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시나리오 <티켓>은 무정한 시각으로 적나라한 삶의 현장을 속임 없이 그리려는 작가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조그마한 항구도시에 이른바 ‘티켓 다방’을 차린 주인마담 민지숙과 그 종업원들의 삶의 현장을 그렸다. 현대 한국 사회의 좌절, 슬픔, 절망을 해결할 방안을 제시하기에 앞서 그 비극의 단면만을 철저히 그려냈다. 관객들은 이 작품을 통해 진실을 직시하고 새로운 문제의식을 가지게 될 것이다.
지은이
송길한
197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나리오 <흑조(黑潮)>가 당선된 후 전업 작가로 오늘에 이른다. <짝코>, <만다라>, <불의 딸>, <티켓> 등으로 대종상 각본상, <길소뜸>, <만다라>로 한국연극영화예술상(백상예술대상) 시나리오상, <백구야 훨훨 날지마라>, <길소뜸>으로 영화평론가협회 영평상 시나리오상, <씨받이>로 작가협회 시나리오대상을 수상했다. 1998년 ‘대한민국50년영화ᐨ영화인50선’에 작품 <만다라>, <길소뜸>, <짝코>, <티켓>, <씨받이>가 선정되었고, 시나리오 분야에서 유일하게 작가로서 ‘영화인 베스트 50’에 선정되어 시나리오작가의 위상을 높였다. 2017년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작가 송길한 회고전: 작가 송길한, 영화의 영혼을 쓰다> 특별 전시회가 열렸고 이 기간에 대표작 12편과 미완성작 <비구니>를 특별 상영했다. 저서로 『비구니』, 장편소설 『명자 아키코 소냐』, 『전쟁과 영화(상흔과 기억)』, 『송길한 시나리오 선집』 등이 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시나리오 창작을 가르쳤다. 현재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에서 시나리오를 강의하고 있다.
책속으로
지숙 너무했다고 생각하지 않아?
민수 세영이가 그렇게까지 타락한 줄은 몰랐습니다. 저로선 참을 수가 없었어요.
지숙 앞으로 세영일 어떡할 셈이야? 세영이가 잘못된 것은 걔 책임만은 아니야. 사랑하는 사람을 방치해 두고 도움까지 받아온 그쪽의 책임도 커. 안 그래?
민수 그래서 저도 세영일 구하려고 나름대로 무척 노력했습니다. 세영이 아버님 회갑 땐 같이 가서 인사도 드렸어요. 걔네 집이 그렇게까지 곤란할 줄은 몰랐습니다. 정말이지 가슴이 아팠어요. 이제야 서울에서 안정된 직장을 구해서 학교에 등록도 하고 세영일 데리고 가려고 왔는데… 그럴 수가, 그럴 수가 없어요!
지숙 아름다운 진주는 진흙 속에 묻힌 상한 조개 속에서 나온대. 지금도 늦지 않아, 민수가 따뜻이 감싸만 줄 수 있다면 그 아이도 얼마든지 행복하고 아름다워질 수 있어.
민수 걔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없는지는 더 두고 생각을 해봐야겠어요.(자리에서 일어선다)
지숙 그럼 버리겠다는 속셈이군. (일어선다)
민수 더러워졌잖아요. 그처럼 더러워진 애를 이제 와서 전들 어떡하란 말예요.
지숙 (치를 떨듯) 야비한 것들!
다가드는 지숙이 두려운 듯 뒷걸음질하는 민수.
민수 왜 이러세요?
지숙, 민수를 그대로 바다 속에 밀쳐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