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리돌포의 커피숍을 찾는 다양한 신분의 손님들이 이런저런 이해관계로 얽히고설킨다. 상인 에우제니오는 도박에 빠져 큰 빚을 진다. 리돌포는 에우제니오의 부친에게 입은 은혜에 보답하고자 에우제니오가 빚을 상환할 수 있게 돕지만, 정작 에우제니오는 도박장에서 만난 귀족 출신 사기꾼 돈 마르초에게 속아 그 돈을 몽땅 잃을 위기에 처한다. 한편 남편 에우제니오를 찾아 베네치아까지 온 비토리아는 그가 도박장에서 가산을 탕진했을 뿐 아니라 다른 여성들과의 추문에 휘말린 사실을 알고 절망한다. 골도니는 〈커피숍〉에서 18세기 베네치아 사회의 부패상을 대변하는 캐릭터와 이를 개혁할 이상적인 캐릭터의 대결 구도를 보여 주며 현실을 비판함과 동시에 이상적인 사회 비전을 제시한다.
극의 특징은 네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우선 이 작품은 각 신분 계급을 대표하는 캐릭터들을 통해 현실을 비판한다. 귀족층은 비도덕적이고 탐욕스럽게, 부르주아층은 도덕적 이상을 제시하는 인물들로 묘사된다. 특히 부르주아 상인 리돌포는 정직하고 이상적인 인물로 등장해 자신의 직업관, 삶의 가치관, 결혼관을 들려준다. 이는 골도니가 꿈꾸는 이상 사회의 초석을 대변한다. 한편 하층민은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일부는 교화되고 일부는 도덕적 결함을 드러낸다.
다음으로 골도니는 〈커피숍〉에서 코메디아 델라르테의 전형적 인물들을 개혁하며 새로운 연극 실천을 시도했다. 귀족층의 ‘두 노인’, 부르주아의 ‘하인’과 ‘젊은 연인들’은 모두 현실적인 특성과 도덕적 변화를 겪는 캐릭터들로 묘사되는데, 이는 이탈리아 희극 전통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는 동시에 한 단계 나아간 모습이다. 이를 통해 골도니는 새로운 사회 비전을 표현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극의 결말은 작위적이지만 골도니가 추구하는 이상적 사회를 반영한다. 도덕적 인물들이 부각되고 교화될 수 있는 인물들은 용서받는다. 반면 부도덕한 인물들은 결국 사회에서 퇴출된다. 이러한 결말은 새로운 사회에 대한 골도니의 희망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골도니는 여성 인물들을 통해 작품의 주요 메시지를 전달한다. 결혼한 여성은 도덕성과 포용을, 결혼하지 않은 여성은 자립성과 독립적인 삶을 강조한다.
코메디아 델라르테 전통을 한 차원 높이면서 잘 짜인 코미디극을 선보여 온 골도니 극작술 정점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200자평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한 골도니의 희극. 도덕적이고 양심적인 상인 리돌포를 중심으로 그의 커피숍을 찾는 손님인 부르주아와 귀족, 하층민의 갈등이 전개된다. 도덕적 인물들은 부각되고, 부도덕한 인물들은 교화되거나 퇴출되는 결론을 통해 도덕성과 공동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상적인 부르주아 사회를 제시하고 있다.
지은이
카를로 골도니(Carlo Goldoni, 1707∼1793)어린 시절 고전 희극들을 읽으면서 당시 작가들의 구성과 문체상의 기술에 감탄했다. 또한 마키아벨리의 <만드라골라>를 읽고서 그 책의 외설스러움에는 불쾌해했으나 성격을 처리한 방식에 대해서는 몹시 경탄했고 그와 견줄 만한, 그러면서도 난잡하지 않은 이탈리아 희극이 부족하다는 사실에 대해 한탄했다. 그는 이탈리아 희극을 가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성격희극을 쓰기로 결심한다. 그 결과 골도니는 희비극과 멜로드라마 이외에도 이탈리아어, 베네치아 방언, 프랑스어로 쓴 총 150여 편의 작품들을 남겼다.
옮긴이
장지연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양어대학 이탈리아어과 학사 및 석사,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서경대학교 인성교양대학 조교수로 재직 중이다. 번역서로는 골도니의 ≪여관집 여주인≫, 루이지 피란델로의 ≪작가를 찾는 6인의 등장인물≫, ≪여러분이 그렇다면 그런 거죠≫, ≪엔리코 4세≫, ≪바보≫, ≪항아리≫, 피란델로 유작 ≪산의 거인족≫(예술신화극),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보카치오의 ≪데카메론≫(편역) 등이 있다. 저서로는 ≪동시대 연출가론≫(공저)과 ≪장면 구성과 인물 창조를 위한 희곡 읽기1, 2≫(공저) 등이 있다.
차례
독자에게
나오는 사람들
1막
2막
3막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비토리아 : 친애하는 리돌포, 당신 덕분에 평화와 평정, 그리고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것까지 얻게 되어 고맙게 생각해요.
에우제니오 : 친구, 믿어 주게나, 이런 나쁜 습관에 싫증이 났지만,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 방법을 몰랐다는 걸. 자네 복 받을 걸세. 내 눈을 뜨게 해 줬어. 약간의 충고, 약간의 질책, 약간의 자비, 약간의 혜택으로 나를 계몽시켰고, 나를 부끄럽게 했다네. 나는 이제 다른 사람이 되었네. 그리고 나의 변화가 오래오래 지속되어, 우리의 위로가 되고 자네의 영광이 되고 그리고 자네처럼 현명하고 명예롭고 선량한 사람들의 모범이 되기를 바란다네.
리돌포 : 과찬이십니다.
2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