되어 가는데, 그 몸 안쪽에서 일어나는 일을 섬세하게 감지할 센서가 필요합니다. 몸 안쪽에 대한 감각과 동시에 몸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밖에서 보면 어떻게 보이는지를 부감할 수 있는 객관성도 필요합니다.
_ “03 미치코식 연극 메소드-고등학생에게 ‘연극’ 가르치기” 중에서
2011년 3월 11일 일어난 동일본대지진과 그에 따른 후쿠시마 제1원전의 심각한 사고는, 당연히 후쿠시마현에 사는 고등학생들이 그때까지 갖고 있던 가치관과 누리던 생활을 크게 변화시켰습니다. 저는 그 일련의 나날들을 두렵고도 슬프게 보냈지만, 더욱 더 강하게 끓어오른 감정은 분노였습니다. 정말로 화가 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밟고 서 있던 현실이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 것인가를 알게 되었고, 어딘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깊은 사고를 피했던 현실이 참혹한 사고로 이어져 당혹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분노는 나 자신을 포함한 어른들의 무책임이 초래한 참사에 죄도 없는 아이들이 말려들었다는 불합리함이었습니다. 이와키종합고등학교는 원전에서 45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습니다. 제가 살던 곳에서는 약 30킬로미터. 원전으로부터 20킬로미터 권내는 지진 다음 날 피난 지시가 내려져 사람의 자취가
사라졌습니다. 이와키종합고등학교는 바다에서 떨어져 있어 다행히 쓰나미의 피해는 없었지만, 지진으로 학교 건물 절반을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운동장에는 조립식 교실이 세워졌습니다.
_ “08 3·11-이와키에 미래는 있을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