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경극(京劇): 북경에서 탄생한 연극
경극은 중국의 다양한 지방 연극 가운데 하나다. 800년 고도 ‘북경(北京)’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고 해서 ‘경극’이라고 부른다. 노래·대사·동작·무술·화장·의상·소품 등 다채로운 요소들이 모여 이루는 종합예술적 성격의 연극으로서 중국 전통 공연 예술을 대표하는 경극은 중국 연극 발전사를 더듬어 볼 때 가장 늦게 출현한 장르지만, 그만큼 중국 고전극의 미학적 전통을 집대성해 최고의 완성미를 보여 준다.
패왕별희: 초패왕과 우희의 이별
그중 <패왕별희>는 초패왕 항우와 그의 연인 우희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 경극 작품 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다. 우리에겐 천카이거가 감독하고 장궈롱이 주연한 영화 <패왕별희>로 더 익숙하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 <항우본기>를 근간으로 진말(秦末) 한초(漢初)의 극적인 역사상을 러브스토리로 재구성했다. 본 번역은 통행본인 <패왕별희>(胡菊人編輯, ≪戱考大全≫, 宏業書局, 1970)를 중심으로 하고, 이를 정리해 주를 단 <패왕별희>(曾永義編注, ≪中國古典戱劇選注≫, 國家出版社, 1990)를 저본으로 했다.
200자평
중국 전통 공연 예술을 대표하는 경극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패왕별희>를 초역으로 소개한다. 경극에 익숙지 않은 우리나라 독자를 위해 배역과 의상, 음악을 각주로 상세히 풀이했다. 중국 전통 공연 예술사와 함께 유명 경극 배우 매란방을 깊이 있게 조명한 해설도 작품과 경극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지은이
제여산(齊如山, 1876∼1962)은 경극 작자이며 희곡 이론가다. 하북성(河北省) 고양(高陽) 출신으로 경극 집안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경극과 함께했다. 일찍이 서구에서 유학해 유럽 연극을 두루 섭렵하고 귀국한 뒤, 중국에 유럽 연극을 소개했을 뿐 아니라 경극을 개혁하기 위해 노력했다.
1912년 북경에서 매란방의 몸동작과 그가 공연한 극본의 문장에 대해 조언함으로써 매란방과 지기(知己)가 되었다. 이후 매란방의 공연을 위해 극본 문장을 수정하고 몸동작을 조정하는 등 매란방과 공동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1916년부터 제여산은 이석감(李釋戡) 등과 함께 매란방을 위해 40여 편이 넘는 극을 지속적으로 창작하거나 개편했다. <패왕별희>, <천녀산화(天女散花)>, <낙신(洛神)>, <태진외전(太眞外傳)>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들의 공동 작업은 경극 무대에 개성 있는 여성 배역의 형상을 만드는 데 기여해 경극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을 뿐만 아니라 매란방이 경극 천재라는 칭송을 받을 수 있게 했다.
1931년 매란방, 장백구(張伯駒) 등과 북평국극학회(北平國劇學會)를 조직해 ≪희극총간(戱劇叢刊)≫과 ≪국극화보(國劇畵報)≫를 편집·출판하는 동시에 진귀한 희곡 자료를 수집했다. 또 부설로 국극전습소(國劇傳習所)를 설립해 유중추(劉中秋), 곽건영(郭建英) 등 학생 75명을 교육했다. 논저에는 ≪중국극지조직(中國劇之組織)≫, ≪경극지변천(京劇之變遷)≫, ≪국극신단보(國劇身段譜≫ 등이 있는데, 이를 모두 합해 ≪제여산극학총서(齊如山劇學叢書)≫라고 한다. 일찍이 북평여자문리학원의 교수를 지냈고, 1962년 대만에서 병사했다.
옮긴이
차미경(車美京)은 숙명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부 교수로 중국 고전 희곡을 전공했다. 숙명여자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뒤, 국립대만사범대학교 대학원에서 ≪寧獻王的曲學及其劇作硏究≫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고, 이어 동대학원에서 ≪淸代傳奇藝術結構之硏究≫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상징의 미학, 경극≫(2005), ≪중국 전통극의 공연과 문화≫(공저, 2010)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치아오(蹺)로 본 경극의 여성 형상과 변화>, <魏長生의 연기 세계와 예술적 성취>, <경극 인물 분장의 문화적 의미>, <회관(會館) 연극의 형성과 공연 예술적 특성>, <중국의 공연 예술과 문화 교육>, <중국 연극에서 보이는 사랑과 변심>, <‘揚州畵舫錄’의 중국 희곡 사료적 가치 탐색>, <청대 徽州商人과 揚州의 희곡 예술>, <경극 노생 여배우 맹소동의 연기 활동과 예술적 성취>, <근대 경극 무대의 여배우 등장과 그 의미> 등 중국 희곡과 관련한 것 30여 편이 있다.
차례
나오는 사람들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우희: 대왕께서 이번에 패전하셔도 반드시 강동으로 피하셔서 후일을 기약하셔야 합니다. 낙담하지 마시옵고 더욱이 소첩을 걱정하지 마시옵소서.
항우: 그대와 십여 년을 함께하며 서로 깊이 사랑하였거늘 어찌 저버릴 수 있겠소. 허나 이번은 행차를 간소하게 해야만 포위망을 뚫을 수 있을 터이니 그대와 동행하기 어려울 것 같소.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우희가 슬피 울고 항우가 걱정스러워한다.)
항우: (말한다.) 아- 우희여! 유방이 비록 나와 적이긴 하나 우리 둘은 오랜 친구이니 그를 따르는 것이 좋겠소. 그리하면 이곳에서 고생하는 것을 면할 수 있고 또 내 걱정도 덜 수 있을 것이오.
우희: 대왕의 말씀은 옳지 않습니다. 충신은 두 주인을 섬기지 아니하고 열녀는 두 지아비를 섬기지 않습니다. 대왕께서는 대업을 이루고자 하시면서 어찌 아녀자의 일까지 걱정하십니까? 대왕의 보검으로 그대 앞에서 자결하여 깊은 은혜에 보답하고 대왕의 근심을 덜기를 원하옵니다.