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콩쥐팥쥐〉 스토리는 한국의 대표적인 민담이다. 서양의 〈신데렐라〉 이야기와 비슷해 언더우드 부인은 이를 〈한국의 신데렐라(A KOREAN CINDERELLA)〉(1906)라 번역해 소개하기도 했다. 계모의 박해와 의붓동생의 멸시를 받는 주인공이 어려운 과제를 해결하고 잃어버린 신발을 통해 연인을 만나 결혼하는 이야기가 유사해 〈신데렐라〉 이야기가 조선에 유입되어 정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신데렐라〉 이야기는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된 민담이다. 현재까지 밝혀진 비슷한 이야기가 천 편을 웃돈다. 우리나라에 〈신데렐라〉가 처음으로 소개된 것은 1922년과 1923년이다. 소파 방정환의 번역 동화집 《사랑의 선물》에 페로의 동화 〈산드롱의 유리구두〉가 수록되었으며, 육당 최남선이 《동명(東明)》이라는 잡지에 그림 형제의 동화 〈재투성이 왕비〉를 번역해 실었다. 이 책의 저본인 《대서두서(大鼠豆鼠)》는 〈신데렐라〉의 소개에 앞서 이미 1919년에 간행됐으니, 〈신데렐라〉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 다만 몇 년 뒤에 들어온 〈신데렐라〉 이야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어 그 영향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대서두서(大鼠豆鼠)》는 오랜 시간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온 〈콩쥐팥쥐〉 이야기를 최초로 소설화한 작품이다. 1919년 출판인 박건회가 민담 〈콩쥐팥쥐〉 이야기를 정리하고 종합해 만든 신작구소설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전래동화와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는데, 특히 아이들을 위한 동화에서는 순화됐던 잔인한 장면을 그대로 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팥쥐의 악행을 알게 된 전라감사가 팥쥐의 사지를 찢어 죽이고 그 시체로 젓갈을 담아 팥쥐의 어미에게 보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대서두서》는 민담이나 고전서사에 담긴 잔인하고 생경한 민담적 사유를 그대로 담고 있는 《콩쥐팥쥐전》의 본얼굴이다.
〈콩쥐팥쥐〉 이야기를 오랜 시간 연구해 온 권순긍 교수가 번역하고 해설했다. 민담 〈콩쥐팥쥐〉가 어떤 경로를 통해 소설과 동화로 정착했고 정전화됐는가에 대해 자세히 안내한다. 〈콩쥐팥쥐〉 이야기의 다양한 양상을 살펴볼 수 있도록 민담 〈콩쥐팥쥐〉(임석재 채록, 1918)와 동화 〈콩쥐팥쥐〉(심의린 재화, 1926)를 함께 수록했다.
200자평
오랜 시간 입에서 입으로 전해 온 콩쥐팥쥐 스토리는 1919년 출판인 박건회에 의해 정리되어 《대서두서(大鼠豆鼠)》라는 제목으로 처음 소설화됐다. 팥쥐의 사지를 찢어 죽인 후 젓갈로 담그는 등 아이들을 위한 동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잔인한 장면을 그대로 담고 있는 오리지널 《콩쥐팥쥐전》이다. 오랜 시간 콩쥐팥쥐 이야기에 대해 연구해 온 권순긍 교수가 번역하고 해설했다. 콩쥐팥쥐 이야기의 다양한 양상을 살펴볼 수 있도록 민담과 동화 각 1편을 수록해 함께 소개한다.
옮긴이
권순긍(權純肯)은 1955년 경기도 성남시에서 태어나 성균관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고전문학 전공)를 받았다. 경신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1993년∼2021년 세명대학교 미디어문화학부 한국어문학과 교수를 지냈다. 지금은 세명대 명예교수로 있다.
‘이야기’를 좋아해 40년 넘게 고전소설을 연구해 왔으며, 한국고소설학회, 한국고전문학회, 우리말교육현장학회 회장을 두루 지냈다. 고등학교 문학 교과서 검정심의위원을 맡기도 했으며, 2008년∼2009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엘테(ELTE)대학교 한국학과 초빙 교수를 지냈다.
우리 고전소설을 연구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과 고전의 다양한 콘텐츠를 대상으로 연구하고 활용하는 노력을 계속해 오고 있다. 《역사와 문학적 진실》(1997), 《활자본 고소설의 편폭과 지향》(2000), 《고전소설의 풍자와 미학》(2005), 《고전소설의 교육과 매체》(2007), 《살아 있는 고전문학 교과서》(공저, 2011), 《한국문학과 로컬리티》(2014), 《고전소설과 스토리텔링》(2018), 《헌집 줄게 새집 다오》(2019) 등의 책을 썼으며, 《홍길동전》, 《장화홍련전》, 《배비장전》, 《채봉감별곡》 등과 《옥중화》, 《강상련》 등의 고전소설을 쉽게 풀어 펴냈다.
2022년 〈《춘향전》의 근대적 변개와 정치의식〉으로 이주홍문학연구상을 수상했다.
차례
콩쥐팥쥐전
제1장 계모 배씨와 의붓딸 팥쥐
제2장 돌무더기 밭에 김매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제3장 외갓집 잔치에 어찌 갈까
제4장 잃어버린 꽃신 한 짝
제5장 전라감사의 재취부인이 되어
제6장 연못에서 죽임을 당한 콩쥐
제7장 부부 짝 바뀐 것을 어찌 그리 모르시오
민담과 전래동화
임석재가 채록한 〈콩쥐팥쥐〉(1918)
심의린이 재화한 〈콩쥐팥쥐〉(1926)
해설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모두 한목소리로 팥쥐 년은 천만번 죽여야 한다는 소리가 낭자했다. 드디어 감사도 그것을 알고 문초를 더욱 엄중하게 하니 팥쥐도 할 수 없이 이기지 못하고 일일이 자백했다.
감사는 즉시 팥쥐에게 칼을 씌워 옥에 가두고 사실을 상세하게 조정에 보고하니 조정에서도 죽이라는 명이 내려왔다. 감사는 명을 받아 팥쥐를 수레에 매달아 찢어 죽이고 그 송장을 젓갈로 담아 항아리 속에 봉해서 팥쥐의 어미를 찾아 전했다.
(…)
동여맨 노끈을 풀고 봉한 종이를 헤쳐 보니 큰 백항아리에 가득 든 것이 모두 젓갈이요, 같이 부친 한 장 종잇조각에 무엇이라고 글씨를 써 놓았는데 그 내용은 이렇더라.
“흉한 꾀로 사람을 죽이는 자는 누구든지 이렇게 젓갈로 담그고, 그렇게 딸을 가르쳐 일을 행하게 하는 자에게는 그 고기를 씹어 보게 하노라.”
팥쥐의 어미는 그 글을 보고 팥쥐의 계략이 드러나서 필경 죽음을 면치 못한 줄 알고 항아리의 끈을 풀던 채 엎어져서 영영 깨어나지 못하고 죽어 모녀가 손잡고 풍도지옥으로 가는 것이었다.
– 제7장 〈부부 짝 바뀐 것을 어찌 그리 모르시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