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코인의 과거, 현재, 미래
전 국민은행장 이건호가 본 코인 생태계 동향과 전망
2022년 1월초 전 세계에 산재한 450개 정도의 코인거래소에서 1만6000종 이상의 코인이 거래되고 있다. 코인의 시가총액은 2조 달러를 훌쩍 뛰어넘었고, 일 거래 규모도 1000억 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시장 규모의 확대와 더불어 코인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코인의 매매 및 투자 등을 지원하는 하부구조의 구축 등 관련 생태계도 나날이 발전해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코인이 경제시스템 내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며, 어떤 방식으로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인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국민은행장 출신의 이건호 저자는 이 책에서 코인 기반의 화폐경제시스템인 크립토 시스템의 작동 원리와 역할 등 코인 생태계를 유지, 발전시키는 방법에 대해 논한다. 지난해 『비트코인의 방법』을 통해 비트코인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비트코인 방법론의 기술적 요소들, 이들을 결합한 경제적 논리를 설명한 저자는 1년 만에 코인 생태계의 내부를 깊숙이 들여다본 책을 다시 펴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법정화폐 기반의 화폐경제시스템을 피아트(fiat) 시스템, 코인 기반의 화폐경제시스템을 크립토(crypto) 시스템이라 부른다. 크립토 시스템의 기본적인 작동 원리는 탈중앙화를 통해 어떠한 권력도 결과를 왜곡시킬 수 없는 투명한 작업의 처리를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크립토 시스템은 피아트 시스템과 같은 수준의 실행력을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후자와의 협력을 통해 실물경제에서의 실행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장기적인 생존이 불가능하다.
크립토 시스템은 개념적인 측면에서 탈중앙화를 추구하며 기술적인 측면에서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하부구조다. 이 시스템이 수천 년 간 인간 사회를 지배해온 중앙화의 원리가 맞닥뜨린 효율성의 한계를 극복하는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커다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기존의 경제시스템을 근본부터 뒤집어엎는 파괴적 혁신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탈중앙화의 방법론이 국가와 법률의 지배를 부정한 채 기술에 의한 개인의 무한한 자유만을 추구하는 무정부주의 혁명을 완성시키는 수단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피아트 시스템이라는 하부구조가 실물경제를 떠받치는 현재의 경제시스템에 크립토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하부구조가 추가된다는 시각에서 코인 생태계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만 비트코인의 등장 이후 탈중앙화가 인간의 상호작용을 규율하는 새로운 방법론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볼 수 있고, 코인 생태계가 발전해온 과정과 현재 및 미래의 모습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크립토 시스템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코인 생태계 내부의 기술혁신도 필요하겠지만 피아트 시스템과의 연계를 확보하는 것이 절실하다. 크립토 시스템의 진정한 의미는 맹목적 탈중앙화가 아니라 중앙화된 경제시스템과의 조화에 있다. 혁신의 산물처럼 보이는 스테이블코인(stablecoin)과 대체불가토큰(non- fungible token, NFT), 디파이(DeFi, decentralized finance)와 같은 것들이 모두 크립토 시스템이 피아트 시스템과의 접점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이들이 코인 생태계 외부에서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법률시스템의 뒷받침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200자평
크립토 시스템은 코인 기반의 화폐경제시스템을 말한다. 개념적인 측면에서 탈중앙화를 추구하며 기술적인 측면에서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하부구조다. 이 시스템은 중앙화의 원리가 맞닥뜨린 효율성의 한계를 극복하는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기존의 경제시스템을 근본부터 뒤집어엎는 파괴적 혁신의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 크립토 시스템은 맹목적 탈중앙화가 아니라 중앙화된 경제시스템과의 조화를 통해 코인 생태계를 유지,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코인의 과거 현재 미래에 관심 있는 독자에게 일독을 권한다.
지은이
이건호
금융혁신연구회 대표이자 KDI국제정책대학원 초빙교수다. 조흥은행 및 국민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 국민은행장을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경영대학과 동 대학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네소타대학교에서 금융(Finance)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금융연구원에서 은행 컨설팅과 정부 금융정책자문에 참여했으며 은행팀장, 연구위원장 등을 지냈다. IMF 외환위기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구조개혁기획단에서 근무했다.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MBA과정과 자산관리석사과정 주임 교수 및 우정사업본부 우체국금융, 한국자산관리공사, 상호저축은행중앙회, 행정공제회, 노동부 고용보험기금, 전국새마을금고연합회 등의 리스크관리위원회에 참여했다. 재정경제부와 금융위원회의 금융규제·감독 개선 TF, 금융발전심의회와 금융감독원 상호저축은행 경영평가위원회 등에도 참여했다. 저서로 『비트코인의 방법』(2021), 『이건호의 뱅크엑스』(2017), 『위험관리론』(1999), 『ALM I』(공저, 1997), 『ALM II』(공저, 1997)가 있다. “Do Customers Patronize Islamic Banks for Shari’a Compliance?”(공저, 2012), “Customers’ Attitude toward Islamic Banking in Pakistan”(공저, 2011), “금융소외 해소를 위한 정책서민금융 개선방안”(2010), “서민금융과 금융시스템: 서민금융 공급시스템의 중장기 정책과제”(2010), “유배당보험상품에 대한 재무론적 분석”(2007), “정부소유 금융기관의 민영화 전략”(2006), “국내은행의 신용위험관리체제 개선방안” (1999), “신용파생상품의 이해와 위험관리에의 활용” (1999), “은행소유 및 경영구조 개선방안”(1998)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차례
크립토와 피아트 시스템의 보완과 상생을 꿈꾸며
01 기술의 렌즈로 코인 생태계를 보다
코인, 분산원장 기술, 크립토 시스템
중앙화된 권력이 크립토 시스템을 대하는 태도
코인 생태계를 이해하는 법
기술발전과 코인의 다양화
02 데이비드 차움, 최초의 암호화폐를 만들다
사이퍼펑크와 프라이버시
계좌와 토큰
블라인드 서명과 이캐시
익명성과 전자서명
03 사토시 나카모토, 탈중앙화의 비밀을 풀다
해시캐시와 재생가능 작업증명
비머니와 비트골드
비트코인의 탄생
비트코인 탄생의 의의
04 비트코인의 방법
거인의 어깨 위에서
마이너의 작업 원칙
트랜스액션의 유효성 검증
합의와 유인 구조
해시사슬과 블록체인
05 확장성, 하드 포크, 프라이버시
작업증명과 확장성 문제
프로젝트 포크와 하드 포크
확장성과 프라이버시
06 라이트코인, 도지코인, 비트코인 하드 포크
라이트코인
도지코인
비트코인 하드 포크
07 프라이버시 코인
대시
모네로
지캐시
밈블윔블, 빔, 그린
08 비탈리크 부테린, 계약을 탈중앙화하다
화폐와 계약
이더리움의 탄생
디앱과 스마트 콘트랙트
09 이더리움의 방법
이더리움 가상머신과 솔리디티
상태와 이력
이더와 가스
에트해시와 고스트 프로토콜
10 합의 프로토콜과 확장성
확장성 트릴레마와 비잔틴 장애 허용
지분증명
위임 지분증명
연합 비잔틴 합의
11 준중앙화 합의 프로토콜과 기업 블록체인
실용적 및 위임 비잔틴 장애 허용
권위증명
경과시간 증명
기업 블록체인
12 확장성 경쟁
에오스
네오
아이오타
헤데라
13 상호운용성 경쟁
카르다노
코스모스
폴카닷
알고랜드
14 이더리움 2.0과 라이트닝 네트워크
사이드 체인과 레이어2
이더리움 2.0
지급 채널과 라이트닝 네트워크
15 코인, 제도권 금융을 넘보다
리플
스텔라
디파이 혁명
16 중앙화된 코인거래소의 실패 사례
폴리 네트워크 해킹
코인체크 해킹
마운트 곡스 사건
쿠코인 해킹
크립토코어와 라자루스
비트파이넥스 해킹
비트그레일 해킹
아프리크립트 해킹
그 밖의 사례들
콰드리가CX 사건
17 크로스체인 스왑
해시 타임록 콘트랙트와 다중서명 주소
아토믹 스왑
사후 정산과 지급 채널
스테이킹
18 탈중앙화 거래소와 자동 시장 조성자
오더 북과 매칭 엔진
자동 시장 조성자
탈중앙화 거래소의 장단점
19 탈중앙화 금융
탈중앙화 금융의 현주소
디파이 대출
메이커와 다이
유동성 풀과 일드파밍
20 스테이블코인과 대체불가토큰
이골드와 리버티 달러
달러 연계 스테이블코인
대체불가토큰
21 크립토 시스템과 피아트 시스템의 공존을 위한 제언
크립토 시스템의 현주소
디파이는 왜 금융기관을 필요로 하나?
금융기관, 크립토 시스템과 피아트 시스템의 연결 고리
탈중앙화와 중앙화는 서로를 배척하지 않는다
책속으로
탈중앙화를 기반으로 한 크립토 시스템에 대한 중앙은행의 적대감은 법정화폐를 전자화폐 형태로 발행해서 코인을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잘 드러나고 있다. 그럴듯한 경제적 논리로 포장된 중앙은행전자화폐, 즉 CBDC 논란의 이면에는 어떠한 경우에도 사적 화폐인 코인이 법정화폐와 대등한 지위에서 경쟁하는 상황을 허락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가 자리잡고 있다.
_ “01 기술의 렌즈로 코인 생태계를 보다” 중에서
네트워크 내부에서 화폐의 역할을 하는 디지털 파일을 생성하는 해시캐시는 법정통화 및 은행 시스템과의 단절을 가능하게 만드는 혁신적인 발상이었다. 하지만 이를 이용해서 네트워크에 대한 기여를 보상하거나 처벌하는 유인 구조를 구축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였다.
_ “04 비트코인의 방법” 중에서
라이트코인에서 프로젝트 포크 방식으로 정크코인이 탄생하고, 여기에서 다시 럭키코인을 거쳐 도지코인이 만들어졌다. 도지코인은 라이트코인의 증손자뻘이 되는 셈이다. 도지코인은 “기존의 화폐를 대체한다”는 등의 거창한 구호 대신 유쾌하고 친근한 인터넷 화폐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재미를 추구하는 화폐임을 가장 큰 장점으로 내세웠다.
_ “06 라이트코인, 도지코인, 비트코인 하드 포크” 중에서
다수의 기업들이 이러한 맥락에서 컨소시엄 형태로 자원을 결집하여 기업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을 추진해오고 있다. 블록체인은 기본적으로 공급자 측면의 기술이기 때문에 탈중앙화의 정도가 아니라 재화와 서비스를 전달하는 공급자들의 수용도에 따라 가치가 결정될 수밖에 없다.
_ “10 합의 프로토콜과 확장성” 중에서
대체불가토큰에 대한 관심이 다시 고조되기 시작한 것은 2021년에 들어서다. 레어페페와 크립토펑크 등 전통적으로 고가의 예술품 시장의 거래 대상이 아닌 초기의 대체불가토큰들이 수십만 달러 이상의 고가에 다시 활발하게 거래되기 시작하면서 시장의 열기가 계속 달아올랐다.
_ “20 스테이블코인과 대체불가토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