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야기는 휴전선 근처 한 냉면집에서 전개된다. 평범한 냉면집처럼 보이는 이곳은 사실 남북한 왕래를 비밀스럽게 돕는 곳이다. 가게 주인인 우보는 휴전선을 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막대한 이윤을 챙긴다. 그의 목적은 오직 이 사업을 통해 돈을 버는 것이지만, 겉으로는 남북통일에 이바지하고자 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잘나가던 그의 사업은 남북 정부가 공식적인 남북 왕래 통로를 개설하면서 위기를 맞는다. 이에 우보는 통일을 달가워하지 않는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는데, 우보뿐만 아니라 그의 고객이었던 평원, 수원, 보영 역시 제각각 개인의 이익을 위해 통일 반대에 뜻을 모은다. 순수하게 통일을 열망하는 종업원 옥화는 오히려 어리석고 무력해 보인다.
이데올로기 문제로만 생각하던 통일 문제를 개인적인 이해관계와 연관해 풀어내면서 분단 상황에 놓인 우리 현실을 새로운 각도에서 돌아보게 해 주는 작품이다.
200자평
오태영의 ‘통일 연극 시리즈’ 첫 작품으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통일 문제를 새로운 상상력으로 코믹하게 다루고 있다. 1999년 이상우 연출로 대학로 정보소극장에서 초연되었다.
지은이
오태영은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74년 서울예술대학 연극과를 졸업하고, 같은 해 ≪중앙일보≫ 문예 희곡 부문에 <보행 연습>이 당선되면서 등단, 1980년대 극단 76에서 활동했다. 1977년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에 <난조유사>가 초청되었다가 돌연 공연이 취소되는 사건을 겪은 뒤 1988년에는 중앙정보부를 소재로 한 <매춘>이 공연법 위반 혐의를 받아 극장이 폐쇄되는 위기에 처한다. 이 일로 한동안 작품 활동을 접기도 했다. 주요 작품에는 <난조유사>(1978), <빵>(1983), <전쟁>(1986), <숲 속의 작은 아픔>(1992), <통일 익스프레스>(1999), <돼지비계>(2000), <수레바퀴>(2003), <호텔 피닉스에서 잠들고 싶다>(2004) 등이 있다. 주로 과감한 현실 비판 성향의 작품을 썼으며, 1999년 <통일 익스프레스> 발표 이후에는 통일 문제를 조명한 ‘통일 연극 시리즈’를 선보였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1장
2장
3장
<통일 익스프레스는>
오태영은
책속으로
수원: (취해 휘청거리며) 평화통일!
세 사람 (취해 휘청거리며) 결사반대!
수원: (술잔을 던지며) 남북통일!
세 사람 결사반대!
수원: 반대한다, 반대한다!
세 사람 남북통일 결사반대!
옥화의 슬픈 노래가 지하에서 들려오는데
술 취한 네 사람의 시위는 끝날 줄 모른다.
무대 암전되며 막이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