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매몰 광부인 김창호가 구출되기 전까지 사건을 담고 있는 전반부와 이후 주인공의 편력을 다룬 후반부로 나뉜다. 죽은 줄 알았던 주인공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김창호 구출 계획’은 이벤트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작가는 이 과정에서 생명의 존엄보다 발굴 비용에 더 민감한 광업소 직원, 사고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기보다는 매몰 기록 수립에 더 관심이 많은 신문기자, 직업적 권위를 인정받으려는 의사, 전국에서 몰려든 구경꾼, 잡다한 행상들, 호경기가 지속되기를 기대하는 술집 마담을 등장시키며 인간의 존엄보다 자기과시, 명예, 호기심, 이익 등에 치중해 있는 현대인의 태도와 심리를 보여 주었다.
구출된 김창호는 곧바로 서울로 옮겨져 기자회견, 방송 출연, 초대연 등에 동원된다. 그사이 광산 회사는 김창호에 대한 보상을 하지 않은 채 부도를 내고 잠적하고, 가족의 생존을 위해 주인공은 다시 서울로 간다. 매스컴에 얼굴을 비치면서 그는 곧 영웅으로 부상해 단시일 내에 많은 돈을 모으고 대중에게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사건을 따라다니는 매스컴의 속성 때문에 김창호는 곧 대중으로부터 멀어지고 빈털터리로 전락한다.
현대인의 허욕과 매스컴의 횡포를 풍자하는 작가의 비판적 시각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1974년 드라마센터에서 초연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200자평
1967년 충청남도 청양 구봉금광에서 김창선이라는 광부가 매몰되어 20여 일 동안 사투 끝에 극적으로 구조된 실화를 극화한 작품이다. 작가는 당시 MBC 방송국에서 근무하면서 매스컴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접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작품을 창작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지은이
윤대성은 1939년 만주에서 태어났다.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고 드라마센터 연극아카데미를 수료했다. 196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희곡 <출발>이 당선하면서 등단했다. 다양한 소재를 취해 사회성 짙은 작품을 선보여 왔는데, 그중 <노비 문서>, <너도 먹고 물러나라> 등에서는 전통적인 연희 양식을 수용해 현대적으로 계승하면서 현대극의 새 방향을 열었다고 평가된다. 1985년 청소년 연극 <방황하는 별들>이 흥행에 성공한 것을 시작으로 <꿈꾸는 별들>(1986), <불타는 별들>(1989) 등 후속 작품을 발표하며 청소년 연극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대표 희곡에는 <노비 문서>(1973), <출세기>(1974), <사의 찬미>(1988) 등이 있다. 희곡집 ≪신화 1900≫(1982), ≪윤대성 희곡집≫(1990), ≪남사당의 하늘≫(1994), ≪당신 안녕≫(2002)과 이론서 ≪극작의 실제≫(1995) 등을 출간했다. ≪윤대성 희곡 전집≫(전 4권, 평민사, 2004)을 출간했고, 대담 전기 ≪연극과 통찰≫(연극과인간, 2010)을 출간했다. 텔레비전 드라마 작가로도 활동하며 <수사반장>, <박순경>, <한 지붕 세 가족> 등을 썼다. 동아연극상, 한국연극영화예술상(2회), 현대문학상, 대한민국연극제 희곡상, 대한민국방송대상 극본상, 동랑유치진연극상 등을 수상했다. 2011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임되었다. 현재 서울예술대학교 극작과 교수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1. 탄광 내부
2. 광산촌
3. 갱내
4. 사고 현장 사무소
5. 바깥 현장
6. 사무소
7. 병원 연구실
8. 갱내
9. 현장
10. 사무소와 갱내
11. 살롱
12. 현장
13. 진료실
14. 기자회견 석상
15. 김창호의 집
16. 공개홀
17. 어떤 실내
18. 김창호의 집
19. 요정
20. 김창호의 집
21. 기생집
22. 어느 방
23. 광산촌
24. 기자실
25. 거리
26. 현장
<출세기>는
윤대성은
책속으로
홍 기자: 김창호 씨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지금 지하 1200미터 갱내 대피소에 배관공이 갇혀 있습니다. 그 사람이 구출될 때까지 갱내에서 주의할 점은 무엇입니까?
김창호: 예, 먼저 체온을 유지해야 합니다. (신이 났다.) 제 경험으로 봐서 배고픈 건 움직이지 않으면 참을 수 있는데 추운 건 견디기 힘듭니다. 전구라도 있으면 안고 있어야 합니다. 배기펌프로 공기도 계속 넣어 줘야 되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