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언론이 바로 서면 코로나19 이길 수 있다”
40년 보건복지 전문기자의 눈으로 본 코로나19 오보와 과장 허위보도
2020년 2월 19일, 우리나라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한 이후 우리는 무려 일 년 가까이 감염병 전쟁을 치르고 있다. 팬데믹 현장에서 취재보도 활동을 하는 기자는 종군기자에 비유할 수 있다. 종군기자는 때론 목숨을 내걸고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국민에게 상세하고 정확하며 신속하게 전달하는 사명을 띤다. 종군기자의 오보는 국민과 정책결정자의 오판을 불러와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언론이 공포를 조장해서도 안 되고, 허위과장 정보를 유포해서도 안 된다. 물론 희생양을 내세우는 선정적 보도는 더 큰 혼란을 불러온다. 그래서 감염병에 대한 보도는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판단과 근거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우리 언론은 코로나19 보도에서 제 역할을 다했나? 한때 승기를 잡은 것처럼 보였던 코로나19 방역이 최근 다시 주춤거리고 있다. 인간의 방심과 잘못된 대응 전략은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 언론은 이런 방심을 방역 당국과 국민이 하지 않도록, 또 잘못된 전략을 구사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이끌 책임이 있다. 사회의 감시견(watchdog)이란 언론의 기능 내지 역할은 부정부패와 인권 감시 등에서 뿐만 아니라 감염병 전쟁에서도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 책은 코로나19 오보 사례를 면밀하게 들여다봄으로써 앞으로 갈 길이 멀고 험한 코로나 전투에서 두 번 다시 패배의 수렁에 빠지는 일이 없도록 경종을 울린다. 절체절명의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우리 언론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를 다양한 전투 사례를 바탕으로 살펴보았다. 일선에서 싸우고 있는 간호사 등 방역 전사들의 사기를 꺾는 일은 없었는지, 이들의 아픔과 고통을 잘 드러내준 언론은 없는지, 공과 과를 동시에 톺아보았다. 승리한 전투와 이때 사용했던 전략을 널리 퍼트리고 실패한 전투는 교훈으로 삼을 때 비로소 우리 언론은 코로나19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영웅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실패보다 더 못난 것은 자신이 왜 실패를 했는지 모르는 것이다. 이보다 더 나쁜 것은 실패를 알고서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계속 실패의 늪을 향해 가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언론이 한 단계 더 성숙한 감염병 보도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코로나 전쟁에서 언론과 종군기자의 책무는 너무나 중요하다. 언론이 바로 서면 코로나를 이길 수 있다.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와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40년을 보건복지 전문기자로 살아왔다. 저자는 전문기자의 눈으로 우리 언론의 감염병 보도 행태와 그 문제점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그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다. 언론인들에게는 자성의 기회를, 일반 독자들에게는 감염병 보도를 어떻게 읽어내야 하는가의 노하우를 제공한다.
200자평
40년을 보건복지 전문기자로 일해 온 저자의 혜안으로 우리 언론의 감염병 보도 행태와 문제점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다. 코로나19 국가 방역 위기 사태에서 언론의 제 역할은 무엇인지, 독자들은 감염병 보도를 어떻게 읽어내야 하는지 노하우를 제공한다. 방역 당국의 발표나 정치권의 홍보자료를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하거나 허위과장 보도해 국민들은 진실 접근을 차단당했다. 코로나19의 지역 감염 확산사태에서 일부 언론은 희생양 찾기와 낙인찍기 행태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길거리 방역은 효과 제로인 전시행정인데도 거의 모든 언론사가 주요하게 보도했다. 감염병 유행 사회에서 이런 보도 행태는 방역의 훼방꾼이자 걸림돌로 작용한다.
지은이
안종주
서울대학교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보건학) 학위를 받았다. 제일제당 유전공학연구원을 거쳐 ≪서울신문≫에서 과학 전문 기자, ≪한겨레≫에서 보건복지 전문 기자를 지내며 40년 가까이 환경과 보건 문제를 주로 취재보도해 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상임이사를 지냈으며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지속가능분과위원장 겸 안심사회소분과장을 지냈고, 현재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 (사)한국사회정책연구원 사회안전소통센터장, 서울시 안전명예시장 겸 안전자문단장을 맡고 있다. 남서울대학교, 삼육대학교, 서강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방송통신대학교, 경기대학교, 단국대학교 등에서 겸임·초빙 교수 등으로 활동하면서 주로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역학, 감염병학, 보건의사 소통, 위기 소통 등을 강의해 왔다. 저서로는 『코로나 전쟁, 인간과 인간의 싸움』(2020), 『빼앗긴 숨』(2016), 『위험 증폭 사회』(2012), 『침묵의 살인자 석면』(2008), 『인간복제 그 빛과 그림자』(2003), 『한국 의사들이 사는 법』(2002), 『에이즈 X 화일』(1996), 『조용한 시한폭탄 석면 공해』(역저, 1988)가 있으며, 공저로는 『내 인생의 취재기』(2019, 『과학책 읽는 소리(2004) 등이 있다.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내일신문≫ 등에 10여 년 전부터 메르스, 코로나19 등 감염병과 환경, 보건, 사회 안전 문제 등에 관해 다양한 칼럼을 기고해 오고 있으며 부산교통방송 등에서 방송·강연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차례
머리말
01 코로나 팬데믹, 준비 안 된 언론
언론의 코로나 공포 팔기
언론과 사재기 프레임 강박증
한국 언론의 감염병 정치
언론, 효과 없는 야외 소독과 드론 방역의 부역꾼
코로나 혐오에 빠지다
02 언론의 영원한 숙제, 오보
오보는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았다
식품 오보, 기업과 사람을 죽이다
오보에는 백신과 치료제가 없는가?
03 코로나처럼 퍼지는 한국의 오보들
코로나19 이전 유행 감염병 보도 비평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감염병 오보 식탁에 오른 메뉴들
김치와 ‘국뽕’에 중독된 언론
일본 코로나 유행을 한국이 더 공포스럽게 보도.
의학전문기자도 못 피한 코로나 오보
04 오보 멍에를 벗어나기 위한 제언들
언론인, 감염병 · 바이러스 리터러시 필요하다
감염병, 코로나19, 그리고 성소수자 인권
코로나19 팬데믹 시대 언론의 역할
박물관에 진열된 감염병 보도준칙
코로나 탐사보도의 허와 실
미주
책속으로
박병주 대한보건협회장은 거리·항공 방역 유행에 대해 “우리 상황이 아무런 방역 효과가 없는 거리 방역이나 항공 방역이나 하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소독약도 모자라고 인력도 부족해 허덕이는 마당에 이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정부의 방역 대책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맞아 ‘할 수 있는 것은 다 한다’는 의지는 좋지만 그것을 적용할 곳이 있고 적용하지 않아야 할 곳이 있다.
_ “01 코로나 팬데믹, 준비 안 된 언론” 중에서
사재기 보도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 시간을 다투어서 속보로 다룰 문제가 결코 아니다. 한 언론이 다루었다고 해서 부리나케 급히 보도할 사안도 아니다. 실제로 사재기라고 볼 만한 일이 벌어졌는지, 이것이 특정 장소에, 특정 제품에 국한한 문제인지, 불안과 공포에 의한 사재기인지 아니면 매장에 가서 장보기를 자주 하기가 꺼려지고 외출을 할 수 없는 처지여서 평소보다 더 많은 즉석 먹거리 제품 등 생필품을 어쩔 수 없이 사는 행위인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판단이 매우 중요하다.
_ “01 코로나 팬데믹, 준비 안 된 언론” 중에서
오보를 감염병에 비유하면 어떤 감염병에 해당할까. 감기나 독감과 같은 것일까? 아니면 에이즈나 에볼라, 코로나19와 같은 것일까? 오보의 해악에 대해 사람마다 느끼는 정도가 다르겠지만 지금 우리가 코로나19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목을 매는 것처럼 오보라는 감염병의 유행을 막기 위해서도 그런 강력한 접근이 필요하다.
_ “02 언론의 영원한 숙제, 오보” 중에서
언론의 오보와 가짜뉴스, 그리고 부정확한 보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 이런 보도가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치명적 감염병의 대유행 시기에 이런 보도는 때론 사회에 매우 심각한 해악을 끼친다.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사람들이 행동할 경우 감염병 예방은커녕 오히려 감염병에 더 잘 걸릴 수 있고 타인에게 감염병을 퍼트릴 수 있기 때문이다.
_ “03 코로나처럼 퍼지는 한국의 오보들” 중에서
코로나19 유행을 맞아서도 ‘국뽕’에 취한 언론인이 있었다. 중견 기자라고 할 수 있는 연합뉴스 맹찬형 통일언론연구소 부소장은 2020년 3월 26일 “[이슈 인사이드|외교·통일] 코로나 대처서 돋보인 한민족 지혜, 사태 후에도 빛나야”란 제목의 칼럼에서 한민족의 우수성을 소환한 ‘국뽕’을 선보였다.
– “03 코로나처럼 퍼지는 한국의 오보들” 중에서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들어와 한국에서 서서히 그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할 무렵인 2020년 2월 13일 ‘감염병 질병과 언론 보도’를 주제로 한 긴급 토론회가 한국언론회관에서 열렸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동주최한 자리였다. 이날 한 전문가는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재난을 다루는 한국 언론인에게 꼭 필요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바이러스 리터러시’라고 말했다. 아마 기자들에게 감염병이나 감염병 병원체에 대한 이해, 특히 바이러스 감염병에 대한 이해 부족이 심각하다는 생각에서 이런 지적을 한 것으로 본다.
_ “04 오보 멍에를 벗어나기 위한 제언들” 중에서
감염병의 역사를 살펴보면 많은 대유행 감염병을 겪으면서 인류는 특정 집단이나 특정 계층, 특정 민족에 대한 낙인과 차별, 심지어는 학살과 마녀사냥을 서슴지 않았다. 중세 흑사병, 매독, 콜레라, 한센병 등 그 사례는 너무나 많다. 가장 대표적으로 꼽으며 교과서에도 나오는 사례가 중세 흑사병 대유행 때 벌어졌던 유태인 학살, 집시 마녀사냥 등이다. 현대 들어와서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유행 때 벌어졌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낙인을 꼽을 수 있다.
-“04 오보 멍에를 벗어나기 위한 제언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